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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와 똑같은 바보짓을 하지 말자!

기자명 이병두

아베 신조 일본 수상이 국내 정치용 목적으로 촉발시킨 한일 두 나라 사이의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점차 커지면서 이제는 ‘한일 간의 경제전쟁’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심각한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일본에서 특정 품목의 한국 수출을 제한하는 ‘무역 분쟁’에서 시작되었지만, 이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달아 이제는 민간 교류까지 완전히 막힌 데에다가 일부 정치인들이 오랜 동안 쌓였던 국민감정에 휘발유를 끼얹고 성냥불을 그어대는 무책임한 언행을 마구 저지르면서 상황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 특히 서울 중구청이 광화문과 명동 등 시내 중심가에 일본을 비난하는 깃발(배너)을 내거는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과잉 행동에 나서서 국민들의 순수한 뜻을 왜곡하며 상황을 꼬이게 만들고 있어 안타깝고 답답하다.

부처님께서 어느 날 탁발을 하러 사위성으로 들어갔을 때의 일이다. 성 안에 사는 파라트파차라는 사람이 부처님을 따라 다니며 입에 담기 거북한 욕을 계속 해댔다. 부처님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묵묵히 탁발을 이어갔지만, 파라트파차는 부처님이 자기에게 겁이 나서 그러는 것으로 오해하고 “당신이 내게 졌다”며 계속 욕을 이어갔다. 그래도 부처님이 화를 내기는커녕 온화한 얼굴로 탁발을 이어가자 약이 오른 파라트파차가 흙 한 줌을 부처님께 뿌렸는데, 그때 마침 맞은편에서 불어온 바람 때문에 파라트파차는 자신이 뿌린 흙먼지를 뒤집어쓰게 되었다.

이 장면을 본 구경꾼들이 고소하다며 웃고 본인도 어쩔 줄 몰라 쩔쩔 매는 모습을 본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무한테나 멋대로 욕을 하고 모욕을 주면 안 되오. 그대를 화나게 하거나 원한이 있는 사람에게도 그렇게 하면 안 되오. 몸과 마음이 청정해서 번뇌가 없는 사람에게 나쁜 말을 하면 허물은 도리어 자신에게 돌아가게 되는 법이오. 마치 바람을 거슬러 흙을 뿌리면 그 흙이 되돌아와 뒤집어쓰게 되는 것과 같소.”(‘잡아함 건매경健罵經)’

경전에서는 부처님께서 타이르는 이 말씀을 듣고 파라트파차가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였다고 전하지만, 아베와 그를 추종하는 일본의 일부 극우 정치인들은 쉽게 잘못을 뉘우치고 참회할 사람들이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저들이 그렇다고 해서 우리 쪽에서도 똑같은 방식을 써가며 대응한다면, 이것은 바람을 거슬러 흙을 뿌리는 바보짓에 동참하는 일이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특히 중앙과 지방정부를 가릴 것 없이 공직자들이 흥분해서 반일 감정을 자극하고 극단적인 언행을 이어가는 것은 전략적으로도 하수(下手)에 속할 뿐만 아니라 미쳐서 날뛰는 아베와 그 무리들을 더욱 기고만장하게 하고 저들이 목표로 했던 일본 내부 여론 확보에 도움만 줄 수 있다.

“최고의 병법은 적의 의도를 사전에 꺾어놓는 것이고, 그 다음의 병법은 적의 외교를 끊어놓는 것이며, 그 다음 병법은 적의 군대와 직접 들에서 전투를 벌이는 것이고, 최하의 병법은 적의 성을 직접 공격하는 것이다.”(‘손자孫子’모공謨功편) “군주는 노기로 군사를 일으켜서는 안 되며, 장수는 분노로 싸움을 벌여서는 안 된다.”(같은 책 화공火攻편)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지도자들은 이제 마음을 차분히 하고 중국 고대 사상가인 손무(孫武)가 한 위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면 좋겠다. “싸워 이기자!”는 결연한 의지를 국민 앞에 보이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숫타니파타(經集)’에 전해오는 부처님 말씀처럼 “사방에서 부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기둥처럼, 비난과 칭찬에 흔들리지 않고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의연하고 당당하여 믿음직한 지도자상을 보여주면 좋겠다.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불교도들은 감정의 골을 깊이 파고 있는 정치인들의 언행에 부화뇌동하지 말고 같은 부처님 제자로서 두 나라 사이의 평화를 다지는 일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500호 / 2019년 8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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