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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힘

기자명 유정길
  • 법보시론
  • 입력 2019.07.01 13:32
  • 수정 2019.07.01 16:23
  • 호수 1495
  • 댓글 5

영국의 사회운동가이자 기업가인 아니타 로딕은 “변화를 위해 한 사람의 힘이 너무 작고 별 소용이 없다고 생각되면, 작은 미물인 모기 한 마리를 방에 두고 같이 잠을 자보라”고 했다. 모기 한 마리로 비해 비교가 안 될만큼 큰 당신이 밤새 얼마나 괴롭힘을 당할까 상상해보라. 한 사람이 끼칠 수 있는 영향은 가히 상상할 수 없다. 거대한 변화는 모두 결국 한 사람에게서 시작된 것이다. 

얼마 전 서울 불교환경연대 사무실 앞에 위치한 불교단체인 사단법인 룸비니에 들른 적이 있다. ‘전태일 평전’을 쓰신 고 조영래 변호사님, 박세일 서울대 교수, 현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룸비니 출신 사회명사는 헤아릴 수없이 많다. 룸비니는 이홍철 법주님을 중심으로 1959년 4월7일 설립됐다. 그는 서울과 경북 등 전국의 좋은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열정적으로 포교했고, 창립 이후 중고등부, 대학부, 법도회 등으로 나눠 꾸준히 법회를 열었다. 그리고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이화여대에는 대불련과 더불어 별도의 룸비니 동아리가 있었다. 그는 학교 앞에서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전단지를 나눠주며 직접 포교를 하고 사회에 큰 인재들을 불법으로 인도하는데 역할을 했다. 스님의 도움 없이 이 한 분의 큰 원력과 신심으로 이렇게 60년간 불교인재 불사를 해온 것이다.

룸비니 출신으로 빼놓을 수 없는 분이 박광서 교수이다. 그는 1980년대 말 미국에서 돌아와 혼신의 열정으로 1988년 교수불자연합회를 만들고, 1991년 ‘우리는 선우’라는 불교단체를 창립하여 신행뿐 아니라 사회운동에도 혼신을 힘을 다했다. 당시 그는 사회운동에 재가자를 대표하는 역할을 했다. 특히 1995년에는 경주 시내 고속전철 통과노선을 저지하고 우회노선을 관철시키는 큰 역할을 했다. 이후 재가연대의 전신인 한국불교재가회의를 만들어 헌신적인 불교 지식인들을 조직하는 역할을 했고 현재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을 설립하여 우리사회 종교편향을 바로잡는 일을 하고 있다.

또 한때 가까이 계셨던 분으로 동출 스님의 열정을 잊을 수 없다. 스님은 정토회 초기인 1990년에 월간 ‘정토지’를 들고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해 자동차도 없이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알리고 전법하는 역할을 했다. 필자가 불교를 알기 시작할 초기, 원력이라는 말을 감동적으로 실감하고 내 자신에게 큰 모델이 되어준 분이다. 이후 설법연구원을 설립하여 월간 ‘설법’을 계속 발행했으며, 출판사 ‘솔바람’을 만들어 수많은 책을 발행하고, 어린이 포교의 중요성을 인지해 어린이불서를 많이 만들었다. 또한 재가자들, 특히 50여명의 시민단체활동가들을 지원하면서 불교 내 시민사회를 위해 크게 노력했다. 이 한 분이 있어 불교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가.

또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최종환 국장이다. 그는 1989년 사회복지를 조계종에 소개했고, 탁아교사양성교육을 실시하면서 사회부에서 2년간 무급 자원봉사활동을 했다. 이어 1995년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설립을 주도했다. 그의 열정은 가히 놀라웠다. 당시 불교계 복지시설은 95개에 불과했지만, 2019년 현재 1100여개가 되어 25년간 약 10배 규모로 성장했다. 현재 개신교가 2000개, 가톨릭이 1000개의 복지시설을 갖고 있다. 지금 불교복지에 이처럼 종교적 균형을 만들어낸 것은 스님들의 많은 노력도 있었겠지만 그의 투지와 불도저 같은 역할이 컸으리라 생각된다. 실제 2000년초 이웃종교의 복지관련 인사로부터 정부 복지시설이 종교간 균형이라는 강력히 문제제기로 불교가 휩쓸고 있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아무튼 지역에서는 젊은이들이 줄어 초파일이나 행사 때 일할 사람 찾기도 어려운데 이 많은 복지재단의 실무자들이 그래도 지역에서 불교행사에 큰 일꾼이 되어주고 있다. 이 또한 한 사람이 들어와서 시작된 변화이다.

원력보살들이 어디 이들뿐이겠는가. 곳곳에서 깊은 불심으로 크게 작게 활동하고 있을 분들이 많을 것이다. 지금 불교가 있기까지 신심과 열정을 갖고 매진해 온 한 사람, 한 사람 보살의 공덕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불교가 다시 부흥을 하는데도 바로 그 한 사람이 필요하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바로 그 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불교의 개혁은 제도와 시스템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신심과 열정을 갖는 원력보살을 많아지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고통 받는 사회를 구원하고 불교의 새 시대를 만들 한 사람을 기다린다.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ecogil21@naver.com

 

[1495호 / 2019년 7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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