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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 부재의 큰스님 찬양

칭송일변도 논문들 다수
비판과 한계 지적은 회피
불경에 입각한 평가 필요

불교를 주제로 한 크고 작은 학술대회가 한해 100건이 넘는다. 불교 관련 연구소나 학회 주관이 대부분이지만 사찰이나 문도, 특정 스님을 연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관에서 여는 학술대회도 부쩍 늘었다. 이러다 보니 불교인물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더불어 비판 부재의 학계 풍토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비판적 검토는 학문 연구자의 본령이다. 특정 스님의 사상과 행적을 다룰 때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근대 이전 스님의 연구는 비문과 어록이 중심 자료가 된다. 그런데 당시 탑비를 세우고 문집을 편찬한 주체들이 주로 해당 스님의 문손이다 보니 자료의 신뢰 문제와 맞닥뜨린다.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일반 역사서와 다른 문헌을 적극 참고하는 것도 일방적인 미화나 폄훼를 넘어 ‘진실’을 드러내기 위한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태고보우 스님을 비롯한 몇몇 역사적 인물들은 불교계 안팎의 평가가 극명히 달라 보다 신중한 접근을 필요로 한다는 게 관련 연구자들 설명이다.

근현대 스님들은 상대적으로 자료가 많지만 연구는 더욱 어렵다. 근대 이전 스님들도 문중과 사찰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지만 근현대 스님들은 더욱 직접적이다. 더욱이 문도나 사찰이 주관하는 학술대회에서 객관성을 담보하기는 쉽지 않다. 근래 ‘큰스님’ 관련 학술대회 성격이 칭송일변도로 치우친 것도 이러한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불교학자들은 주최 측 요구에 부응해 각자 자기 전공에 맞춰 해당 스님의 장점과 긍정성을 최대한 드러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정 스님과 관련된 이 같은 성격의 학술대회가 몇 차례 반복되면 그 스님과 관련된 논문이 수십 편 쌓이고 결국 흠결 하나 없는 완벽한 ‘큰스님’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사찰이나 문도에서도 정확한 사실 구명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보니 학자들도 논란이 될 만한 사안은 외면하거나 긍정적인 부분에만 주목하고는 한다. 심지어 계율에 명백히 어긋나는 행위들이 걸림 없는 방편과 무애행으로 미화되는가 하면 황당한 예언을 하거나 사주팔자를 중시했던 일, 정치적으로 부적절한 언행에 대한 비판도 찾아보기 어렵다. 특정 스님을 연구하는 곳에서는 누군가 그 스님의 사상에 대해 비판하자 “배신자”라고 노골적으로 낙인찍는 일도 있었다. 비판이 사라지고 칭송만이 당연시 여겨지는 풍토가 자리 잡으면서 ‘주문자 생산 방식 논문’이라는 우스갯소리들도 나온다.

불교학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없지는 않다. “(큰스님 기념사업에) 동참하는 학자들은 주제에 대한 학술적 객관성보다는 주최 측 의도와 유사한 해석과 논지를 전개하기도 한다. 그 결과 이러한 성격의 논문들은 그 학문적 객관성을 다시 검증해야 하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김용표 동국대 명예교수) “설득력도 없고 객관적이지도 못하고 공정하지도 않으며 그래서 납득되지도 않는 평가 기준을 제시하고 그 기준에 따라 평가한 결과라면 아무에게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박재현 동명대 교수) “학자의 본령은 사찰에 불려가서 적당히 듣기 좋은 얘기해주는 것이 아니라 진실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데 있다.”(최병헌 서울대 명예교수)
 

이재형 국장

사찰과 문도에서 ‘우리 스님’의 뛰어난 점을 드러내려는 것을 뭐라 할 수 없다. 그러한 큰스님 현창과 추모 사업의 의미도 크다. 그러나 학자들까지 무비판적으로 칭송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물론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겠지만 불경과 율장에 입각해서 엄격한 평가의 잣대를 들이대고 칭송할 것은 칭송하고 한계가 있다면 지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이름 난 스님(名僧)’과 ‘덕 높은 스님(高僧)’을 구분하겠으며, 후학들이 믿고 따라야 할 바람직한 출가자상을 제시할 수 있을까. 과도한 비판이 실상을 가리는 일도 있지만 무비판의 칭송은 불교라는 정체성 자체를 아예 무너뜨릴 수 있다.

mitra@beopbo.com

 

[1496호 / 2019년 7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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