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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답바 비구에 대한 모함

기자명 마성 스님

근거 없이 다른 비구 모함하면 비구 자격 박탈

답바 비구를 모함한 사건 계기
승잔법 제8조 ‘무근방계’ 제정
사분율·오분율·근본유부율에서
언급한 인연담 내용도 골자 동일

스리랑카의 스님들이 신도집에 초대받아 공양을 받는 모습.
스리랑카의 스님들이 신도집에 초대받아 공양을 받는 모습.

붓다의 제자 가운데 가장 어린 나이에 아라한과를 증득한 사람은 ‘답바 말라뿟따(Dabba Mallaputta)’이다. 그는 말라국의 아누삐야에서 태어났는데, 그가 태어날 때 어머니가 숨졌다. 그래서 그는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말라뿟따’라는 그의 이름은 ‘말라족의 아들’이라는 뜻이다. 그는 일곱 살 때 말라국을 방문한 붓다를 뵙고, 붓다 곁으로 출가하게 해달라고 할머니에게 말했다. 할머니가 답바를 데리고 붓다께 가서 삭발할 때 그는 곧바로 아라한이 되었다.

그는 붓다와 함께 라자가하로 돌아와 그곳에서 붓다의 허락을 받아 승가에 봉사할 수 있는 지사(知事) 비구라는 소임을 맡았다. 그는 이미 해야 할 일을 다 마쳤기 때문에 다른 비구들의 수행을 돕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지사 비구란 오늘날의 사찰 주지나 원주에 해당되는 직책이다.

지사 비구의 주된 임무는 방사를 배정하는 일과 청식(請食)의 순서를 정하는 일이다. 당시 비구들은 유행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곳에 머물고 있던 비구들이 다른 지방으로 떠나고, 다른 지방에 있던 비구들이 도착하기도 한다. 그때 새로 도착한 비구수와 비어 있는 방사수를 감안하여 한 사람의 비구에게 하나의 방을 배정하기도 하고, 하나의 방에 여러 명의 비구를 배분하기도 한다. 그 기준은 장로 비구에게는 좋은 방을 배분하고, 순차로 하좌 비구에게 허술한 방을 할당하여 불만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비구들은 걸식에 의해 식사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간혹 재가신자가 음식을 마련하여 정사로 가져오거나 자신의 집으로 비구들을 초대하여 공양을 베푸는 것도 허락되어 있었다. 이것을 청식(請食, nimantana bhatta)이라고 부른다. 청식은 전체 비구가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순번을 정해 초대에 응했다. 그때 부유한 집에 초청받으면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지만, 가난한 집에 초청받으면 조촐한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다.

붓다에 의해 청식이 허락되자 곧바로 부작용이 나타났다. 데와닷따와 그의 제자들만이 별도로 아사세왕의 청식을 받았다. 이 때문에 불공평하다는 불만이 표출되었다. 그래서 한때는 네 명이상이 단월의 청식에 참석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제정되기도 했다. 어쨌든 승가 내부의 불평등은 승가분열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때 멧띠야(Mettiya, 慈)와 붐마자까(Bhummajakā, 地) 비구가 정사에 도착하여 방사의 할당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들은 하좌 비구였기 때문에 좋지 못한 방을 할당받았고, 마침 침구 등도 낡은 것이었다. 또 별방식(別房食)도 좋지 않았다. 별방식이란 그 방에 묵는 비구에게 베푸는 공양이다. 별방식은 그 방을 만든 단월이 베푸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가난한 단월이 만든 방사일 경우에는 공양도 부실했다. 또한 순번에 따른 청식도 변변치 못했다. 멧띠야와 붐마자까 비구는 자신들이 푸대접을 받고 있다고 느꼈던 것이다.

그런데 라자가하의 깔야나밧띠까(Kayāṇabhattika, 善飯)라는 거사는 여러 비구들에게 네 가지 맛있는 음식을 항상 베푼다고 널리 알려져 있었다. 순서에 따라 멧띠야와 붐마자까 비구의 차례가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이제 맛있는 음식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들떠있었다. 그러나 멧띠야와 붐마자까 비구는 악덕 비구라는 평판이 있었기 때문에 두 비구가 자기 집에 온다는 것을 알게 된 깔야나밧띠까 거사는 맛있는 음식[美食] 대신 조촐한 음식[粗食]을 대접했다.

멧띠야와 붐마자까 비구는 자신들이 좋지 못한 음식을 받게 된 것은 답바 말라뿟따 비구의 지시에 의한 고의적인 소행이라고 오해하고 그를 크게 원망하고 있었다. 그때 우연히 멧띠야의 여동생인 멧띠야(Mettiya) 비구니가 찾아왔다. 그들은 멧띠야 비구니에게 붓다께 가서 ‘답바 말라뿟따 비구가 자기를 범했다’고 고발하라고 지시했다. 즉 멧띠야와 붐마자까 비구와 멧띠야 비구니가 공모하여 답바 말라뿟따 비구를 모함했던 것이다.

붓다는 답바 말라뿟따 비구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답바 말라뿟따 비구를 불러 그런 사실이 있었느냐고 추궁했다. 답바 말라뿟따 비구는 “자신에게는 그러한 기억이 전혀 없다”고 대답했다. 결국 멧띠야 비구니는 멧띠야와 붐마자까 비구의 지시에 의해 거짓으로 말한 것이라고 실토하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승잔법 제8조 「무근방계(無根謗戒)」, 즉 “근거 없이 바라이죄를 범했다고 다른 비구를 모함해서는 안 된다”는 계가 제정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붓다는 바라이죄를 범했다고 동료 비구를 모함한 멧띠야와 붐마자까 비구를 크게 꾸짖고 훈계하였다. 그리고 거짓으로 청정한 비구를 모함한 멧띠야 비구니는 승가에서 추방시켰다. 이 이야기는 ‘빨리율’에 나타난 제계(制戒)의 인연담이다. ‘사분율’ ‘오분율’ ‘십송율’ ‘근본유부율’에 언급된 인연담의 내용도 그 골자는 동일하다. 이 인연담의 골자는 멧띠야와 붐마자까 비구가 청식에서 차별받은 것에 대한 원망에서 지사 비구였던 답바 말라뿟따 비구가 멧띠야 비구니를 범했다고 모함한 사건이다.

이 인연담을 통해 붓다시대에도 이미 아라한과를 증득한 동료 비구를 모함하는 자들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 엄청난 범죄가 아주 작은 불만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답바 말라뿟따 비구는 이미 아라한과를 증득했기 때문에 승가에 봉사하되 공정하게 일을 잘 처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에게만 불이익을 준다고 오해하여 불만을 갖고 모함하는 일이 생겼던 것이다.

따라서 어떠한 경우에도 다른 비구를 모함해서는 안 된다. 승가에서 동료 비구를 모함하는 것은 무거운 죄에 해당된다. 그래서 붓다는 “근거 없이 바라이죄를 범했다고 다른 비구를 모함해서는 안 된다”는 계를 제정하게 되었다. 이 계를 범하면 비록 승가에서 추방되지는 않지만, 일시동안 비구의 자격이 박탈당하는 별주(別住)의 처벌을 받는다.

마성 스님 팔리문헌연구소장 ripl@daum.net

 

[1499호 / 2019년 7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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