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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도재 음악 ‘왕생가’, 퓨전으로 다시 태어나다

  • 불서
  • 입력 2019.07.15 14:10
  • 호수 1497
  • 댓글 0

‘왕생가’ / 법보종찰해인사 지음 / 조계종출판사

‘왕생가’

“개문 생사로암 빙 불촉이가명 고해파심 장법선이가도(盖聞 生死路暗 憑 佛燭而可明 苦海波深 仗法船而可渡) 사생육도 미진즉 사의순환 팔난삼도 자정즉 여잠처견(四生六道 迷眞則 似蟻巡環 八難三途 恣情則 如蠶處繭)…”

천도재 의식을 행할 때 천도법회를 열게 된 인연을 부처님과 염라전에 고하는 ‘수설대회소(修設大會疏)’의 첫머리다. 하지만 의식을 진행하는 스님들 이외에 영가의 천도를 바라는 유족들은 의식이 끝날 때까지 도대체 무슨 말인지조차 모른 채 앉아 있기가 일쑤다. 재를 지내는 재주 대부분이 내용은 물론 생소하기 짝이 없는 염불의 음률과 불교의 제반 의식을 따라 하지도 못한 채 몇 번 절만 하다 의식이 끝나게 된다. 다만 재를 지낼 때 법을 설하는 법주 스님이 정성껏 재를 지냈으니 돌아가신 분이 극락왕생했으리라 믿을 뿐이다.

법보종찰 해인사 주지 향적 스님은 이러한 천도재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천도재의 현대 음악화를 제안했다. 천도재를 음악으로 만들어 재를 지낼 때 법주와 재주가 서로 공감하며 동참하는 의식으로 변화시킬 방법을 고민한 결과다. 

천도재는 염불을 통해 생전의 업장과 죄업을 소멸시키고 육체와 정신적 집착을 놓게 함으로써 즐거움 가득한 세상, 극락으로 가기를 발원하는 의식이다. 이때 염불은 사성제 가르침과 더불어 선사들의 깨달음을 글로 표현한 게송들을 목탁과 요령 또는 징과 북 등을 동원해 음률화해서 읊는다. 이 염불조에 물고기가 뛰어노는 듯한 가락을 넣어 의식화한 것이 어산작법이 되고, 춤사위가 들어가 승무가 되고, 바라춤, 법고춤, 나비춤 같은 무용을 포함시켜 영산재 의식이 완성됐다. 따라서 이미 음악화는 물론, 종합예술의 성격을 갖고 있는 의식을 현대적 음악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닌 셈이다. 

이에 ‘월간 해인’ 편집장 도정 스님이 제작총괄을 맡아 천도재 음악에 맞는 가사를 만드는 일부터 시작했다. 승려 시인인 동명·의정 스님과 김형미 시인이 참여했다. 또 기존 불교음악의 틀을 벗어나 신선한 충격을 주되 전통과의 괴리감이 없는 곡을 만들 작곡가 동민호, 최인영, 김강곤, 이용재, 유태진 등이 합류했다.
 

법보종찰 해인사가 법주와 재주가 공감할 수 있는 천도재 음악을 제작해 ‘왕생가 : 천도재 음악 악보집’에 담았다.

그 결과 ‘수설대회소’ 첫머리는 “어찌하면 밝힐까 삶과 죽음의 어두운 굴레/ 부처님의 지혜 등불 의지해야 밝히리/ 어찌하면 건널까 파도 높은 고통 바다/ 가르침의 배를 의지해야 건너리/ 어찌하면 넘을까 삼악도의 높은 산/ 아아, 아아, 진리를 깨닫지 못한 채/ 어두운 숲속을 헤매인 지 몇 겁인가/ 고치 속에 갇힌 누에와 한가지여라”로 탈바꿈하며 불교를 모르는 이들도 듣고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이 됐다.

‘왕생가 : 천도재 음악 악보집’은 그렇게 탄생한 천도재 음악 11곡의 악보와 가사를 함께 담았다. ‘수설대회소의 노래’를 비롯해 영가를 초청하는 ‘고혼청의 노래’, 영가를 목욕시키고 새 옷을 입히는 ‘관욕과 착의 노래’, 모든 법문의 요체를 함축적으로 영가에게 설하는 ‘착어 노래’, 부처님의 모든 공덕과 지혜가 담긴 비밀 주문 ‘신묘장구대다라니 노래’, 영가에게 공양 올리고 잔치를 벌이는 ‘잔칫상 노래’, 영가가 받은 공양을 두루 회향하도록 이끄는 ‘보공양진언의 노래’, 서방극락세계의 아미타불을 찬탄하면서 반야용선을 타고 고해의 바다를 건너 열반 언덕으로 가는 ‘장엄염불 노래’, 영가가 남은 이들을 위로하는 ‘마지막 위로의 노래’, 재가 끝나 위패를 사르며 영가를 극락세계로 보내는 ‘봉송의 노래’, 그리고 스님이 열반했을 때 지내는 천도재 의식인 ‘종사영반 노래’까지 11곡이다. CD가 포함돼 직접 들을 수 있다.

해인사는 고전적인 오케스트라 음악과 독창 및 합창을 바탕으로 다양한 국악기와 목탁, 요령, 경쇠 등의 법구 소리를 접목했고, 여기에 전자음악적 요소까지 포함한 퓨전 클래식 ‘왕생가’ 보급에 적극 나서 법주와 재주가 공감하는 천도재 의식의 정착에 기여할 예정이다. 2만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97호 / 2019년 7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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