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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대통령의 종교편향

기자명 이병두

종교자유 앞서 종교배려 필요한 자리

YS, 국군중앙교회 예배 참석에
불교·가톨릭 장병 근무 불이익
MB는 조찬기도회서 무릎기도
문대통령도 청와대에서 축복식

뉴스데스크의 YS 군군중앙교회 예배 참석 보도.
뉴스데스크의 YS 군군중앙교회 예배 참석 보도.

“김영삼 대통령은 오늘 부인 손명순 여사와 함께 국방부 안에 있는 국군중앙교회의 주일예배에 참석했습니다. 김대통령과 손여사는 1시간 동안 진행된 예배순서에 따라 찬송가를 부르고 성경 구절을 봉독한 뒤 군인신도와 가족 300여명과 함께 애국가를 불렀습니다. 김대통령은 이어 국군중앙교회 정재석 목사 등과 다과를 함께 한 자리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고생하는 군장병을 위해 열심히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군인교회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1996년 1월21일 저녁 9시 문화방송의 ‘뉴스데스크’에 ‘국군중앙교회 예배 참석’이라는 자막과 함께 전한 대통령 김영삼(이하 YS) 내외의 예배 참석 소식이다. 공영방송에서 저녁 9시 뉴스에 이 정도로 크게 비중을 두어 보도하는 것도 의외였지만, 이 뉴스에 나오지 않은 숨어있던 이야기들이 드러나면서 문제가 크게 불거졌다.

이날 YS가 비서실장·국방장관·안기부장 등 권력 실세들을 대동하여 예배를 보는 장면을 방송과 신문을 통해 전 국민에게 전달하였다. 게다가 개신교 장병들을 많이 참여시키려고 이미 정해져 있던 일직과 당직을 모두 다른 종교 장병으로 바꾸었고 경호상의 이유로 법당과 성당의 출입까지 통제하였다. 실상 YS의 종교편향 문제는 오래 전부터 많은 이들이 우려하고 있었다. 1987년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예배참석을 이유로 “일요일에는 유세를 하지 않겠다”고 하였고, 5년 뒤인 1992년 선거전에서는 “당선되면 청와대에 찬송가가 울려 퍼지게 하겠다”고 약속하였으며, 그 약속대로 취임하여 청와대에 들어가자마자 목사를 초청하여 예배를 보았다.

그러나 대통령의 종교 편향적 언행은 YS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승만과 YS에 이어 기독교 장로로 세 번째 대통령이 된 이명박은 특정 교회 출신 인사들을 중용하고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통령 내외가 무릎을 꿇는 굴욕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노골적인 언행을 계속 이어갔다. 현 문재인 대통령도 2017년 5월9일 당선과 동시에 취임하고 며칠 뒤 관저에 입주하던 13일 저녁에 신부와 수녀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축복식을 거행하고 두 시간 동안 식사와 차담을 나눈 것으로 밝혀졌다.

대통령도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자유와 권리가 있다. 그러나 전임자가 탄핵을 당해 물러나고 몇 달 동안 권한대행 체제로 유지되면서 긴급히 해결해야 할 국정 현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상황에서 취임 며칠 만에 신부와 수녀를 초청하여 축복식을 하고 그들과 식사를 하며 몇 시간을 보낸 데 대해서는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여러 대통령들의 이런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앞으로 혹 신심 깊은 불교인이 대통령이 될지라도 제발 청와대에서 법회를 열거나 스님들을 모셔서 안택기도를 하는 일은 하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499호 / 2019년 7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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