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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윤회(5화2도)설­-하

기자명 현진 스님

윤회 주체 밝히는 것은 불교가 풀어야 할 숙제

윤회는 주체가 있어야 가능해
유아론 브라만교는 가능하지만
무아론의 불교는 상충한 논리
윤회‧무아 모순 해소는 진행 중

우빠니샤드에 언급된 윤회설로는 오화설(五火說) 외에 그것의 발전된 형태인 이도설(二道說)이 있다.

사람이 죽어서 나아가는 길이 크게 두 갈래로 나뉘므로 이도설이라 한다. 조도는 ‘조상[祖]의 길[道]’이란 의미로서, 죽은 후에 오화설에서 언급되었던 경로와 유사한 길을 거쳐 결국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으로 설명되어 있다. 오화설이 윤회의 수레바퀴에서 겪게 되는 5차례의 큰 변화를 중심으로 설명해놓은 것이라면, 조도는 죽어서 거치게 되는 장소를 중심으로 조금 더 상세히 언급해놓은 것이다. 신도는 ‘신(神)의 길[道]’이란 의미로서, 죽어서 신의 길에 접어든 자는 다시 이 세상에 돌아오지 않는다. 신도는 오화설에 없던 내용으로서 불교의 해탈열반과 유사하다. ‘브릐핫아란야까 우빠니샤드’에 언급된 두 길에 대한 내용을 약간 다듬어 옮겨본다. 

조도(祖道)-제례와 보시와 고행으로 세상을 쟁취한 이들은 연기에 가닿으며, 밤에 가닿으며, 달이 기우는 보름에 가닿으며, 남방으로 태양이 지나가는 여섯 달에 가닿으며, 조상의 세계에 가닿으며, 달에 가닿아 먹거리가 된다. 먹거리로서 신들의 몸을 거쳐 허공으로 들어가며, 바람으로 들어가며, 비로 들어가며, 흙으로 들어가서 먹거리가 된다. 먹거리로서 남자의 몸에서 정자가 되며, 여자의 자궁에 들어가 이 세상에 태어난다. 그들은 오직 이렇게 끊임없이 윤회한다. 

신도(神道)-숲속에서 신념으로 브라흐만을 명상하는 이들은 화염에 가닿으며, 낮에 가닿으며, 달이 차오르는 보름에 가닿으며, 북방으로 태양이 지나가는 여섯 달에 가닿으며, 신들의 세상에 가닿으며, 태양에 가닿으며, 신성한 번갯불에 가닿는다. 번갯불에 가닿은 그들을 아뜨만이 브라흐마의 세계로 인도하는데, 그곳에서 인간으로서 최고의 상태가 되어 살아간다. 그들은 다시 이 세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제례와 보시와 고행을 하는 자들은 윤회를 거듭하는 조도를 걷게 되는 반면, 숲속에서 브라흐만을 명상하는 이들은 결국 브라흐만과의 합일에 이르는 신도에 접어들게 된다고 하였다. 이는 석가모니께서 고행을 버리고 깊은 선정에 듦으로써 해탈을 얻으신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그럼에도 번갯불에 가닿은 그들을 아뜨만이 브라흐마의 세계로 이끌 뿐 스스로 나아가진 못한다고 한 것은 수행의 최종적인 단계에서 갖는 브라만교의 수동성이 그대로 유지되어 있다.

현대에도 인도에선 간디나 테레사 수녀 등 사회적으로 추앙을 받던 분들이 돌아가시면 곧바로 신의 반열에 들어간 듯 여기는데, 그것이 우리로선 무척 낯설어 보인다. 그러나 인도인들에겐 그분들이 이미 신도에 접어든 분들이므로 설령 당장에 신전을 꾸미고 신상을 모신들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다. 신(神)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생긴 현상일 뿐이다.

윤회(輪迴, saṁsāra[함께 흘러감])라는 것은 윤회하는 주체가 있어야 가능하기에 유아론의 브라만교에선 당연한 논리겠지만 무아론을 내세운 불교와는 근본적으로 상충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불교의 입장에선 무아설과 업(業)사상에 근거하여 윤회하는 주체의 모습을 밝혀야하는 것이 하나의 숙제였다.

불교는 독자부의 ‘보특가라’나 화지부의 ‘궁생사온(窮生死蘊)’ 및 경량부의 ‘일미온(一味蘊)’ 등을 일종의 임시적 실체인 가아(假我)로 상정하여 이것을 업과 윤회의 주체로 삼아 무아설과의 모순을 해결하려고 하였다. 이러한 노력은 경량부의 종자설을 발전시킨 유가행파의 유식설에서 제시된 아뢰야식에 이르러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룬다. 아뢰야식은 몸을 생리적으로 유지하는 근원적인 마음인데, 찰나에 생하고 찰나에 멸하기 때문에 고정불변의 실체인 아뜨만과는 본질을 달리한다. 

어떻게 보면 이 문제에 있어선 불교가 아직도 공부하는 중이요 명상하는 중이라 할 수 있겠다.

현진 스님 봉선사 범어연구소장 sanskritsil@hotmail.com

 

[1494호 / 2019년 6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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