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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가톨릭성지 된 서소문공원

특정종교 성지화와 역사 왜곡으로 수년간 논란을 빚었던 서소문역사공원이 6월1일부터 시민에 개방되면서 “결국 가톨릭 성지가 되고 말았다”는 비판이 거세다. 기존 서소문공원에 있던 고려시대 윤관 장군의 동상이 철거되고 역사적 상징성을 가진 이필제 등 동학농민군지도자의 참형‧효수 기록 등은 찾아볼 수 없는 대신, ‘성 정하상 기념경당’ 등 가톨릭 추모시설과 미사시설이 건물 내 들어섰기 때문이다. 

가톨릭계 역시 서소문역사공원을 ‘순교성지’로 규정하는 모습이다. 가톨릭계 언론에 따르면 공원 개관을 맞아 열린 축성‧봉헌미사에서 염수정 추기경은 “이곳은 최다 성인을 배출했다는 점에서 한국 최대의 순교성지”라며 “순교자들의 믿음을 기억하기 위해 기도하고 애써왔던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을 축성한다”고 밝혔다.

“외부엔 ‘서소문역사공원’으로 칭하고 있지만 내부는 ‘서소문순교성지박물관’”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소문역사공원바로세우기범국민대책위원회와 동학농민혁명단체협의회는 성명서를 내고 “국가 공공기관에서 특정종교 지원 사업을 할 수 없는데도 특정종교의 유적 사업으로 바뀌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또 △고려시대 윤관 동상의 원위치 복구 △가톨릭 성지화의 증거인 현양탑 철거 △특정종교 공간 구성 전면 철폐 △반민족적인 인물 황사영 관련 기록과 유물 전시 철거 △서소문역사공원 내 가톨릭 추모‧미사 시설 철폐 등을 요구했다. 

서소문역사문화공원 조성사업은 지난 2014년 가톨릭 순교자들과 조선후기 민초들의 삶을 기록한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하지만 시작부터 특정 종교가 국유지를 점유해 성지화 사업에 나선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공원 조성부지 가운데 94%에 달하는 1만7000㎡가 국유지이며 가톨릭 소유지는 전무했음에도, 가톨릭 박해 역사공원과 순교자 추모관 등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서소문공원은 조선시대 초부터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국가적 통치행위로써 처형이 이뤄진 역사적 중첩지다. 홍경래‧전봉준 등 우리나라 역사의 흐름 속에서 처형당한 의인들의 기록이 생생히 살아있음에도, 나라의 정책에 반대되는 자신의 종교적 신념으로 처형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특정종교 중심으로 건립된다는 점 자체가 국민적 정서에 반하는 행보라는 지적이 많았다. 
 

송지희 기자

이처럼 숱한 논란에도 결국 서소문역사문화공원은 대외적 명칭만 일부 변경된 가운데 애초 계획대로 문을 열었다. 가톨릭 성지로서 위상은 높였지만, 역사적 상징성은 반감됐다. 한반도에서 이어진 5000년 유구한 역사에 비해 한국 가톨릭의 역사는 짧다. 가톨릭의 성지화 사업에 대해 “역사 위에 종교 덮어씌우기”라는 불편한 시선이 이어지는 이유다. 

jh35@beopbo.com

 

[1493호 / 2019년 6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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