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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돌아보다-민들레 홀씨 Ⅲ

기자명 임연숙

생명 품은 홀씨로 강인함 전달

주사기 바늘로 그린 정교한 표현
그리는 행위에 노동의 가치 더해
오랜 인내·노력 더 큰 만족 추구

류지선 作 ‘돌아보다-민들레 홀씨Ⅲ’, 116.8×91cm, Acrylic on canvas, 2019년.
류지선 作 ‘돌아보다-민들레 홀씨Ⅲ’, 116.8×91cm, Acrylic on canvas, 2019년.

류지선 작가의 그동안 작품은 전형적인 구상 작품들이었다. 자연의 풍경을 담거나 해바라기, 소나무 등 작가가 감동받은 사물이나 풍경을 사실적으로 화면에 담아내는 그림들이었다. 눈에 익은 익숙한 풍경화 작업에서 최근의 작품들은 구도가 좀 더 대담하고 색감도 과감하다. 그러나 여전히 작가의 특징인 섬세함과 세심한 성격이 그대로 그림에서 느껴진다.

‘민들레 홀씨’는 다양한 배경을 바탕으로 민들레꽃의 사실적 표현과 공중에 부영하는 홀씨가 배치되어 있다. 작품이 작가 스스로를 찾아나가는 여정의 산물이라고 한다면 류지선 작가는 최근 들어 본인다움을 작품에 조심스럽게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그림 그리는 일 외에 작가는 오랫동안 프레스코 벽화 일과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보지 못하는 유리 모자이크 일을 해왔다. 우연한 인연으로 시작된 이 작업들은 생각보다 오랫동안 일로 이어져 왔다. 

손톱만한 크기로 유리와 세라믹이 섞인 모자이크는 백여 가지의 색깔별로 되어있어 그림으로 제작되려면 엄청난 수공의 노동력을 들여야 한다. 인내와 끈기로 완성한 대형벽화는 국내에 그리 흔하지 않다. 물론 여러 사람이 함께 작업하는 일이지만 작가는 오랜 기간 그 일의 책임자로 임해왔다. 젖은 회벽이 마르기 전에 색감을 입혀야 오랫동안 그림이 유지되는 프레스코 기법 또한 흔치 않은 작업이다. 회벽에 그림을 그리거나 긁어내거나 하면서 입체감이나 거친 마티에르를 느낄 수 있기에 일반 평면회화와는 그 느낌이 다르다. 동서를 막론하고 벽을 장식하고 종교적 기록을 위해 유화가 개발되기 이전의 회화방식이다. 벽의 밑 작업을 위해서는 섬세하고 꼼꼼함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다.

류지선 작가의 작품도 마치 벽화의 느낌처럼 바탕의 질감이 느껴진다. 아크릴 물감이지만 화면을 매끄럽지 않게 밑 작업을 연상하게 하는 두께감이 느껴진다. 이런 두께감은 단순히 물감을 붓으로 펴 바른 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이는 붓이 아닌 다양한 크기의 주사기를 사용하여 물감을 흘리는 과정을 반복하여 작업했기 때문이다. 바탕을 이루는 큰 면은 넓은 붓을 사용하고 있지만, 마치 세필로 정교하게 표현한 듯한 가는 선이나, 민들레, 홀씨의 묘사는 주사기 바늘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작가는 오랫동안 주사기를 사용하여 그림을 그려왔다. 기존의 평범해 보이는 회화 작품들도 사실은 주사기로 그려 왔다고 한다. 

벽화 작업만큼이나 수공이 많이 들어가는 과정을 선택한 것은 그리는 행위에 더해 노동의 가치를 통해 얻는 만족감을 추구한 듯하다. 강인한 생명력과 번식력을 연상하게 하는 민들레와 홀씨가 공간에 날린다. 배경은 이전의 구상 작업들에 비하면 단순화 되어있다. 푸른 바탕위에 감각적으로 운율을 느끼게 하는 가는 선과 수많은 생명을 품은 홀씨가 가볍게 공중위에 떠 있다. 자신의 세계와 철학을 작가적 언어로 시각화하는 작업은 오랜 인내와 끊임없는 시도 속에서 이루어진다. 류지선 작가의 최근 작품들에서 그러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반갑고 기쁜 마음이다.  

세종문화회관 예술교육 팀장 curator@sejongpac.or.kr

 

[1497호 / 2019년 7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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