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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배우식의 ‘인삼반가사유상’

기자명 김형중

사람 모습 인삼뿌리에 상상력 입혀
반가부좌 인삼반가사유상 형상화

인삼 꽃대는 지혜·자비의 불꽃
뿌리는 ‘반가사유상’ 형태 비유
깨달음 얻은 얼굴에 미소 만발
온 세상이 환희에 찬 정토 표현

까만 어둠 헤집고 올라오는 꽃대 하나/ 인삼꽃 피어나는 말간 소리 들린다./ 그 끝을 무심히 따라가면 투명 창이 보인다.
한 사내가 꽃대 하나 밀어 올려 보낸 뒤/ 땅속에서 환하게 반가부좌 가만 튼다./ 창문 안 들여다보는 내 눈에도 삼꽃 핀다.
무아경, 흙탕물이 쏟아져도 잔잔하다./ 깊고 깊은 선정삼매 고요히 빠져 있는/ 저 사내, 인삼반가사유상 얼굴이 환히 맑다.
홀연히 진박새가 날아들어 묵언 문다./ 산 너머로 날아간 뒤 떠오르는 보름달/ 그 사내 침묵 사유 만발하여 나도 활짝, 환하다.

인삼(人蔘)의 뿌리가 ‘사람 인(人)’의 형태이다. 원삼에서 두 뿌리가 내려가다가 다리를 꼰 사람의 형상을 닮아서 인삼이라고 부른다. 인삼은 뿌리가 쭉쭉 뻗고 모양이 예뻐야 값도 가장 비싸고 약효도 좋아서 원기를 돋워 피로를 회복시켜준다. 사포닌 함량이 높다.

배우식(?~현재) 시인은 인삼의 모양이 마치 두 다리를 꼬고 있는 모양이 반가부좌한 스님의 모습과 같아서 ‘인삼반가사유상’을 상상한 것이다. 시인은 6년근 인삼이 어둠을 헤치고 인삼꽃대를 머리에 이고 세상에 나오는 인삼의 모습에서 모티브를 얻어 창작한다.

사유하는 능력은 인간의 가장 위대한 힘이다. 중생이 부처가 되는 작불(作佛)의 원동력이 선정(禪定)이다. 인삼밭에서 밤마다 사내들이 온통 부처가 되겠다고 용트림을 하며 빨간 인삼 꽃대를 하나씩 밀어 올리고 있다. 땅속에서 잘 생긴 대장부가 깨달음을 얻겠다고 반가부좌를 하면서 선정삼매에 빠진 모습을 상상한다.

불교의 미륵보살반가사유상과 서양의 미켈란젤로의 ‘생각하는 상’은 차이가 있다.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은 미륵보살이 깨달음을 얻으려는 선정삼매와 어떻게 중생을 구제할 것인가에 대한 자비심에 담긴 모습이다. 미켈란젤로의 ‘생각하는 상’은 삶의 고통과 번뇌에 쌓인 인간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인삼반가사유상’은 네 수로 구성된 현대시조다. 첫째 수는 인삼밭에서 빨간 인삼꽃이 피어나는 모습을 읊었다. 둘째 수는 땅속에서 인삼꽃을 피우기 위하여 어둠과 적막 속에서 홀로 선정삼매에 든 잘 생긴 사나이가 인삼 모양의 반가부좌를 하고 반가사유상을 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다. 이런 상상력은 시적 효과를 극대화한다.  

이 시조에서 “까만 어둠 헤집고 올라오는 꽃대 하나”는 선정 삼매를 통하여 어둠의 긴 터널을 뚫고 깨달은 지혜와 자비의 불꽃이다. 셋째 수의 “저 사내, 인삼반가사유상 얼굴 환히 맑다”고 노래한 것은 깨달음을 얻은 사내의 환희의 상호(相好)이다. 사람의 모습을 한 인삼 뿌리에 상상력을 입혀 소리와 빛깔을 구워내어 ‘인삼반가사유상’을 잘 형상화 하고 있다.

마지막 넷째 수에서는 인삼반가사유상이 묵언(默言)을 깨고 산 위 하늘에 떠오른 보름달로 나타난다. 보름달은 일원상(一圓相)으로 깨달음을 상징한다. 그리고 인삼사유보살은 깨달음으로 충만한 얼굴에 미소가 만발하고 온 세상이 빨간 인삼꽃으로 활짝 피었다. 온 세상이 환희에 찬 정토가 되었다. 

배우식 시인은 2003년 ‘시문학’과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그의 몸에 환하게 불을 켜고 싶다’가 있고, 시조집으로 ‘인삼반가사유상’이 있고, ‘연꽃 우체통’이 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북어’란 시가 수록되어 있다. ‘설악 조오현 선시조 연구’(2018)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김형중, 강규와 함께 오현 스님의 추모집 ‘아득한 성자’(2018)를 출간하였다.

김형중 동대부여고 교장·문학박사 ililsihoil1026@hanmail.net

 

[1497호 / 2019년 7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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