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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석탑에 남긴 한국전쟁 상흔 그리고 기록

  • 문화
  • 입력 2019.06.13 17:15
  • 수정 2019.06.13 19:07
  • 호수 1493
  • 댓글 2

연세대박물관, 7월31일까지 전시
민영규 교수의 1952년 현장조사
‘전쟁피해 문화재 30일 기록’ 展

영주 석교리 석조여래입상. 군이 주둔하며 이백미터 거리 사격장에서 총격을 해 얼굴과 팔 등에 상처를 입었다.

‘고난의 삼십일간 회진된 문화재를 역방하고 뜨거운 눈물을 금치 못하였다. 우리 국보는 처참한 전란으로 인하여 목이 부러 진채 비바람에 옛 모습은 찾아볼 수 없어 뜻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슴 아프게 하고 있다.’ (민영규 ‘애곡하는 문화재’, 경향신문 1952년 11월12일)

한국전쟁은 우리 민족에 큰 상처를 남겼을 뿐 아니라 선조들이 물려준 문화유산에도 깊은 상흔을 새겨놓았다. 전쟁이 한참이던 1952년 민영규 연세대 교수는 정부의 위촉을 받아 30여일간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경북지역 사찰 문화재를 조사했다. 그리고 연세대박물관이 그 30일간의 기록을 기획전시를 통해 공개 중이다.

영주 부석면 석조여래좌상. 국군 총격작전 때 불두가 사라졌다.

서여 민영규(1915~2005)는 한국사, 불교사, 서지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역사학자다. 1939년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하고 1945년부터 1980년까지 35년간 연세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연희전문 재학시절 그는 위당 정인보의 가르침으로 조선 후기 양명학을 연구하고, 맥을 이어 강화학으로 발전시켰다.

한국전쟁이 한참이던 1952년 10월 민 교수는 정부의 요청에 따라 전란이 몰고 온 문화재 피해상황 현지조사에 나섰다. 역사학자는 카메라를 들고 벌판과 숲속, 마을 한가운데 있던 석조문화재의 현재를 담았다. 문화재가 있는 곳이면 작전지대도 아랑곳 않았고, 민간인의 출입이 허용되지 않은 곳도 기어이 찾아갔다. 그리고 사진기록과 함께 스스로 말하지 못하고 울지 못한 석물들의 애곡(哀哭)한 심정을 역사의 기록으로 남겼다.

봉화 오전리 석조아미타여래좌상. 불상의 몸 곳곳에 총탄의 흔적이 선명하다.

‘봉화 오전리 석조아미타여래좌상, 삼년 전 물야지서 주임 및 국군 십여명이 몸통에 총격.’ ‘영주 부석면 석조여래좌상, 1950년 10월 국군 총격작전 때 불두 사라짐.’ ‘영주 석교리 석조여래입상, 1950년 12월10일부터 1951년 1월 중순까지 국군이 주둔하며 이백미터 거리 사격장에서 석불을 총격.’ (민영규 조사노트 내용 중)

전쟁이 어느 새 두 세대 전 이야기가 됐다. 석탑과 석불이 서 있던 곳들은 그때와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길이 없던 곳에 길이 생기고, 몸통에 깊이 새겨졌던 총탄의 깊이는 얕아져 뭉그러질 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이 땅을 살아가는 우리의 생각도 따라 바뀌었다. 분단과 증오, 두려움이 있던 자리에 관용과 희망의 기대가 채워졌다. 그럼에도 역사는 우리에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음을 알린다.

경주 감은사지 동서삼층탑.

연세대박물관 기획전시 ‘서여 민영규의 1952년 10월, 전쟁피해 문화재 30일간의 기록’은 7월31일까지 1층 기획전시실에서 계속된다. 전시에는 당시 조사한 불교 성보의 피해 사진과 조사기록, 문서 등을 만날 수 있다. 또 조사 당시 사용한 카메라, 언론 기고문, 불교중앙총무원(원장 이종욱)이 각 도 교무원장에게 발송한 전쟁 피해현황 보고 요청 공문 등도 전시된다. 개관은 월~토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다. 02)2123-3337.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493 / 2019년 6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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