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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있는 존재라면

기자명 금해 스님

각기 다른 템플스테이 회향 설문
각자 생각이 반대 결과도 가져와
희로애락 원인 오직 마음에 있어

템플스테이나 행사를 하면 마지막에 회향 설문지를 작성하도록 합니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 같은 프로그램을 하는데도 좋고 나쁨은 모두 다 다릅니다. 각자의 생각이 전혀 반대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지요.

처음으로 명상순례여행에 동참한 분이 사찰의 큰방에서 다 함께 잠자는 것이 힘들었다고 얘기합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한 보살님이 설악산 봉정암 가면 눕지도 못한다며, 이 정도면 호텔이라고 웃습니다. 

항상 집에서 혼자 씻던 아이들은 동성(同性)이라도 여럿이서 함께 샤워하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반대로 오랫동안 어린이법회를 다닌 아이들은 절에 오면 같이 자고 같이 씻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처음 만난 동생들의 옷까지 챙겨 입혀 줍니다. 

상담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개 각자의 삶에서 일어나는 생로병사(生老病死), 가족과 친구 등 인연에 대한 고통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스스로 찾아내는 답은 모두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마음의 방향에 따라 분노와 절망, 용서와 희망의 다른 미래를 갖습니다.

우리들은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늘어놓기만 할 뿐, 스스로 거두고 해결하는 방법은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항상 흔들리고 쳇바퀴 돌 듯 계속 반복합니다.

모든 고통, 숱한 감정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오직 진리에 대한 공부와 수행뿐입니다. 모든 것이 마음에서 비롯되며, 희로애락의 원인이 오직 마음에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를 바꾸고 싶으면 원인을 바꾸어야 합니다. 그러니 자신의 희로애락을 바꾸고 싶으면 곧 마음을 바꾸어야 하는 것이지요.

모든 행사와 상담의 답은 결국 수행, 마음공부로 귀결됩니다. 수천가지의 마음을 이야기해도 마지막에는 불교 공부와 수행하기를 거듭거듭 당부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행은 ‘마음’에 대한 것이기에 ‘마음’을 갖고 있는 존재라면 언제나 큰 힘을 발휘합니다.

우리는 의식주를 비롯해 운동이나 병원 치료 등 숱한 방법으로 몸을 관리합니다. 뿐만 아니라 집안의 사소한 물건까지도 매일 청소하고 세세히 닦아가며 관리하지요. 그보다 더 자주 쓰고, 더 격렬하게 반응하며, 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마음은 왜 관리하지 않고 내버려 둘까요?

마음이 일상이기에, 수행 역시 무언가 일이 있을 때 선택해서 쓰는, 특별하고 고귀한 일이 아니라 일상의 일이어야 합니다. 마음을 갖고 쓰는 우리 모두에 대한 일입니다. 수행은 바로 그 마음을 관리하고 조절하며 행복하게 하는 일입니다. 

이는 종교나 사상, 남녀노소, 대통령이거나 백성이거나, 부자이거나 가난하거나, 머리가 좋거나 나쁘거나 간에 그 무엇과도 상관없이 마음 있는 이라면 누구나 수행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만약 신이 ‘마음’수행을 했다면 그의 신성한 역사에 분노와 질투에 의한 물과 불의 벌이나 살생의 기록은 없었을 것입니다. 정치인들이 마음 수행을 했다면, 인류 역사에 탐욕과 분노, 질투, 어리석음에 의한 전쟁의 기록은 없었을 것입니다.

잠시도 쉬지 않고 쓰는 마음을 관리하는 일은 지금 당장 해야 할 가장 급한 일입니다. 그래서 ‘선가귀감’에 이르기를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이 공부하라(如救頭燃)’고 하신 것입니다. 
 

마음 수행은 쉽습니다. 자신의 호흡을 관하는 것만으로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혼자하기 힘들다면 템플스테이와 여러 명상 캠프에 참가하시기 바랍니다. 호텔이든 큰방이든, 혼자든 여럿이든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할 것입니다. 지금, 바로 가장 아름다운 마음 여행을 시작하십시오. 

금해 스님 서울 관음선원 주지 okbuddha@daum.net

 

[1500호 / 2019년 8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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