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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영주 비로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

기자명 이숙희

나말여초 진공대사가 중창한 사찰
아미타불 나란히 모신 특이한 배치

아담한 크기에 신체비례 적당
육계는 끝이 뾰족한 삼각형태
아미타불 수인도 금강계 계통
신라적 변용된 불상 배치 사례

비로사 대적광전에 봉안된 비로자나불상과 아미타불상. ‘석불, 마애불’(예경, 2004). 

경상북도 영주 비로사(毘盧寺)는 신라 말에서 고려 초에 걸쳐 활동했던 진공대사(眞空大師, 869∼940년)가 중창한 곳으로 매우 오래된 절이다. 비로사 대적광전에는 비로자나불상과 함께 아미타불상이 나란히 안치되어 있는데 종래에 볼 수 없었던 특이한 배치 형식이다.(사진 1, 2) 이 두 불상이 처음부터 함께 봉안되었는지, 아니면 각각 다른 법당에 있었던 것을 나중에 옮겨온 것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비로사 석조비로자나불상은 원래 호분이 두껍게 칠해져 있었으나 지금은 그 위에 금이 입혀져 이전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 아담한 크기로 단정하고 신체비례도 적당하다. 머리 위의 육계는 끝이 약간 뾰족한 삼각 형태이다. 

육계 사이로 2개의 계주(髻珠)가 장식되었으나 모두 후에 보수된 것이다. 둥근 얼굴에는 눈, 코, 입이 작고 또렷하게 표현되었으며 두귀는 어깨 가까이 늘어져 있다. 양쪽 어깨를 덮은 통견의 법의를 입었는데 팔뚝과 팔목, 발목에 일정한 간격의 띠주름이 밀집되어 있고 다리 사이에는 부채꼴 모양의 옷주름이 표현되었다. 가슴 위로는 내의와 띠매듭이 보인다. 두손은 가슴 위로 올려 모아 오른손이 왼손의 둘째손가락을 쥐고 있는 전형적인 지권인을 하고 있다.
 

비로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 통일신라 후기, 높이 114㎝.

광배는 여러 개의 단편으로 파손된 채 경내 요사채 앞에 방치되어 있다. 두광 주위로 돌려 새겨진 연꽃잎을 중심으로 보상당초문이 화려하게 장식되었고, 그 바깥쪽으로는 신광을 표현한 2줄의 테두리선에 4구의 화불(化佛)이 좌우대칭으로 배열되었다. 광배 꼭대기에는 원래 삼존불상이 있었으나 결실된 것으로 짐작된다. 대좌 역시 팔각연화대좌의 상단만 드러나 있고 아랫부분은 불단에 가려져 있으나 일부 파손되었다. 

비로사 석조비로자나불상은 얼굴표현이나 신체비례, 옷주름 표현, 광배, 대좌에 이르기까지 863년경의 대구 동화사 비로암 석조비로자나불상을 비롯하여 867년경의 봉화 축서사 비로자나불상, 괴산 각연사 비로자나불상, 창원 불곡사 비로자나불상 등 경상도 지역에서 조성된 통일신라 후기의 불상과 유사한 특징을 보여준다. 또 함께 안치된 석조아미타불좌상의 손모양은 엄지와 둘째손가락만 구부려 둥근 원형을 이루고 있는데 이는 금강계 계통의 밀교경전에 의거한 것으로 아미타불상의 전형적인 선정인과는 다른 새로운 수인이다.    

비로사의 비로자나불상과 아미타불상이 함께 배치된 형식은 밀교도상과 관련이 있으나 불교신앙의 흐름에 따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당시 신앙되고 있었던 불상만 선택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즉, 화엄종 출신의 승려들이 통일신라 후기에 새로이 등장하는 선종으로 바꾸면서, 8세기 화엄종의 주존인 아미타불상과 9세기 화엄종의 주존인 비로자나불상을 예배대상으로 모시게 되었다는 불교사적인 배경과 관련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불상 배치는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것으로 신라적으로 변용된 한 예라 할 수 있다.

이숙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shlee1423@naver.com

 

[1495호 / 2019년 7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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