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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우리의 문화재

기자명 법장 스님

승가 모든 유물 보존하도록 계율로 정해

불교의 모든 승가 문화재는 
과거서 미래로 이어진 유물
‘범망경’에선 승보 보존하고 
유지하는 것을 계율로 공표

작년 가을 가톨릭 ‘종교간 대화위원회’의 초청으로 이탈리아 바티칸에 방문하여 여러 성당들과 유럽의 여러 문화재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정교한 대리석 조각상은 어디를 가도 눈길을 끌었다. 

공원과 분수에는 화려했던 르네상스의 걸작들이 잘 보존, 유지되어 말 그대로 도시전체가 거대한 문화유산과도 같았다. 이런 비슷한 느낌을 긴 시간 유학을 했던 일본의 교토에서도 느꼈었다. 일본불교의 최고 전성기를 누렸던 교토는 도시전체가 불교사원과 유적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어디를 가도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고 모두가 앞장서서 후손들에게 문화유산을 전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두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느낀 것은 국민 모두가 문화유산을 후손들에게 소중하게 물려주어야 하는 것이라는 의식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옛 선조들도 같은 생각이셨을 것이다. 종교는 다르지만 각 종교를 통한 마음의 휴식과 가르침 등을 조각이나 건물로 표현하였고 이는 먼 훗날의 후손들에게까지 이어지도록 수많은 사람들이 보존하고 유지해 주었기에 현재의 우리가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것이다. 

소중한 문화재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유지하는 데는 상당한 기술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유럽의 성당이나 교토의 사찰에서는 방문객에게 관람료를 받아 각 문화재를 지키는 데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들은 외국의 이러한 명소를 방문할 때면 당연히 관람료를 지불하고 질서 있게 관람한다. 그러나 가끔 우리나라의 문화재나 사찰을 방문할 때면 안타까운 광경을 보게 될 때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 16개 국립공원에서는 소정의 입장료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많은 분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때로는 고성이 오가기도 한다. 이탈리아의 베드로 성당이나 일본의 ‘청수사’를 관람할 때는 당연히 지불하던 관람료를 정작 가장 중요한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히 무료로 입장해야 할 장소이고 기본적인 예의도 지키지 않은 채 자신들의 소유처럼 예의 없이 행동하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찰들은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다만 국립공원 내에 위치하던가 중요문화재를 갖고 있는 경우엔 입장료를 받는다. 이는 사찰이 보유하고 있는 산림과 문화재를 보존, 유지하기 위한 비용으로 쓰인다. 해인사의 경우도 세계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을 후손들에게 온전하게 물려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인사뿐만이 아니라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모든 문화유적지에서 똑같이 유산을 보존하는데 힘쓰고 있다. 

불교는 ‘승가(僧伽 saṃgha)’라는 공동체로 이루어진 종교이다. 이 승가에는 현재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현전승가’와 과거·현재·미래의 모든 구성원을 가리키는 ‘시방승가’가 있다. 즉 불교의 모든 문화재는 지금의 현전승가가 아닌 과거로부터 미래로 이어지는 시방승가의 중요한 유물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불교의 문화를 보존, 유지하는 것을 ‘범망경’에서는 계율로써 다루고 있다. 제25위주실의계와 제42비처설계에서는 사부대중이 승가의 물건을 수호하지 않거나 손상시키는 것을 죄로 판단하고 제7의세악구계에서는 대승보살이라면 이타행과 불교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서 보시 받은 재물을 잘 저축하여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 지금 우리가 보고 느끼고 공유하는 불교의 가르침과 문화, 건축 등이 현재의 우리들의 것이 아닌, 우리는 지금 시대의 관리자로서 이것들을 잘 지켜서 다음 세대로 넘겨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앞의 세대로부터 전해 받은 소중한 문화재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또한 불교에서도 이러한 문화재에 대해서 보다 각별히 신경 쓰고 보존, 유지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새로운 것도 편하고 좋지만 역사와 전통이 없는 토대에서 미래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우리의 관심과 노력이 다른 누군가에게 이익 되는 것이 아닌, 우리의 후대에게로 이어져 우리나라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유구한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494호 / 2019년 6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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