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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까삿바 3형제의 귀의와 이국적 음악

기자명 김준희

음악적 융합, 붓다에 귀의한 기존 종교인들 연상 

파야·드뷔시·브람스 등 작곡가
민속적·이국적 음악도 선보여
서로 다른 음악적 요소 융합서 
까삿바 3형제의 집단귀의 연상

발라키에프의 '이슬라메이' 첫 8마디 자필 악보 (소더비 경매).

스페인의 작곡가 마누엘 드 파야의 ‘불의 춤(Danse rituelle du feu)’을 들으면 상당히 이국적인 느낌을 받는다. 원래 안달루시아 지방의 전설을 줄거리로 하는 파야의 발레음악 ‘사랑은 마술사(El Amor Brujo)’의 13곡 중 한 곡으로, 여러 악기에 의해 편곡되어 연주된다. 피아노곡으로 편곡된 이 작품은 특유의 호전적인 분위기로 불의 이미지가 극대화 되고 있다. 타오르는 불꽃을 형상화한 긴 트릴로 시작하는 이 춤곡은 지속되는 불협화음과 옥타브, 하강하는 선율 등이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해 준다. 모호한 조성의 선율 또한 스페인 고유의 인상을 담고 있다. 스타카토로 반복되는 절제된 리듬은 강렬한 민속적인 색채를 타악기적 피아니즘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파야는 클로드 드뷔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드뷔시는 인상주의 작곡가로 음악사적으로 모리스 라벨과 함께 프랑스 음악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그는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접한 인도네시아의 가믈란 음악을 비롯하여 베트남, 중국, 마다가스카르의 이국적인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1903년에 작곡된 '판화(Estampes)'의 첫 곡 ‘탑(Pagodes)'은 만국박람회를 경험한 드뷔시의 새로운 색채에 대한 갈망과 오리엔탈리즘이 가장 잘 표현된 곡이다. 이 곡에서는 기존의 음계와 화성적 구조를 찾기가 어렵다. 열린 5도의 화음으로 시작되며 5음음계(pentatonic scale)를 바탕으로 한 동양적 선율을 모방한 듯한 분위기의 주제가 등장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선명한 음향과 정확한 리듬, 뚜렷한 악상이 강조되는 이 곡은 드뷔시가 상상으로 그려낸 동양의 탑이 묘사된 곡이다. 그는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알게 된 동남아시아 음악에 대한 인상을 바탕으로 버마의 황금빛 불탑을 그려냈다. 지속되는 6도의 첨가음과 생략된 3음, 4도와 5도의 병행 화음 위에 그려지는 5음음계의 선율은, 한 번도 여행해 보지 못한 곳의 경치와 건축, 춤 등을 묘사하기에 충분하다. 

축음기를 통하여 녹음된 민속음악을 채보하는 벨라 바르톡.

붓다는 전도선언을 한 뒤 우루웰라로 향했다. 그 곳에는 까삿바 3형제가 수많은 제자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들은 불의 신을 섬기는 조로아스터교도의 바라문들이었다. 이들은 붓다를 만난 뒤 그에게 귀의하기로 마음먹었다. 우루웰라, 나디, 가야 세 형제는 각각 500명, 300명, 200명의 제자와 함께 붓다에게 귀의했다. 까삿바 3형제와 제자 1000명이 일시에 붓다에게 귀의한 일은 마가다국 일대에 큰 파문을 일으키게 되었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클래식 음악, 특히 고전 낭만시대의 음악은 주로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 서유럽 일대의 작곡가들과 그 배경을 중심으로 작곡된 작품들이 대부분을 이룬다. 상대적으로 문화적 이질감을 주는 동유럽이나 이베리아 반도의 국가의 작곡가들은 19세기 후반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실 낭만주의 시대와 그 이전에도 서유럽 이외의 국가들의 민속적 색채가 담긴 작품들은 존재했었다.

요하네스 브람스는 1850년대 헝가리의 바이올리니스트 에드 레메니와의 만남을 계기로 헝가리 춤곡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엄밀히 말하면 브람스의 ‘21개의 헝가리 춤곡’은 헝가리 마자르 지역을 떠돌다가 정착한 집시들의 민속 선율들이 차용된 작품들이다. 당시 독일의 웬만한 중산층 가정 응접실에는 피아노가 있었고, 한 대의 피아노에서 두 명이 나란히 앉아 연주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이 작품집은 많은 독일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피아노뿐 아니라 다양한 악기 편성으로 편곡되어 지금까지도 전세계적으로 자주 연주되고 있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5인조 중의 한명인 밀리 발라키에프의 대표작인 ‘이슬라메이(Islamey)’는 이슬람적인 동양풍의 환상곡이다. 그는 1869년 중앙아시아의 카프카스(코카서스) 지방을 여행하던 중 시르카시아의 왕자가 연주해 준 민속 춤곡에 반해 그 선율을 중심으로 피아노 작품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보통 한 작품을 수 년에 걸쳐 작곡했던 발라키에프지만 이 곡은 겨우 한 달 정도에 작곡을 마쳤다. 발라키에프 자신이 뛰어난 피아니스트였고, 또 짧은 시간에 작곡했기 때문에 매우 기교적이고 난해한 부분이 많아 여러 교정본과 판본이 존재한다. 

산치대탑 부조에 나타난 까삿바 3형제의 귀의.

이 곡은 마치 리스트의 피아노 악상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 곡의 시작부터 연타음과 3도 4도의 연속되는 패시지 등으로 청중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발라키에프는 크림반도의 타타르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사랑의 노래 선율도 두 번째 주제로 넣었다. 소박하고 아름다우며 느린 주제는 기교적이고 복잡한 첫 번째 주제와는 대조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첫 번째 주제의 화려한 변주가 다시 이어지고 마지막 부분인 코다 역시 격렬한 빠른 템포의 민속적인 색채를 주는 선율로 마무리된다. 이 화려하고 매력적인 작품은 여러 비르투오소들이 즐겨 연주하여 피아니스트의 테크닉을 자랑할 만한 레퍼토리로 사랑받게 되었다.

헝가리의 작곡가 벨라 바트록은 중앙 유럽의 민요 수천 곡을 녹음하고 채보하여 체계적으로 분류했다. 졸탄 코다이와 더불어 헝가리 음악의 개척자라고 할 수 있는 그는 헝가리의 향토적인 소재들을 작품에 사용하여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또한 주변의 루마니아까지 눈을 돌려 고유의 민속음악을 찾고자 했다. 원래 헝가리 트란실라바니아 지방의 일부였다가 루마니아 영토가 된 비할, 토론탈 등의 지역의 민요와 춤곡을 수집하여 재탄생시킨 작품이 바로 ‘6개의 루마니아 포크댄스(1915)’이다. 이 짧고 간결한 춤곡들은 각기 다른 개성과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농부들의 즐거운 모습과 소박한 시골의 풍경, 또 보헤미안적인 요소들을 담고 있는 이 춤곡들은 민속적인 성격이 강한 선율들이 자연스럽게 보편적인 피아니즘에 녹아들어간 대표적인 예로 볼 수 있다. 

붓다가 까삿바 3형제와 그 제자들을 이끌고 마가다국의 수도 라가자하에 도착하자, 빔비사라왕은 여러 바라문과 장자 등을 데리고 붓다를 맞이했다. 붓다가 수행을 하고 있었을 때 빔비사라왕과의 첫 만남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그들은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붓다에게 귀의한 빔비사라왕은 붓다와 제자들이 머무를 수 있는 대나무숲을 기증하였다. 후에 이곳에는 최초의 사원인 죽림정사가 건립되게 된다. 

기존의 영향력 있던 종교인들의 집단적인 이동으로, 이전까지 무명에 가까웠던 붓다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고, 전면에 나설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까삿바 3형제의 귀의는 속성이 다른 두 가지 음악적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흡수되거나 융합된 클래식 음악의 작품들을 떠올리게 한다. 예술과 종교는 보편적인 감성과 진리, 그리고 아름다움을 공유한다. 모든 음악과 예술로 해석되고 표현될 수 있는 붓다의 생애를 다양한 피아니즘으로 재조명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준희 피아니스트 pianistjk@naver.com

[1494호 / 2019년 6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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