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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직지코드

‘직지’는 구텐베르크 금속활자 발명에 영향 줬을까

세계 첫 금속활자 ‘직지심체요절’ 소재
우광훈 감독 탐사다큐멘터리영화

금속활자 문명 교류사 비밀 추적
김민웅 교수 대담으로 과정 정리

​​​​​​​무비 스님 인터뷰로 내용도 소개
탐사보도 한계 극복 못한 아쉬움

우광훈 감독의 ‘직지코드’는 ‘직지심체요절’이 세계 최고 금속활자인지, 그 내용은 무엇인지, 구텐베르크 금속활자에 영향을 주었는지 등에 대한 탐사보도 다큐멘터리 영화다. 

부처님오신날 기념으로 총무원장 원행 스님의 법문이 한 일간지에 실렸다. 스님은 중생들에게 주는 법어로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을 강조하였다. 이 구절은 ‘사람의 마음을 바로 가리켜서 견성하고 부처가 되게 한다’는 선불교의 종지이면서 대한불교조계종의 핵심 교리라 할 것이다. ‘직지심체요절’의 직지는 아마 여기서 유래했을 것이다. 

우광훈 감독의 다큐멘터리 ‘직지코드’는 ‘직지심체요절’이 세계 최고 금속활자인가를 밝히는데 주력한다. 데이빗과 아네스는 세계 최초의 금속 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을 열람하기 위해 프랑스 국립도서관으로 향하지만 그곳에서는 열람을 불허한다. 이들은 초반부에 고려의 금속활자 제조법이 유럽 아비뇽의 인쇄업자들에게 모종의 경로를 통해 전달되었을 것이고, 아비뇽의 인쇄업자들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명에 직접적인 영향관계에 있을 것이라는 가정을 한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취재진은 유럽을 방문하고 여러나라 도서관에서 증거물을 확보하기 위해 주력한다. 

이 과정은 김민웅 교수의 대담과 진행으로 그 의미를 정리해 관객에게 전달한다. 이를 통해 동아시아의 고려와 유럽 사이의 문화접촉 가능성이라는 문명 교류사의 비밀이 밝혀지게 된다. 취재진은 고려와 아비뇽과의 연결고리 비밀 열쇠를 쥐고 있는 몬테코르비노의 편지를 추적하게 된다. 그러나 뜻밖에도 교황이 고려왕에게 보내는 편지를 발견하게 되어 유럽과 고려의 문명 교류사가 밝혀지는 소득을 얻게 된다. 마치 오징어잡이 그물에 고래가 걸려든 듯한 의외의 소득인 셈이다. 그러나 구텐베르크 박물관에서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인쇄 기법은 고려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된다. 대신 교황이 쓴 편지가 고려왕에게 전달됐다는 고려와 유럽간 교류의 사료를 발견했으니 당시 고려가 외부 나라와 교류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후반부는 고려의 금속활자 제작법이 구텐베르크에게 영향을 주었을 것이란 가정 대신 최초의 금속활자로 제작된 경서인 ‘직지심체요절’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으로 진행된다. 제작자인 정지영 감독과 우광훈 ‘직지코드’의 감독은 다큐멘터리의 방향이 영향과 최초의 입증에 치중됨을 성찰하고 ‘직지심체요절’이 담고 있는 교리는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다. 즉 추적 다큐멘터리에서 성찰 다큐멘터리로 장르적 전환이 이루어진다. 

‘직지심체요절’을 번역해 ‘직지강설’을 편찬한 범어사 무비 스님이 인터뷰어로 등장해 그 경서에 수록된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한다. 무비 스님은 임제 선사와 황벽 선사의 선문답과 일화를 소개한다. 이 지점에서 다큐멘터리 ‘직지코드’는 동양의 금속활자가 구텐베르크에게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인쇄술의 역사에서 금속활자로 펴낸 경서가 인류 문명에 어떤 기여를 했는가라는 불교사적 의의로 방향을 전환된다. 

직지는 고려시대 백운 화상이 집대성한 ‘백운화상초록 불조직지심체요절 (白雲和尙抄錄 佛祖直指心體要節)’이며, 부처님과 조사스님의 마음을 곧바로 이해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중요 부분을 초록한 ‘불조직지심체요절’이다. 이 경서는 ‘직지심체요절’으로 일반인에게 알려졌다. 무비 스님의 해설에 의하면 ‘직지심체요절’은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이라는 선불교의 종지를 그 내용으로 하며 ‘사람의 마음을 곧바로 가리켜서 본성을 보아 알게 하고 부처가 되게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또한 ‘직지심체요절’은 과거 칠불의 가르침과 인도의 28조사의 가르침, 중국의 110선사들의 가르침을 집대성한 방대한 저술이다. 

무비 스님이 번역하고 해설한 ‘직지강설’에 의하면 이 경서는 1377년 백운 화상이 열반한 다음 청주 흥덕사에서 화상의 제자인 석찬 스님과 달담 스님에 의해 간행된 금속활자본이며 하권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돼 있다. 이 하권은 1972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사서로 근무하던 박병선씨에 의해 발견되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1378년에는 여주 취암사에서 백운 화상의 제자 법린, 자명, 혜전 스님에 의해 목판본으로 간행되었으며, 이 판본을 현재 국립중앙박물관과 정신문화연구원에서 소장하고 있다. 

영화 ‘직지코드’는 경서 ‘직지심체요절’의 가치에 대한 본격적인 질문을 던지지 못하고 그 의미를 카메라에 담는 것에도 못미쳤다. 심지어 ‘직심심경’을 찬술한 백운 화상에 대한 사료도 담아내지 못했다. 이 작품은 해외에 까지 취재한 열정은 돋보였지만 결국 추적 60분 같은 탐사보도다큐의 한계를 드러내는 아쉬움을 남겼다. 

백운 화상은 1298년 전북 정읍시 고부면에서 출생해 1374년에 입적한 고승이다. 그는 “인생 칠십년이 고래에 드무나니 / 칠십년 전에 와서 칠십년 되어 돌아가도다 / 텅비어 있는 돌아갈 길에 낱낱이 바로 고향이로다 / 이 몸 본래 있지 않았고 / 마음 또한 머문 데 없나니 / 재로 만들어 시방에 뿌리고 / 남의 땅 조금도 사용하지 말라”는 게송을 남겼다. 

‘직지코드’는 ‘직지심경’의 영향에 대한 추적에서 시작해 ‘직지심체요절’의 경서에 대한 의문으로 관객의 관심을 이끄는 탐사와 성찰이 결합된 다큐멘터리이다. 

문학산 영화평론가·부산대 교수

 

[1493호 / 2019년 6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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