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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다는 것이란

기자명 희유 스님

더 솔직해지고 스스로 관대해지며
여무는 삶 부처님 가르침 맞닿아
부지런히 하심을 실천하다 보면
자연스런 인욕서 자신 볼 수 있어

촉촉이 비가 오는 날이다. 모처럼 한가하게 업무정리를 해볼까 하고 출근을 했더니 복지관이 난리가 났다. 방수공사 중이었는데 방수가 덜된 곳에서 물이 줄줄 새고 있었다. 직원들과 함께 물을 퍼내고 정리하고 업체 연락하여 조치를 하고 한숨 돌리는데 건강지원팀에서 프로그램 수료가 있으니 와달란다. 

‘종로 정독행’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바르게 걷기를 하면서 종로의 문화유적 이곳저곳을 탐방하는 것이다. 참여하신 어르신들의 소감나누기와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동영상을 시청하였다. 어르신들 각자의 소감이 가슴에 와 닿는다. 한 어르신은 이 프로그램을 하기 전엔 소화도 잘 안 되고 불면증도 있고 우울하기도 하였는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우울증도 한결 좋아졌다고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신다. 또 다른 어르신은 소감을 나누면서 끝에 노래를 한자락 하시겠단다. 당신은 음치지만 가사가 너무 좋으니 잘 들어보시라고 하면서 노래를 하신다. 정말 노랫말이 새겨들어야 할 만큼 좋았다. 

“나이가 든다는 건 조금 더 솔직해지고 스스로 더 많이 관대해지면서 여물어 가는 것, 타인의 잘못도 내 탓이라면서 다 웃어넘기며 나이 든다는 건 더 멋져지는 것, 눈이 침침 한건 필요한 것만 보라고 하는 것…나이 든다는 건 또 다른 나에게 대답하라는 것, 숨 고르고 다 내려놓고 더 크게 웃으며 더 많이 더 나를 사랑하라는 것.” 

어르신의 투박한 목소리로 불러주시는 이 노래가 정말 가슴에 와닿았다. 인생의 후반을 사시는 어르신들의 인생이 녹아 있는 것처럼 자신을 내려놓고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정리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인욕과 하심이 있어야 가능할까? 비록 바로 보고 바르게 걷기를 하여 건강을 지키는 프로그램이지만 어르신들은 몸 건강에 마음 건강까지도 챙겨 가시는 것 같다. 

이것이 바로 나이 듦에서 나오는 지혜일 것이다. 노랫말에 나오는 것처럼 조금 더 솔직해지고 스스로 더 많이 관대해지면서 여물어 가는 삶이 부처님의 가르침과도 맛 닿아 있다.  

법구경엔 “남을 헐뜯지 않고 노여움과 인색함에서 떠난 사람, 마음에 맞거나 맞지 않거나 조금도 개의치 않는 사람, 좋다 싫다를 모두 버리고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아 모든 속박으로부터 훨훨 날아가 버린 사람,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올바른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라는 글이 있다. 이런저런 시시비비를 하지 않는, 집착을 떠난 삶을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이라고 하는 것. 스스로 더 많이 관대해지고 타인의 잘못도 내 탓이라고 할 줄 아는 것이 나이 든다는 것이란 우리 인생이 집착에서 벗어났을 때 가능한 것이리라. 우리들의 삶에 집착을 벗어버리긴 쉽지 않은 것이지만 부지런히 하심을 실천하다 보면 자연히 인욕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어느결에 집착하지 않은 자신의 삶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희유 스님

오늘 하루, 아침부터 분주하게 이리저리 돌아다녔지만 어르신을 통하여 인생을 한 수 배우는 시간이다. 요즘 나도 눈이 자주 침침해지는데, 노랫말에 나오는 것처럼 필요한 것만을 보며 또 다른 나에게 대답하면서 숨을 고르고 내려놓을 수 있는 ‘나’이기를 바라면서 수행에 게으르지 않기를 다짐해 본다.

희유 스님 서울노인복지센터 시설장 mudra99@hanmail.net

 

[1493호 / 2019년 6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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