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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윤회(5화2도)설-­상

기자명 현진 스님

불교 출연 이전 브라만교에 퍼져 있던 주된 사상

브라만교 윤회설 오화설 기반
윤회, 화장 등 5번 변화로 진행
무아론의 불교에선 존립 불가
부처님, 윤회에 긍정·부정 안해

근대 이전엔 대승불교권에서 윤회가 불교 고유의 사상이라 믿었다. 사실 윤회설은 불교 이전부터 인도사상에 전반적으로 퍼져있던 주요 개념 가운데 하나로, 브라만교에서 고정불변의 실체로 간주하는 아뜨만(ātman)설과 더불어 인도인의 뇌리에 지금까지 흔들림 없이 자리하고 있다. 어떤 실체가 존재하여 그것이 생사를 넘나들며 많은 생을 쳇바퀴 돌듯 돈다고 윤회(輪迴)라 하였으니, 아뜨만이 그 윤회의 주체인 것은 당연했으리라.

그런데 브라만교의 유아론(有我論)을 무아론(無我論)으로 대체하며 성립된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니, 윤회의 주체인 아뜨만의 존재를 부정한 불교와 윤회의 관계는 존립 자체가 불가능한 것 또한 어쩌면 당연하다 하겠다. 그럼에도 부처님께선 윤회설을 수용하여 전생과 내생을 설명하기도 하였으니, 중생들이 예쁘고 추하거나 부유하고 가난한 것 등은 무슨 까닭인지를 묻는 한 브라만의 질문에 전생에 지은 업 때문이라 대답하셨다는 것이 그 예다. 그렇지만 부처님은 윤회 자체에 대해선 긍정도 부정도 아닌 무기(無記)로 답하셨다.

브라만교의 윤회설은 베단따 철학서인 우빠니샤드에 언급되어 있는 오화설(五火說)과 이도설(二道說)에 기반한다. 오화설은 사람이 죽어 화장을 하는 순간부터 다시 이 세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다섯 단계로 설명한 것이다. 오화(五火)의 불은 제사에 사용되는 불의 신인 아그니(agni) 혹은 화장에 사용되는 불을 가리키는데, 윤회의 과정에서 화장을 비롯하여 다섯 번의 큰 변화를 거치므로 변화[化]로서의 오화(五化)로도 이해될 수 있다. 다섯 차례의 큰 변화를 순서대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제1화 화장(火葬)-생을 마감한 사람은 화장이 되면 그 영혼은 달에 들어가 머문다. 제2화 강우(降雨)-달에 머물던 영혼은 비가 되어 지상으로 내린다. 제3화 곡물(穀物)-지상에 내린 비는 식물에 흡수되며, 또한 곡물에도 흡수된다. 제4화 정자(精子)-남자에 의해 섭취된 곡물은 정자를 형성한다. 제5화 수태(受胎)-정자는 모태로 들어가 수태된 뒤에 다시 사람으로 태어난다.

인도인들에게 화장은 단순한 시신처리의 한 유형을 넘어 육신 안에 갇힌 영혼(정확히는 아뜨만)을 끄집어내는 역할로 보았는데, 만약 수행이 된 자라면 입멸 순간에 다섯 숨결 가운데 하나인 우다너(udāna, 올리숨)의 힘으로 정수리를 통해 스스로 육신을 벗어난다고 한다. 그러기에 수행도 되지 않았고 주머니 사정도 넉넉지 못한 이의 시신은 몇 둥치의 나무로 슬쩍 그슬리기만 한 뒤 갠지스 강으로 밀려들어간다. 필요한 것은 육신에 충격을 줄 한 차례의 뜨거운 불길이었기에. 그렇게 빠져나와 가닿는 달은 많은 문화권에서 춥거나 최소한 시원한 곳으로 여기는데, 뜨거운 대지의 인도인들이 달을 사후의 시원한 휴식처로 간주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그런 이면엔 윤회 자체를 애초엔 단지 고통의 대상으로만 본 것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3개월여의 기간에만 비가 내리는 인도에서 몬순이 시작되며 내리는 비는 곧 생명 그 자체이다. 이는 아리안족이 인도대륙에 이르기 전 오랜 유목생활을 거치며 체감하여 지녔던 삶의 지혜이기도 하다. 여기서 아뜨만이 비와 곡물을 거쳐 굳이 남자에 의해서만 이어진다는 생각은 당시 강력했던 부계사회의 관념이 그대로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고정불변의 실체인 아뜨만이 윤회의 주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곡물에 흡수되지 않은 비는? 남자에 섭취되지 않은 곡물은? 등등의 의문에 과연 어떤 답변이 있어야할까. 하지만 윤회설이 나온 것은 부처님보다 앞선 시기였으니 과학적인 논리를 따지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 것이며, 어쩌면 그러한 논박 자체가 무의미할 것이다.

현진 스님 봉선사 범어연구소장 sanskritsil@hotmail.com

 

[1493호 / 2019년 6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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