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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정서에 옻칠 더해 예술성 담은 ‘달항아리’

  • 문화
  • 입력 2019.07.10 15:38
  • 수정 2019.07.10 16:10
  • 호수 1497
  • 댓글 0

이종헌 작가 ‘칠색유감’ 전시
서울 학고재서 7월21일까지
유약 대신 옻칠로 마감 특징
현대미술로 복권하려는 시도

‘옻’은 옻나무에서 채취한 천연 도료를 가리키는 순우리말이다. 경남 창원 다호리 무덤 유물 등에 비추어 우리나라에서 옻칠은 기원전부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옻은 일반적으로 밀폐된 공간인 칠장에서 자연경화를 통해 굳힌다. 옻이 도막을 형성해 완전히 굳어지기까지는 짧게는 몇 년 길게는 해를 넘기기도 한다. 하지만 광택이 아름답고 보존상 기능이 우수해 나전칠기 등 우리 전통공예에 널리 사용됐다.

‘2016.12월 광장에서’, 옻칠에 색료, 높이 48cm.

이종헌 작가는 전통의 옻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꾸준히 선보여 왔다. 이번에는 서울 학고재에서 ‘칠색유감(漆色有感)’이라는 주제로 옻칠 달항아리와 소래기 등 30점을 소개한다. 옻칠을 현대미술의 한 장르로 복권하려는 시도이자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자리다.

동국대 불교미술과를 졸업한 이 작가는 본래 채색화에 관심을 가졌다. 한국회화의 시원을 찾아 고구려벽화를 연구하던 중 옻칠의 흔적을 발견했고, 7세기에 그려진 옻칠 벽화가 오늘날까지 완벽하게 보존된 점에 큰 감명을 받았다. 이에 2004년 한국옻칠협회를 설립하고 옻칠 연구와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적멸(寂滅)’, 파란칠·고온경화, 높이 41.8cm.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소재는 달항아리다. 달항아리 시리즈는 백토로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형태인 평균 높이 45cm 이상으로, 위쪽과 아래쪽을 따로 빚어 붙이는 방식을 택했다. 이로 인해 완벽한 구의 형태가 아니라 조금씩 이지러지기도 한 독특한 조형적 형식으로 표현된다. 작품은 도자기에 유약을 바르지 않고 옻칠을 사용해 일차적으로 바탕을 완성했다.

도자기에 유약을 입힌 후 굽는 것처럼 열을 통해 옻칠의 도막을 강제로 경화시켜 표면에 광채와 견고함을 갖췄다. 그 후 작가의 영감에 따라 무기안료와 유기안료 등을 옻칠과 혼합해 단색의 옻칠로 마감하거나 다양한 기법을 응용해 그림을 그렸다. 유약 대신 옻칠로 마감한 달항아리는 전통과 현재의 시간, 즉 동시성의 예술적 구현을 의미한다.

‘소래기(내주외흑)’, 옻칠에 색료, 높이 29.5×지름 52cm.

작품은 옻칠의 마감과 담고 있는 내용에 따라 ‘홍연(紅緣)’ ‘월광(月光)’ ‘월영(月影)’ ‘추강(秋江)’ ‘명경(明鏡)’ ‘적멸(寂滅)’로 제목 붙여졌다. 홍연은 ‘사는 동안 좋은 인연 맺기를 바라는 마음’, 월광은 ‘은은한 달빛 바라보며 마음의 평화를 얻기를’, 월영은 ‘항상 겸손한 자세로 살아가겠다’는 발심의 표현이다. 이와 함께 추강은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마음’, 명경은 ‘자신을 반추하는 마음’, 적멸은 ‘모든 것을 벗어난 경지’를 이야기한다.

“달항아리는 과거 백성들도 쉽게 구현할 수 있는 형태와 색이었다. 반면 옻은 지배계급만이 향유할 수 있었던 귀한 소재였다. 달항아리가 담고 있는 서민의 소박한 정서에 옻칠을 더해 예술적 완결성을 구현하고자 했다. 이는 전통에 대한 재해석이며, 사고의 틀을 깨는 것이다.”

이종헌 작가의 ‘칠색유감’은 7월21일까지 학고재 신관에서 계속된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497호 / 2019년 7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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