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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아쇼카 대왕의 발원

기자명 고명석

부처님 법으로 행복한 세상 만들던 정치지도자

최초로 인도 전대륙 통일한 뒤
피의 전쟁이 남긴 비참함 목도
법을 위한 정복자 되겠다 발원
전역에 8만4000여 절·탑 세워
종교간 상호존중·평화도 강조

아쇼카는 법을 널리 전하기 위해서 통치 이념을 인도 전역의 바위나 돌기둥에 새겨 넣었다. 바위에 새긴 것이 마애(磨崖)법칙, 돌기둥을 만들어 세운 것이 석주(石柱)법칙이다. 아쇼카왕 석주.법보신문 자료사진
아쇼카는 법을 널리 전하기 위해서 통치 이념을 인도 전역의 바위나 돌기둥에 새겨 넣었다. 바위에 새긴 것이 마애(磨崖)법칙, 돌기둥을 만들어 세운 것이 석주(石柱)법칙이다. 아쇼카왕 석주.법보신문 자료사진

부처님 법을 정치이념으로 이 사회에 구현한다면 어떻게 전개될까? 잘 사는 나라, 부의 공평한 분배, 자비와 선의 실천, 정의의 구현, 청정한 사회, 인간뿐만 아니라 온 생명에 대한 자애, 고독한 사람들에 대한 따듯한 시선과 보살핌, 죄 지은 자에 대한 위로와 용서, 사치스럽지 않고 소박한 삶, 이웃과 사람에 대한 공경, 다른 종교를 비롯한 가치와 이념들의 인정과 상호 존중 등이 아닐까? 사실 이러한 사회를 만들려고 부처님은 법을 설하신 것이 아닌가? 무아, 연기, 중도, 공 등 부처님 법의 지향점, 그것의 구체화란 바로 위에서 언급한 사항들이라고 보면 이는 법에 대한 지나친 세속적 관점일까? 그러나 사람들은 바로 이러한 점들을 종교에서 바라고 있지 않은가. 정치에서 종교를 넘은 종교성이 강조되는 요즘 아닌가.

역사적으로 부처님 법을 현실 사회의 정치에서 실현하려고 원을 발하고 완벽하게 구현하려 했던, 아니 사실 그렇게 실천했던 사람이 인도 마우리야(Mauriya ; 공작) 왕조의 아쇼카(Aśoka, B.C. 273~232) 대왕이다. 

아쇼카 대왕은 부처님 열반 200~250년을 전후에서 인도 남단을 제외하고 아프가니스탄에 이르기까지 인도 전대륙을 최초로 통일하여 법으로 나라를 다스렸던 성군(聖君)이다. 그래서 아쇼카 대왕을 전륜성왕(轉輪聖王)이라 부른다. 부처님이 불교의 가르침으로 중생을 구제하고 세상을 평화롭게 만드는 정신적 지도자라면, 전륜성왕은 정치로 세상을 행복하게 이루어가는 정치적 지도자다. 전륜성왕의 정치적 지도이념에는 부처님이 천명하는 정신적 가치 또한 담아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 보아야 한다.

전륜성왕 아쇼카는 왕비와 가족의 영향으로 서서히 불교와 가까워진다. 결정적으로 B.C. 262년 인도 남동부의 칼링가(Kalinga) 지방을 정복하는 과정에서 그는 전쟁의 비참함을 목도한다. 전쟁과는 아무 연고도 없는 사람들, 애처로운 눈망울을 한 가축들이 처참하게 죽어나가는 것을 보고, 이에 대한 깊은 뉘우침 속에서 전쟁에 의한 승리는 진정한 승리가 아니고 법에 의한 승리야말로 진정한 승리임을 깨닫는다. 그리하여 그는 폭력과 피를 부르는 정복자가 아니라 법을 위한 정복자가 되겠노라고 원을 세우고 법에 의한 통치를 선언한다. 대왕은 법을 가르치고 법을 토론하는 것을 가장 큰 즐거움으로 여겼다. 그것은 법이 사람들을 향상시키기 때문이었다. 그는 말한다.

“자비, 자선, 진실, 청정, 부드러움, 선함으로 이루어진 법[담마]의 훌륭한 행위와 법의 실천이 사람들 사이에 향상되어 나가는 것이 나의 뜻입니다.”(‘석주법칙 7’, 일아 스님 번역 참조)

아쇼카 대왕은 정당한 이유 없이 살생을 하거나 어린 가축, 새끼를 밴 어미를 죽이지 않도록 했다. 모든 불자들이 포살을 지키도록 했으며 포살 일에는 살생을 금하고 고기를 판매하지 못하게 했다. 적게 소비하고, 최소한 재물을 소유하는 것은 훌륭한 일이라고 했다. 여행에 지친 사람과 동물들을 위해 우물을 파고 나무를 심었으며, 휴게소를 지었다. 부모에 순종하고, 웃어른이나 형제, 친척, 친구에게 바르게 대하라고 했다. 

아쇼카는 법을 널리, 그리고 세세손손 전하고 실천하기 위해서 이러한 법에 입각한 통치 이념을 인도 전역에 걸쳐 국경지역, 부처님 유적지 등의 바위나 돌기둥에 새겨 넣었다. 바위에 새긴 것이 마애(磨崖)법칙, 돌기둥을 만들어 세운 것이 석주(石柱)법칙이다. 이러한 유적들은 법의 정신성 못지않게 예술성 또한 뛰어나 현재 인도의 국기나 화폐 등에는 석주와 그 상징물들이 표현되어 있을 정도다.

뿐만 아니라 그 법에 의한 통치가 잘 구현될 수 있도록 법 행정관과 외교 사절단이자 포교사절단을 인도 전역과 국경지역, 인도 주변의 많은 나라에 파견하였다. 법 행정관은 법에 의한 실천이 사회 곳곳에 원만히 이루어지고 있는지, 누가 법을 잘 실천하는지,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쓰고 고통 받는 사람은 없는지, 이유 없이 감옥에서 풀려난 사람은 없는지 살피도록 했다. 살인자들에게 죽음에 앞서 자선을 베풀 기회를 주어 좋은 세상에 태어날 수 있는 안심과 마음의 정화를 이루게 해 준 점도 눈여겨 볼 점이다. 대왕은 스스로 불교 유적지를 순례하면서 법대로 잘 시행되고 있는지 민심을 살피기도 했다.

외교 사절단은 마케도니아와 이집트, 미얀마 등 16개 국가에 파견했다. 이는 각국에 불법을 전하는 동시에 의료와 복지 지원을 통해 우호를 증진하고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마음 씀이었다. 피에 의한 전쟁은 아주 큰 아픔이었기 때문이다. 대왕은 말한다.

“모든 사람은 나의 자손입니다. 나 자신의 자녀가 복지와 행복을 이 세상과 저 세상에서 얻기를 염원하는 것과 똑같이, 모든 사람들이 복지와 행복을 위해 이 세상과 저 세상에서 얻기를 원합니다. 이것이 모든 사람들을 위한 나의 원입니다.(‘마애법칙 16’, 일아 스님 번역 참조)

아쇼카의 남다른 가치는 종교간의 상호존중과 평화를 강조했다는 점이다. 대왕의 집권시절 인도에서는 불교뿐만 아니라 여러 종교가 공존하던 다종교 상황이었기에 종교간 화합이 중요했다. 오늘날 종교평화선언문이라 손색이 없는 그 구절을 소개해 본다.

“자신의 종교에 대한 헌신과 선전으로 남의 종교를 비난하는 것은 자신의 종교에 오히려 더 큰 해악을 가져다 줄 뿐입니다. 서로 알고 지내는 조화가 최선입니다. 다른 종교의 가르침에 귀 기울이고 존경해야 합니다. 그리하면 자신의 종교도 발전하게 되고 진리도 더욱 빛나게 될 것입니다. (‘마애법칙 12’) 

이 외에도 불교사에서 아쇼카 대왕의 위대한 업적을 들라면, 출가한 아들 마힌다를 스리랑카로 파견하여 오늘날 상좌부불교의 전통을 잇게 하였다는 점이요, 다른 하나는 화합하지 못하고 대립하던 당시의 잘못된 승가의 정화다. 이는 3차 결집을 시행하여 이교도들의 이교 행위를 막고 분열을 일으켰던 승려의 승가 추방으로 이어진다. 국가재정을 제외하고 많은 재산을 보시하여 인도전역에 8만4000개의 탑과 절을 지었다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는 업적이다.

아쇼카 대왕은 다른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다른 사람에게 먼저 선을 베푸는 사람은 하기 어려운 일을 행한 사람이라고 했다. 마더 테레사도 말하지 않았던가. “사람들은 도움이 필요하면서도 도와주면 공격할 지 모른다. 그래도 도와주라.” 아쇼카는 여기에 더 보탠다. 자기 자신을 절제하지 못하고 청정하지 못하며 감사할 줄 모르면 보잘 것 없는 인생이다. 

고명석 불교사회연구소 연구원 kmss60@naver.com

 

[1494호 / 2019년 6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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