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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종장교 제도 과거사 규명 필요하다

기자명 이병두

군종제도가 창립되던 1950년대 초에 한국사회 최대의 종교는 불교였다. 그런데 군종제도를 운영하는 어느 나라든 종교인구 면에서 최대 규모인 종교를 처음부터 배제하는 경우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지만, 한국에서는 군종 창립 당시 불교가 참여자격을 얻지 못하였다.

“군종은 군인들의 종교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다. 현대사회의 군종제도가 정교분리 위반 논란에도 불구하고 존재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근거가 군인들의 종교자유를 보장하는 유효한 수단이라는 점에 있다. … 가장 많은 군인들이 신봉하는 종교가 배제된 상태에서 군대 내 종교의 자유 자체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임은 너무나도 명백한 사실이다.”

‘대체 왜 이런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상황이 조성되었을까?’, 종교사회학자 강인철이 ‘종교와 군대: 군종, 황금어장의 신화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에 실린 위 대목의 마지막에 던지는 이 질문은 불교계에서 이미 오래 전에 제기하고 정부에 그 답을 요구했어야 마땅하다.

한국 정부의 군종제도 도입은 1950년 한국전쟁 발발과 관련이 있지만, 감리교 장로였던 대통령 이승만은 그 특혜를 기독교에만 주려고 ‘기술’을 발휘한다. 기독교의 군종 참여와 관련하여 1950년 9월18일부터 12월21일까지 여러 차례 미국 출신의 개신교 선교사‧신부와 한경직 목사 등을 면담한 자리에서 이승만은 “국가재정 부족으로 군종 요원들에게 정부 예산을 지원할 여력이 없다”면서 그 “방안을 교회 측이 마련하라”고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군종 요원들에게 정부 예산을 지원하면 그리스도교 이외의 종교들도 군종제도에 참여하겠다”고 나서게 될까봐 우려스럽다고 하여 ‘다른 종교들의 군종 참여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이것은 이승만 정권 시절에 출범한 군종 제도가 기독교에 제공되는 ‘특권’이었음을 확실하게 보여준 것이다.

불교계에서도 전쟁 기간 중 많은 스님들이 ‘종군포교사’로 활동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군종제도가 출범할 때 철저하게 외면‧배제한 뒤 기독교 성직자들만 참여시켰는데 이런 일은 처음부터 ‘기독교식 군종제도’를 만든다는 이승만과 기독교계의 암묵적 합의에 따른 것이다. 이와 같은 이승만의 종교적 편견과 아집 때문에 17년 동안 기독교(개신교와 가톨릭)가 군 장병과 전쟁 시절 포로수용소에 대한 포교를 독점하였고 그 결과로 해방 당시 개신교와 가톨릭을 합하여 인구의 5%에 미치지 못했던 종교 분포가 역전되어 1960년대 중반에는 개신교인이 3군 참모총장‧해병대사령관과 주월한국군사령관을 동시에 맡게 되고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기존의 종교 분포가 완전히 바뀌게 되었으며, 유교‧천도교‧대종교 등이 소수 종교로 밀려나는 종교 판도 역전현상이 확고하게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런 불리한 상황과 여건에서 불교가 소수 종교로 밀려나지 않은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최근 불교인구의 감소 현상을 두고 ‘조계종 집행부’에 모든 책임을 돌리는 여론이 일부 있지만, 이런 입장은 ‘장님 코끼리 더듬기’ 식으로 단견에 사로잡힌 것이다. 현재 기독교를 포함한 다른 종교계도 신도 감소나 정체 현상을 맞이하고 있고, 그 배경에는 숱하게 많은 원인이 복잡하게 얽혀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승만 정권 이래 기독교 교세의 급성장은 그들에게만 군 포교를 독점하게 특혜를 준 이승만 덕을 본 것이 분명하고, 반면에 불교와 천도교 등은 이승만에게 입은 피해가 막심할 것이다.

현 정부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일제 강점기에서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벌어졌던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과거사 청산’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이참에 ‘군종장교 제도’에 독점적 지위를 부여한 것을 비롯하여 이승만 정권의 기독교 특혜 정책을 재검토하고 그 잘못에 대하여 정부가 사과한 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주어야 마땅할 것이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495호 / 2019년 7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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