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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전환기 육식의 정치학

기자명 고용석

해로울지라도 육식 권장하는 정부

동물성 식품 엄청난 시장규모
정부 그로인해 일방적 편들기
지금이라도 담배처럼 경고를

식물성 대체육 장의 폭발적 성장과 동물윤리·생태계 보호·윤리적 소비를 중요시하는 채식과 비건 인구의 급증 등 비거니즘이 기존 문화를 해체하면서 빠르게 주류 생활양식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전환기에 정부도 육식 문제를 대하는 인식론과 경제학상의, 철학상의 기존 관행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

첫째, 축산업이 기후변화·사막화·물부족·생태계오염·삼림벌채·생물다양성 등의 주된 원인으로 분명하게 알려진 것은 유엔의 2006년 ‘축산업의 긴 그림자’라는 보고서 발표 이후부터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아직 사람들은 흡연문제만큼 많이 비난하지 않는다. 육식이 전체적으로 끼치는 광범위한 영향이 흡연의 경우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마찬가지로 가까운 빵집을 스포츠카로 다녀오는 것은 반사회적 행위라고 생각하는데 반해 엄청난 고기 소비에 대해선 아직 그와 같은 인식이 별로 없다. 육식의 환경비용이 거의 감추어져 있는 것이다. 

둘째, 동물성식품 관련 부문은 어머어마한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식단의 변화는 이 부문에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줄 것이고 이는 정부가 피하고 싶어 하는 결과이다. 더구나 식품산업 이해당사자들은 고기 소비의 증가가 초래하는 엄청난 외부효과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하여 거대 마케팅을 동원하고 로비활동을 늘리고 있다. 미국에는 생산자들이 먹거리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을 명예훼손죄로 쉽게 고발 가능한 소위 ‘먹거리 비방법’이 있을 정도다.

셋째, 식습관은 전적으로 정부가 아닌 개인 문제라는 자유주의적 태도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설탕과 나트륨 섭취문제에 대해서는 공공캠페인과 규제정책을 폈었다. 이에 반해 고기는 매우 민감한 주제이고 많은 정치인들이 두려워하는 영역인 듯하다. 즉 사람들은 고기를 먹기를 원하고 아무리 해로울지라도 그것이 바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정부는 이미 우리에게 무엇을 먹고 먹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 식품가이드를 권장하고 있다. 유독 매우 민감한 고기와 동물성식품에 관해서만 침묵한다면 즉 정부가 국민들에게 건강과 환경에 해로운 음식을 먹지 말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은 그에 반대되는 식품산업 이해당사자들이 많은 돈을 들여 건강과 환경에 유해한 식품을 사라고 광고하는 현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엄청난 보조금까지 감안하면 정부가 일방적으로 편을 드는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동물성식품 섭취를 줄이도록 함으로써 기후변화에 대항하고 더 건강하도록 독려하기 시작했다. 더 많은 정부가 점점 밥상을 환경과 건강, 동물복지를 증진시키는 강력한 도구로 인식하고 있다.

정부는 동물성제품에 담배와 같은 경고성 표시나 정보제공 또는 식생활교육과 채식 선택급식 같은 자유를 해치지 않는 부드러운 개입부터, 광고규제와 육류세, 보조금 전환과 외부비용을 내부화하는 제도적 장치까지 적절한 보호책을 강구할 수 있다. 나아가 장기적으로 아이들에게 깨어있는 소비와 자제력을 길러줄 수 있는 음식교육과 명상프로그램 계발에 예산을 투자하고 학교가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강력한 유인책도 필요하다. 이는 일종의 문화적 전환으로 정부로선 그 무엇보다 강력한 예방책이다.

우리에게 자유를 누릴 권리와 동시에 잘살 권리도 있다. 부드러운 개입만으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자유를 거의 희생하지 않고도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 만약 자유와 복지가 충돌한다면 세심하게 조정하는 선에서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작은 대가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열린 사고방식이 필요할 때이다. 그 복지가 인류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어 있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directcontact@hanmail.net

 

[1492호 / 2019년 6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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