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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먹방과 발우공양

기자명 법장 스님

공양 의미는 감사와 수행의 새김에 있어

최근의 먹방 방송 불편한 이유
지나친 ‘탐심’만 강요하기 때문
음식에 많은 공덕 깃들어 있어
식사를 ‘공양’이라고 부르는 것

최근 여러 미디어나 SNS 등을 보면 그야말로 ‘먹방(먹는 방송)’의 시대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맛있는 식당을 소개하는 정도에 그치던 것이, 지금은 과도한 경쟁 속에서 식당 소개는 물론이거니와 음식을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보여주고, 심지어는 수십 인분의 음식을 혼자서 다 먹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과연 이런 것이 ‘먹방’인가 라는 의구심이 생길 정도로 ‘식사’라는 개념에서 벗어난 모습이 다소 불편함을 주기도 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현대인들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다. 정신없이 바쁜 하루 속에서 거의 유일하게 자신만의 시간으로써 스스로를 돌보고 치유해주는 순간일 것이다. 남들이 다 먹어본다는 유명한 맛집을 찾아가 몇 시간씩 줄을 서서 먹고 난 뒤 만족을 느끼는 것도 좋고, 자신만의 맛집을 찾아 한적하게 식사에 집중하며 안정을 갖는 것도 좋다. 어떠한 방식이든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찾아 식사라는 순간에 만족감을 느낀다면 바쁜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허전함이 채워지는 하루를 보내는 느낌을 받는다. 이처럼 식사는 현대인들에게 힐링이며 원동력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음식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소비욕구가 괴물 먹방을 만들어낸 것 같아 씁쓸하다. 수십 인분의 음식을 눈앞에 펼쳐 놓고 다 먹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사람들은 그것에 열광한다. 심지어는 위험할 정도로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만들어 먹고 고통을 참는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한다. 이건 먹방이 아닌 미련한 인내 또는 탐욕 방송이다. 음식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는 것도 없고, 그 음식을 통해 자신에게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것도 없다. 혹자들은 아닐지도 모르나 적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것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고, 음식보다도 그 사람의 건강을 걱정한다.

삶의 구성요소인 의식주 중에서 ‘식’은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가장 원초적인 것이다. 먹기에 살아갈 수 있고, 살아가기에 먹어야 한다. 이러한 불변의 진리는 불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율장에서는 특히 식사에 대해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불교의 식사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발우공양’을 떠올릴 것이다. ‘발우(鉢盂pātra)’라는 그릇에 음식을 담아 ‘공양(供養pūjanā)’이라는 식사의식을 하는 것이다. 본래 ‘걸식(탁발)’이라고 하는데, ‘자설경(自説經)’의 내용을 보면 승려들이 아침 일찍 발우를 들고 마을로 나가 음식을 받아와서 식사를 하는 것으로, 이때 자신이 좋아하는 곳만을 찾아 갈 수 없고, 가는 길에는 서로 다른 출가자들이 만나 토론을 하며 수행을 이어갔다. 그리고 이렇게 받아온 음식을 서로 나누어 식사를 하는데, 이 때 ‘족식계足食戒’라는 것이 있어서 자신이 만족할 정도(bhuttāvī pavārito)로만 음식을 담아 남김없이 먹고, 받아온 음식 중에 남은 것은 다른 배고픈 사람들에게 양보해야 한다. 또한 식사는 정오까지만 가능한데 이는 든든하게 배를 채웠음에도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서 다시 마을로 나가 민폐를 끼치는 것을 금지하고, 소중한 음식을 수행을 하는 힘으로 삼아야하기에 불필요한 식사를 금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식사를 ‘공양’이라고 부르는데 본래 부처님이나 보살님에게 공경심을 갖고 음식, 꽃, 향 등을 올리는 것을 가리킨다. 즉 식사를 공양이라고 하는 것은 음식을 정성껏 준비해주시는 분들에 대한 공경심의 표현이며 부족한 자신이 이처럼 감사한 식사를 받아 열심히 수행하겠다는 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찰의 발우공양에서 음식을 남김없이 먹기 위해 자신의 그릇을 닦은 물까지도 마셔서 그 감사함을 표현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먹방과 더불어 간헐적 단식, 절식 등의 다이어트도 유행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행복을 느끼는 것은 삶의 큰 힘이 된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치면 비만이 되거나 건강을 해쳐서 오히려 스트레스와 괴로움이 된다. 행복이라는 것은 지나침이 아닌 만족함에서 생기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감사한 마음으로 받고 일상 속에서의 행복함과 원동력으로 식사를 한다면 보다 만족스러운 하루가 될 것이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493호 / 2019년 6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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