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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사리풋타·목갈라나의 귀의와 바로크 시대 음악

기자명 김준희

바로크, 침체된 서양음악사에 빛과 같은 업적

17C 초~18C 중반 바로크시대로 명명돼 
비발디·헨델·쿠프랭 등 거장 활동도 눈길
붓다에 귀의한 사리풋타·목갈라나 연상돼
음악사에 한획 그은 전환점이자 발전 토대

1731년경 바이에른 지방의 ‘이즈마닝 성의 콘서트'. 하프시코드를 비롯한 바로크 시대 악기의 모습들이 보인다 (P.J. Horemans 그림).

깨달음을 얻은 붓다의 활동 무대는 주로 라자가하 일대였다. 당시에는 붓다 이외에도 영향력 있는 여러 종교지도자들이 활동하고 있었다. 그 중 산자야 학파에는 뛰어난 두 명의 수행승인 사리풋타와 목갈라나가 있었다. 사리풋타와 목갈라나는 누구든 먼저 불사의 경지에 이르면 서로 알려주기로 약속했다. 

녹야원의 비구였던 앗사지를 만나게 된 사리풋다는 단정하고 여법한 그를 보고 감동하게 되었다. 그는 앗사지에게 “당신의 스승은 누구이며, 어떻게 가르치고 계십니까?”라고 물었다. 앗사지는 “석가족의 아들로 출가한 위대한 사문인 붓다가 있습니다. 나는 붓다에게 출가했습니다. 붓다는 모든 것에는 원인이 있으며, 여래는 그 원인과 소멸에 대해 설하십니다”라고 말했다. 그 말을 전해들은 사리풋타는 법안을 얻게 된다.

목갈라나에게 이 사실을 전한 사리풋타는 그와 함께 붓다의 제자가 되기를 권하였다. 목갈라나는 곧 250명의 수행자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고 그들의 의향을 물었다. 그 당시 수행자들은 평소 사리풋타와 목갈라나를 존경하고 따르고 있었으므로 함께 붓다를 찾아가기로 했다. 산자야의 만류를 뿌리치고 그들 모두는 붓다의 제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바로크 시대는 몇 백년간 침체되어 있었던 서양음악사에 한 줄기 빛처럼 등장한 시기이다. 음악사에 있어서 대략적으로 17세기 초반부터 18세기 중반까지를 바로크 시대라고 부른다. 바로크 음악은 절대주의 왕정으로부터 벗어나 합리주의적이고 계몽주의적인 사회로 변화되어 가는 예술사조 속에서 탄생했다. 또한 선율의 아름다움과 화성의 균형 등 음악 자체의 아름다움이 중요시하는 새로운 미학을 가지고 있었다. 

안토니오 비발디(1678-1741)의 협주곡집 '조화의 영감(L'Estro Armonico) 작품3' 중 여섯 번째 곡인 바이올린 협주곡 A단조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작품이다.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이기도 했던 비발디는 바이올린, 첼로를 포함한 다양한 편성으로 구성된 총 12개의 현악협주곡(합주협주곡)을 작곡하며 그의 제자들을 염두에 두기도 했다. 고전시대 이후의 협주곡에 비해 다소 규모는 작으나 충실한 구성으로, 바로크 음악의 모범이 되는 양식으로 꼽힌다. 그는 500여곡의 기악곡을 작곡하며 협주곡의 안정화에 큰 힘을 기울였고, 후기 바로크의 거장인 바흐와 헨델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사리불.

게오르그 헨델(1685-1759)은 독일에서 태어나 대부분을 고향에서 머물렀던 동시대의 바흐와는 달리, 함부르크, 피렌체를 거쳐 런던에 정착함으로서 영국을 대표하는 작곡가가 되었다. 전 장르에 걸쳐 방대한 작품을 남긴 그는 특히 오페라를 비롯한 무대작품에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통주저음을 바탕으로 바로크적 협주양식에 기반한 유려한 벨칸토의 멜로디는 헨델의 음악을 대표하며, 독일의 내면적인 진중함과 특유의 간결하고 명쾌함을 지녔다.

오페라 리날도 중 ‘울게 하소서(Lascia ch'io pianga)'는 그의 대표적인 아리아로, 오페라의 배경과 줄거리와는 상관없이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리는 선율로 단독으로 자주 연주된다. 카운터테너 혹은 소프라노의 애절한 음색이 가사처럼 ‘잔인한 운명에 눈물 흘리고, 자유를 위해 한숨을 짓는 슬픔’을 느끼게 해준다.

프랑소와 쿠프랭(1668-1773)은 프랑스 바로크 건반음악사에서 꼭 언급해야 할 작곡가이다. 쿠프랭은 참신하고도 다양한 방법으로 건반악기 모음곡들을 배열하고 구성했다. 27개의 오르드르(Ordre)라는 모음곡 형식으로 묶여진 곡들은 우아하고 감성적이며, 때로는 복잡하고 과감한 표현들을 담고 있다. 쿠프랭의 건반음악은 ‘섬세한 비르투오소’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일명 ‘스틸 브리제(style brisé, 깨어진 양식)’라고 불리는, 분산화음의 미묘한 리듬의 부등성, 트릴, 서스펜션, 꾸밈음 등으로 섬세하게 표현되어지는 테크닉으로 프랑스적인 느낌을 나타내준다.

목건련.

‘신비한 바리케이드(Les Barricades Mysterieuses)’는 여섯 번째 모음곡에서 가장 잘 알려진 곡이다. 하프시코드(프랑스어로는 클라브생이라고 부른다)로 연주되는 이 아름답고 오묘한 곡은 제목처럼 신비한 느낌을 준다. 실제 쿠프랭이 신비한 바리케이트가 무엇인지 언급한 적은 없다. 후대의 사람들이 곡의 분위기를 바탕으로 다양하게 해석할 뿐이다. 어떤 이는 아름다운 여인에게 다가갈 수 없는 장벽이라고도 하고, 어떤 이는 시간과 공간과의 경계, 삶과 죽음의 경계의 모호함이라고도 말한다. 

이탈리아의 작곡가 도메니코 스카를라티(1685-1757)는 무려 500여곡 이상의 피아노 소나타를 작곡했다. 여러 악장으로 이루어진 고전시대의 소나타와는 달리 짧은 2부분 형식(binary form)으로 이루어진 단악장의 소나타이다. 간결한 구성이지만 2개 이상의 주제를 가지고 있고, 화성구조나 형식면에서 이미 고전주의 소나타의 원형을 담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3도, 6도의 연속 패시지, 연타음, 아르페지오, 양손의 교차 등의 여러 가지 기교를 담고 있어, 이탈리아 건반악기 역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소나타 D단조 작품 141은 그 중에서도 상당히 난해한 곡이다. 시작부터 여섯 음의 강렬한 연타음과 양손의 교차, 아르페지오 등의 다양한 테크닉들을 총망라하고 있다. 현대의 악기인 피아노에서도 연주자들의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기에 좋은 작품으로 많은 피아니스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비발디의 '조화의 영감' 악보 표지(1711년).

붓다는 사리풋타와 목갈라나, 그리고 그를 따르는 250명의 수행자들을 매우 반갑게 맞이했다. 그리고 사리풋타와 목갈라나가 앞으로 뛰어나고 현명한 제자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또한 장차 승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들은 후에 붓다의 10대 제자가 되었고, 교단의 안정과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사리풋타는 대중의 신뢰와 존경을 받아 주로 포교활동에 힘을 썼으며, 붓다를 대신하여 설법하기도 했다. 목갈라나는 뛰어난 신통력으로 붓다의 설법을 방해하는 자들을 물리치거나 그들을 설득하는데 힘을 썼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붓다의 가르침을 전하고자 했다. 우리는 이들을 각각 ‘지혜제일 사리불존자’, ‘신통제일 목건련존자’로 부른다. 

고전, 낭만, 그리고 20세기 이후의 서양 클래식 음악의 흐름속에서, 바로크시대의 음악은 언제나 거울과 같은 존재로 자리한다. 여러 시대의 음악 안에서 바로크 음악의 산물을 만날 수 있다. 그만큼 바로크 음악의 존재감과 그 의미는 상당한 것이다. 마치 앞으로 올 시대를 암시하듯, 음악의 발전에 기틀을 마련한 바로크시대의 음악을 붓다의 두 상수제자와 그들의 업적에 견주어 본다.

김준희 피아니스트 pianistjk@naver.com

 

[1496호 / 2019년 7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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