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만불교에서 배울 것

기자명 유정길
  • 법보시론
  • 입력 2019.07.31 10:16
  • 수정 2019.07.31 10:17
  • 호수 1499
  • 댓글 10

대만불교는 60년대 중반까지 별 존재감이 없던 종교였다. 본토에서 넘어온 사람들이 주도하는 대만에서 불교는 보존하고 지켜야 할 유물이나 유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오로지 미래를 위해 원력을 펼치기만 하면 됐다. 또한 조상 덕을 볼만한 유산도 없어 1967년 대학생들의 불교학습운동을 시작으로 거의 맨땅에서 스스로 만들고 세우며 일으켜 오늘의 대만불교가 됐다.

성운 스님의 불광산사, 증엄 스님의 자재공덕회, 성엄 스님의 법고산사, 유각 스님의 중대선사 등이 중심이 되어 척박했던 대만불교를 불과 50년만에 현재 대만인구의 80%가 믿는 종교로 융성하게 만들었다. 자신들이 직접 일으킨 불교이기에 수행도 계율도 더욱 철저했을 뿐 아니라 ‘인간불교’를 내세우며 신도들의 요구에 맞는 신행과 섬세한 서비스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반면 한국불교는 불자들의 신심과 보시, 신행에 의해 유지되기보다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문화유산과 그 보존의 명목으로 받는 정부지원금이 재정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오늘의 한국불교는 과거의 훌륭한 조상 덕분에 현재의 불교가 생존해 나간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불교를 부모 잘 만나 큰 유산 물려받아 걱정 없고, 그래서 게으르며 생존력 없는 유복한 아들에 비유하면 너무 과할까. 어떤 조직이든 과거 덕분에 60%의 재정이 유지되고, 현재의 동력이 40%에 불과하면 이 조직은 사멸하는 순으로 가는 것이다. 만일 그 반대라면 느리긴 하지만 희망이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 불교는 과연 그 비율이 얼마나 될까?

더 많은 신도를 모으려고 지하철 안에서 또는 거리 곳곳에서 전단과 티슈를 나눠주며 교회에 오라고 붙잡고, 마치 사업가처럼 치열하게 서비스를 하며 한번 교회에 나온 신도는 절대 놓치지 않는 게 한국의 기독교다. 불교는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데도 놀랍게도 하루 120만명 이상의 사람이 제 발로 절에 찾아온다. 이것도 조상 덕이 아니고 무엇이랴. 그러나 불교는 이렇게 찾아오는 사람을 위해 거의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서비스는커녕 귀찮아하고 쫓아내기도 한다.

1년에 4400만명이 찾는 국립공원 내 사찰을 지나는 한사람 한사람이 저마다 고민과 아픔이 없을리 없고 부처님의 가피가 필요한 사람일 텐데, 이들의 고통을 벗어나게 하는데 골몰하기보다 어떻게 정부지원과 혜택을 받을 것인지만 고민한다. 한국불교는 이미 중생구제에 대한 서원과 자비연민이 없고 그저 유물박물관 관리 종교로 전락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이렇게 절박함이 없고, 치열함이 없고. 정진하는 힘이 부족한 이유가 무엇일까. 선조의 유산이 우리에게 독이 되는 것은 아닐까. 물려준 게 많은 조상 탓인가. 아니면 풍족하게 물려준 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게으르게 누리고 있는 우리 탓인가. 당연히 스님을 포함한 사부대중이 공히 아프게 느껴야 할 책임이다. 불교가 밑으로 내려가 사람들의 고통과 아픔에 집중하기보다 그저 큰 절만 차지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이권다툼만 하고, 치열하게 수행을 하거나 열심히 자기개발을 하거나 신도들을 위한 각종 서비스를 위해 열일을 다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오늘날 불교는 과연 존재해야 할 가치가 있을까.

순복음교회의 1년 예산이 1200억원인 반면, 조계종의 1년 예산은 1005억원 수준이다. 한 대형교회의 1년 예산도 안 되는 걸 나눠먹으려고 아등바등하지 말고, 정부지원에 의존하지 말고, 제 발로 찾아오는 인구 80% 사람들의 고통과 삶에 집중하자. 이들이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밑으로 밑으로 더 내려가는 것이 불교의 미래다. 불과 50년 만에 크게 일어난 대만불교의 성공 배경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ecogil21@naver.com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1499호 / 2019년 7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