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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 전영우 명예교수

“정암사 → 법흥사 → 오대산 적멸보궁을 세계적인 순례길로”

사찰숲의 유래 신라시대 당시
왕실에서 땔감숲 주면서 시작

사찰숲, 국민 힐링 위한 보고
스님과 불자 늘 가까이 있어
가치 몰라보는 것 같아 답답 
한해 공익적 가치만도 2조원

세계인 찾는 순례길 조성하고
사찰숲 가치 적극 연구해 활용
불교 백년대계 밑거름 됐으면 

사찰숲 전문가인 국민대 명예교수인 전영우 교수가 6월30일 강남 봉은사 법왕루에서 사찰숲의 가치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강의에 앞서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사찰숲은 나라 전체 산림면적 중 얼마나 될까요? 짐작하기도 어렵나요? 먼저 우리나라 전체 산림면적은 남한의 전체 면적인 1000만 헥타르(ha, 1ha=1만㎡) 중 634만 헥타르입니다. 63%가 산림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중 조계종 소유의 산림은 전체 면적의 1%인 6만3000헥타르 정도가 됩니다. 언뜻 보기에는 1%가 ‘별게 아니다’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만한 산림을 갖고 있는 기관은 국가기관을 제외하고는 없습니다. 이야기를 국립공원으로 좁혀서 보면 사찰이 소유한 산림을 뺄 경우 국립공원 자체가 유지될 수 없는 국립공원이 4~5개에 달합니다. 핵심적인 산림을 사찰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삶에 있어서 숲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요? 불자들은 사찰이 숲에 있기에 절에 가면 숲이 있는 그 자체를 당연하게 여기시겠지만 세상은 숲을 보는 관점을 달리하고 있고 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숲의 중요한 가치를 말해주는 연구결과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미국에서 이루어진 연구결과인데요, 두 그룹의 수술 환자를 나누어 두 곳의 입원실에 각각 입원을 시켰는데 한 입원실은 창밖으로 숲이 잘 보이는 곳이고 다른 그룹의 수술환자들은 창밖으로 회색빛 벽면만 보이는 곳에 수용했다고 합니다. 두 그룹의 수술 환자들이 얼마나 빨리 회복하는가, 항생제의 부작용이 얼마나 차이를 보이는가, 의사와 간호사에 대한 불평불만은 어떠한가에 대해 그 차이를 조사한 겁니다. 결과를 세계적 학술지인 ‘사이언스’에 발표했는데 그 결과는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숲이 보이는 입원실 환자들의 회복이 더 빨랐으며 항생제에 대한 부작용도 적었으며 의료진에 대한 불평불만도 더 적게 나왔기 때문입니다. 

강의에 앞서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께 “봉은사 터는 얼마나 됩니까?”하고 여쭈니 “대략 2만여평을 겨우 지킬 수 있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주지 스님께서 “겨우 2만여평”이라고 말씀하셨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도심 한 복판에 이런 녹지가 있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고 이러한 현실에 정말 감사해야 하고 고마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구절은 제가 매우 좋아하는 구절입니다. 

“숲(Wald), 발트 단 한 음절입니다. 그러나 그 속에는 동화와 경이의 세계가 숨어 있습니다.”

독일연방공화국 초대 대통령 테오도어 호이스가 “숲에는 동화와 경이의 세계가 숨어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계량화 할 수 없는 무궁무진한 가치가 바로 숲에 깃들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본격적으로 나무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지금 보시는 화면의 생명체는 어떤 생명체일까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사는 생명체, 가장 몸통이 큰 생명체, 가장 키가 큰 생명체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어린왕자가 가장 무서워하는 생명체인데요, 바로 나무를 말하는 겁니다. 나무는 숲을 이루는 생명체입니다. 이 사진 속 나무는 해발 3500m의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브리슬콘 소나무입니다. 5000년을 삽니다. 저 나무의 1mm의 나이테 속에는 7년 동안 자란 성장의 이력이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숲이 완전히 파괴된 나라는 단 두 나라가 있는데 그 중 한나라가 우리나라이고 다른 한 나라는 독일입니다. 독일은 200년 전 숲이 파괴되어 200년간 아주 힘들게 복구해서 세계에서 숲을 제일 잘 가꾼 나라로 발전해 이제는 산림기술이 가장 앞선 나라로 통합니다. 우리나라 역시 독일의 산림기술을 전수 받았습니다.

외국에서는 우리나라 숲을 세계적인 성공사례로 꼽습니다. 우리 민족의 자존심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흔히 말하기를 “숲은 탄소를 담는 큰 그릇”이라고도 합니다. 어르신들의 경우 어릴 적에 식목일이면 집집마다 나무를 심으러 다니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젊은 세대는 우리 숲에 대해 관심도 없고 저절로 복구된 것으로 착각하고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일하게 숲을 성공적으로 복구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인데도 말이지요. 그래서 세계 각 나라에서는 “한국의 숲을 본받으라”고 말합니다. 

흔히 일제강점기에 우리 숲이 일제에 의해 수탈되었다라고 이야기하는데 일부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숲이 조선 후기부터 엄청나게 헐벗은 단적인 사례는 1890년대 찍은 사진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광화문 뒤편의 북악산 일대와 무악재 주변의 인왕산은 그 당시 이미 헐벗은 모습입니다. 1910년도 합방 이전에 나라전역의 산림 조사 결과를 보면 한반도의 숲은 북한의 개마고원과 태백산맥 일대나 온전할 뿐, 나머지 지역은 헐벗은 걸로 확인됩니다. 1920년대 일제는 두만강과 압록강 일대 원시림을 벌채해서 식민지 경영에 필요한 재원으로 활용했습니다. 1930년대 여주의 모습인데 매우 헐벗은 민둥산을 볼 수 있습니다. 1953년 북한산 일대 모습이나 서울의 돈암동 정릉 북한산 자락도 온통 헐벗은 모습입니다. 우리는 1973년부터 대대적인 산림복구 사업을 펼쳐 100억 그루의 나무를 심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의 국민 소득은 300달러에서 3만 달러로 100배 정도 늘어났습니다. 거기에 비해 숲의 규모는 12, 13배 가량 늘어났습니다. 경제 규모가 100배 늘어난 것에는 사람들이 위대하다며 감탄하고 있으나 자연이 10배 이상의 규모로 성장한 것에 대해서는, 기적적인 일인데도 우리들은 별로 감흥이 없습니다. 우리하고 또 다른 반쪽인 북한 산림의 현재는 매우 황량합니다.   

한국의 사찰 숲에 관한 이야기의 핵심은 사찰 숲에 대해 불자들은 물론 사찰도, 종단에서도 관심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산림학자로서 몇 가지 답답한 현 상황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사찰 숲과의 인연이 1993년도부터 있었고 그 덕분에 몇 권의 책도 펴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사찰 숲에 대한 연구자는 많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산림의 1%가 사찰 숲으로 되어 있으며 조계종 부동산의 97%가 산림이며 사찰 숲의 공익적 기능을 금액으로 환산해 보면 그 산출액이 연간 2조원( 2010년 기준)에 달한다는 사실을 종단은 물론이고 불자님들도 잘 모르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사찰 숲의 기여가 이렇게 지대함에도 우리 종단은 국립공원 입장료를 두고 다투고 있을 뿐 정작 이와 같은 큰 기여에 대해서는 합리적으로 정부에 요구할 줄 모르기에 ‘답답함’이 큽니다. 국립공원, 도립공원, 군립공원의 많은 부분은 사찰숲이 감당하고 있으나 이와 같이 불합리한 대목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데 대한 ‘답답함’이 있습니다. 사찰 57곳이 100만평 이상의 산림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옳게 활용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도 답답함이 있습니다. 이 모두가 불교계, 학계, 불자들의 무관심이 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찰 숲의 유래는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생각해 봅시다.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신라시대 당시 절을 창건하면 왕실에서는 으레 땔감숲(시장 柴場)을 주었다고 합니다. 봉은사의 경우 ‘명종실록’에 보면 지금의 양평군 신원리에 있는 양근과 월계 하류 방향까지 땔감숲이 있었다고 합니다.

사찰숲은 오늘날 승속(僧俗)을 나누는 격리 공간이기에 종교적 기능이 있을 것이며 자연유산으로서의 가치, 건강 증진이나 치유의 가치도 있습니다. 특히 자연유산적 가치를 들여다보면 263건의 자연유산 중 10.6%에 해당하는 28건의 기념물이 있고 명승 109건 중 13건을 보유하고 있기도 합니다. 사찰의 토지면적은 전국토의 0.7%에 불과한데도 그 면적에 비해 천연기념물 등 문화재를 15.3배나 많이 보유하고 있기에 자연유산 보전에 관한 사찰의 기여는 지대하다고 할 것입니다. 

전국의 사찰에는 특히 은행나무가 많습니다. 은행나무 하나만으로도 사찰숲에 관해 할 이야기가 많습니다. 은행나무는 스님들이 중국으로 불법을 배우러 갔다가 우리나라로 들여온 것입니다. 귀중한 약재인 은행을 가져와서 절에 심었고 그로 인해 나라 전체로 은행나무의 재배가 확산되었습니다. 1000년 이상 된 은행나무는 대부분 사찰에 있습니다. 

사찰 숲의 가치가 이렇게 의미가 크지만 대부분의 사찰들은 숲의 가치와 활용 방법을 알려고도 하지 않고 활용하지도 않고 있습니다. 귀중한 가치를 지닌 수목과 숲이 곳곳의 사찰에 있음에도 그 진가를 모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교계에서는 숲을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을 키워야 합니다. 숲해설가와 산림치유지도사 같은 전문가를 양성해 적극 활용했으면 합니다. 

스님들은 물론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저는 평소 지론으로 사찰숲과 관련된 순례길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곤 합니다. 얼마 전 ‘조선일보’에 실린 기사를 보니 한국의 수녀님들이 한국의 산티아고 길이라고 하는 가톨릭의 순례길을 걷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천주교의 전래와 순교의 역사가 깃들어 있는 ‘버그내 순례길’이 그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불자들에게 얼른 떠오르는 불교 순례길이 있을까요? 없습니다. 마침 주지 스님께서 한국사찰림연구소의 이사장에 취임하셨으니 관심을 많이 가져 주셨으면 합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적인 종교적 의미의 순례길이 두 곳 있는데요, 여러분들도 잘 아시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과 다른 하나는 일본의 구마노고도가 그것입니다. 주변 분들과 함께 백담사와 봉정암을 잇는 순례길을 몇 차례 걸었는데 그 코스가 너무 짧아 2015년부터 올해까지 일본의 구마노고도를 다섯 차례 다녀왔습니다. 여기는 으레 가면 고야산에서 제일 큰 사찰인 ‘곤고부지’(金剛峰寺)라는 절에 들릅니다.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순례코스를 반드시 개발했으면 합니다. 태백산 정암사와 사자산 법흥사를 지나 오대산 적멸보궁으로, 다시 설악산 봉정암으로 이어지는 부처님의 진신사리 보궁을 순례하는 코스를 부디부디 개발해 모든 사람들이 죽기 전에 반드시 순례해야 할 순례길이 되었으면 합니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꼭 한번 다녀와야 할 순례 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리=남배현 모과나무 출판사 대표 nba7108@beopbo.com

 

이 강의는 6월30일 강남 봉은사 법왕루에서 진행된 국민대 전영우 명예교수의 ‘우리가 몰랐던 사찰숲 이야기’를 주제로 한 일요특강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1496호 / 2019년 7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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