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혁명, 3·1운동, 4·19혁명 등의 역사에 기반한 시 ‘껍데기는 가라’ ‘금강’을 선보인 신동엽은 1970년대 시단에 큰 영향을 끼친 시인 가운데 한 명으로 손꼽힌다. 올해 타계 50주년을 맞이했는데 동대부여고가 그의 시비를 교정에 세운다고 한다. 김형중 동대부여고 교장의 말처럼 “민족의 큰 이상을 가슴에 품었던 시인이 청소년들의 삶 속에서 되살아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1959년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로 등단한 신동엽 시인은 1961년부터 8년 동안 조계종 종립학교인 명성여고(현 동대부여고)에서 교편을 잡았다. 그의 대표작 ‘껍데기는 가라’(1967) ‘금강’(1967)도 이때 첫 선을 보였다. 시극에도 관심이 많았던 그는 오페레타 대본도 집필했는데 바로 ‘석가탑’이다. 불국사 석가탑 축조와 관련된 석공 아사달과 아내 아사녀에 얽힌 전설을 바탕으로 창작한 작품이다. 1968년 5월10일과 11일 이틀에 걸쳐 서울 드라마센터에서 공연됐다. 명성여고 학생들이 직접 출연했고, 백병동씨가 작곡을 맡았으며, 음악교사 임주택 씨가 지휘했다. 연출은 배우 문오장 씨가 맡았다.
오페레타 ‘석가탑’은 불교·종교적 색채가 짙다. 갈등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돌아가야 할 곳은 불교 즉 종교임을 명징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학적 지평은 종교성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그가 보여준 시 세계를 투영하면 아사달·아사녀는 격동의 근대사를 헤쳐 나온 우리 민족의 남·여이며, 혁명가이기 때문이다. 신동엽 특유의 강렬한 민중적 저항의식도 스며있는 작품이다.
아쉽게도 ‘석가탑’은 불교계에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오페레타임에도 무대에 올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시비 제막식과 함께 불교계의 지원이 이어진다면 학계 연구와 예술인들의 관심이 깊어질 것이다. 오페레타 ‘석가탑’이 불교계 종립학교는 물론 일반 무대에서도 설 날을 기대해 본다.
[1493호 / 2019년 6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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