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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으로 떠난 여행에서 길어 올린 글·그림

  • 불서
  • 입력 2019.07.01 14:03
  • 호수 1495
  • 댓글 0

‘치유의 섬, 만다라’ / 민보현 지음 / 모과나무

‘치유의 섬, 만다라’

“남편을 떠나보낸 지 삼년. 누구나 그렇듯 이별의 아픔은 오랫동안 덮쳤고 홀로서기에는 너무나 버거웠다. 누구나 한 번 태어나 죽음을 맞이하고, 그 시기가 조금 빨리 왔을 뿐이라고 애써 위안하지만 어둠의 터널을 쉽게 빠져 나오지 못했다. 날이 따뜻하면 따듯해서, 찬바람이 불면 차가워서 그를 잊지 못했다.”

인간 정신의 진수를 글과 그림으로 수놓는 작가 민보현은 그렇게 매일 눈물을 흘렸고, 정신 나간 사람처럼 멍한 시간이 늘었다. 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삶이 그대로 망가질 것 같았다. 이때부터 새벽 예불과 명상으로 몸과 마음을 다스렸고, 떠오른 생각을 형상화한 만다라를 그리기 시작했다. 

만다라는 자신의 영감을 표현할 수 있으므로 현대 들어 종교적·철학적·예술적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정해진 틀과 형식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나 그릴 수 있고, 잃어버린 마음의 중심을 찾기 위해 누구나 떠날 수 있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으로 불린다.

작가 민보현도 그렇게 만다라 그리기를 시작했다. 새벽에 일어나 부처님을 예경하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떠오른 그때의 상념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더불어 그때의 상념을 글로 기록했다. 그림을 그리며 떠오른 감상을 적은 것도 있고, 그림을 그린 뒤에 다시 그 그림을 보며 떠오른 감상을 적은 것도 있다. 글이 그림이 되고 다시 그림은 글이 되면서 먼저 떠나보낸 남편과 이어져 있었다. 

그렇게 남편을 향한 그리움은 글이 되었고, 사랑은 그림이 되었다. ‘치유의 섬, 만다라’는 그 글과 그림을 엮었다. 상담심리학과 미술치료를 전공하고 전각만다라에 매진하면서 명인으로 불리는 저자가 책에 자신의 미술심리치료 과정을 담은 셈이다. 자신이 겪은 이별과 아픔의 고통을 그대로 드러내고 그것을 명상과 기도, 만다라를 통해 치유하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저자가 자기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시작해 무의식의 내면세계와 치유의 과정을 오롯이 옮긴 책에는 수행과 명상으로 길어 올린 마음, 자아, 이별, 아픔, 고통, 치유, 인생, 기쁨, 행복,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전각만다라에 전력해온 민보현 작가가 명상을 통한 치유과정을 담은 글과 그림을 한 권 책으로 엮었다. 민보현 作 ‘새벽기운(왼쪽)’과 ‘땡큐, 나의 인생아’.

저자는 먼저 “아픔이라는 녀석이 한동안 가슴 구석 모퉁이에 쪼그리고 앉아 나를 힐끗힐끗 쳐다본다.(…)외면하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내 마음은 그리 냉정하지 못해 다가오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도망가려 몸부림친다. 끊임없이 내 안에서 아픔과 고통은 요동치며 시끄럽다”고 속내를 솔직하게 드러낸다. 

이어 매일 명상을 통해 무의식의 내면세계와 마주하면서 “새벽 기운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몸과 마음을 이완하고 감각과 감정에만 집중한다. 평화로움은 내 삶의 길동무가 되었고 자애로움은 생명을 향한 안내자”가 되었고, 드디어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은 마음과 몸을 병들게 하니 모든 것을 놓아버리자. 행동과 말과 생각을 참되게 함으로 육체의 치유 웰빙, 마음의 치유 힐링, 준비된 아름다운 죽음 웰다잉”이라며 이별의 고통을 치유하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작은 일에도 허둥지둥 하던 어제와 달리 웬만한 일에도 애간장 태우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리는 모습을 알아차린다. 오늘도 내 자리에서 달린다. 땡큐, 나의 인생아”라며 지난한 삶을 통해 인생의 깊이를 더한 자신과 당당하게 마주섰다.

이처럼 저자의 치유과정을 담은 만다라와 명상 글을 읽다보면 영적이고 창의적인 접근 방식에 놀라게 된다. 특히 자신만의 기도이자 발원문과 같은 글은 내면의 조화와 치유, 행복이 기다리는 만다라의 영적 치유를 만나는 길로 안내하는 이정표에 다름 아니다. 1만6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95호 / 2019년 7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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