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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북한산성 중흥사의 재건

기자명 이병두

템플스테이로 사라진 역사를 되짚다

고려 태조 창건·보우 국사 주석
조선 때는 의승군 본부로 역할
일제강점기 잇따른 화재로 소실
몇해 전부터 제 모습을 찾아가

1902년 세키노 타다시 도쿄제국대학 건축과 교수가 찍은 중흥사 전경.
1902년 세키노 타다시 도쿄제국대학 건축과 교수가 찍은 중흥사 전경.

“옛 절은 30여 칸에 지나지 않았는데, 북한산성을 축성한 뒤 중건하여 136칸이 되었다.” “총섭의 승영을 두었던 149칸의 사찰이었다.” ‘북한지’와 ‘동국여지비고’에 기록된 북한산성 내 중흥사에 관한 기록이다. 두 기록에 차이가 있지만, 당시 서울 근교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사찰이었던 것만은 확실하다.

고려 태조가 창건하고 고려 말 태고 보우 스님이 주지로 주석했다고 하지만, 중흥사의 정확한 창건 연대는 확인하기 어렵다. 발굴조사 결과 고려시대 어느 때인가에 세워져 조선 중기까지 중요한 역할을 해오다가, 숙종 때 북한산성을 쌓은 뒤 산성 수비의 중심인 의승군 본부로 도총섭이 주석하면서부터 규모가 커졌을 것이라 추정할 뿐이다. 임진왜란‧병자호란, 두 차례 큰 전쟁을 겪었으면서도 수도 방비 태세조차 제대로 갖출 엄두를 내지 못한 것이 조선 정부였다. 어쩔 수 없이 스님들을 동원해 남‧북한산성을 쌓고 그 안에 승영사찰을 지어 ‘낮에는 군인 밤에는 수행자’ 역할을 하는 승군이 아니면 서울을 지켜낼 능력이 없었던 시절이었으니, 이곳에 주석하는 도총섭이라는 소임은 요즈음 같으면 수도방위사령관 직책이었다.

조선이 몰락의 길을 걸으면서 서울 방어를 책임지던 중흥사도 어려움을 겪는다. 1894년에 화재 피해를 입었지만, 그래도 1902년 세키노 타다시(關野貞)가 찍은 사진에서 보듯이 전각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그러다 1904년 8월에 다시 화재를 당해 큰 피해를 입었고 그 뒤 소규모로 중창불사를 하였지만, 일제 침략에 항거하는 의병전쟁이 한창이던 1907년 이래로 일본군 헌병파견대가 배치되어 ‘사찰 본연의 모습’을 상실한 채 명목만 이어가다가 1909년에도 다시 불이 나서 소실되고 말았다.

일본군이 헌병을 주둔시킨 이유는 이곳이 전략상으로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갑오개혁 이후 해산된 승군의 후예들이 중심이 된 의병이 중흥사를 근거지로 삼아 활약했을 것이고 이를 막기 위해 일본의 최정예 부대를 배치하였지만, 의병을 상대하기 만만치 않자 불을 질렀을 가능성이 있다.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1904년과 1909년의 화재는 전국에서 일어나는 의병활동의 근거지가 될까봐 두려워한 일제의 방화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역사에서 사라져가고 있던 중흥사가 몇 해 전부터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번창하던 시절의 웅장한 규모를 갖추려면 오랜 세월이 걸리겠지만, 대웅전을 비롯한 주요 전각이 어엿하게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그리고 수많은 문인들이 찾아와 스님들과 더불어 밤을 새워 시를 읊고 옛 역사를 이야기하던 조선시대 중흥사의 전통을 살리는 특별한 템플스테이를 진행하고 있어서 반갑고 가슴이 뿌듯하다. 그러나 이 구역에 전기 공급 용량이 부족하여 ‘과부하’로 인한 화재 가능성이 있고, 만일의 경우 불을 끌 수 있는 물 공급도 기대하기 어려워 불안해하는 대중들이 안타깝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498호 / 2019년 7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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