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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월하 스님과 월주 스님

기자명 이병두

불교개혁 도반에서 갈등의 상징으로

1970년대부터 종단정치 주도
종단개혁 때는 종정·총무원장
종단정치 중심놓고 갈등 심화
1998년 종단사태 원인되기도

1979년 5월1일 월하 스님과 월주 스님의 수도군단 위문 방문(출처 ‘불교군종사-군종 50년사’).
1979년 5월1일 월하 스님과 월주 스님의 수도군단 위문 방문(출처 ‘불교군종사-군종 50년사’).

2003년 12월4일 조계종 종정을 지낸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월하 스님이 법랍 71세로 열반에 들었다. 월하 스님은 선사였지만, 한국불교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종단에 불어오는 바람, 때로는 태풍을 피하지 않고 그 중심에서 맞서 버텨낸 인물이었다. 월하 스님의 입적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사람들이 “월주 스님이 과연 조문을 갈까?” “조문을 한다면 무슨 말을 할까?” 등등 월주 스님의 반응과 행보에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월주 스님은 소식을 듣자 곧바로 통도사로 달려가 월하 스님과의 인연을 말하며 고인에게 예를 다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하와 월주, 두 스님은 1970년대 후반부터 조계종 정치에서 한 배를 탄 기간이 길었다. 이른바 ‘조계사와 개운사 총무원’으로 종단이 양분되어 세속 법정에서 다툼을 이어가고 부처님오신날 행사를 치르지 못할 정도였던 시절, 함께 ‘개운사 측’에서 총무원장과 종회의장으로 활동하였고, 1994년 봄 ‘조계종 개혁불사’를 거쳐 새 종단 집행부가 들어설 때에도 나란히 종정과 총무원장으로 ‘불교개혁을 함께 이끌어갈 상징’처럼 등장하였다. 그러나 이들이 ‘같은 배’를 타고 ‘조계종 개혁’이라는 ‘같은 꿈(同夢)’을 구현할 것이라던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다.

통합종단 출범 이후 계속 이어진 ‘종정과 총무원장의 갈등’이라는 오랜 구습이 이들 사이에서도 꿈틀대기 시작하여 종정과 총무원장 사이에서 이견이 이어졌다. 종정 월하 스님이 ‘종정중심제로의 종헌개정과 멸빈자 사면복권 추진’을 총무원장 월주 스님에게 요구했지만 총무원장이 이를 거부하면서 둘 사이에 앙금이 쌓여갔다. 이 와중에 1998년 10월 월주 스님이 총무원장에 출마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표면화되었다.

10월24일에는 월하 스님이 ‘월주 스님의 3선 반대와 후보사퇴’를 촉구하는 종정 교시를 발표하고 이 교시에 따라 정화개혁회의가 출범하면서 조계사와 총무원을 둘러싸고 대규모 폭력사태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총무원측이 주도한 승려대회에서 종정 월하 스님이 불신임된 뒤 영축총림 방장직에서도 물러나는 수모를 겪었다. 또 2001년 8월 ‘1998년 종단사태’ 종도들에게 참회의 글을 발표한 뒤에야 다시 방장 소임을 맡게 되는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다.

1998년 말 종단사태 때는 미국의 CNN방송에서 현장을 생중계해 조계종이 전 세계에 ‘폭력집단’으로 낙인찍히게 되는 어두운 역사의 한 복판에 월하 스님과 월주 스님이 있었다. 그래서 월하 스님이 입적했을 때 많은 이들이 월주 스님의 반응과 행보를 주시했던 것이다.

개운사 측 총무원장과 종회의장으로 한 배를 타던 1979년 5월1일 수도군단 위문 방문 때, 월하 스님 양 옆으로 월주 스님과 몇 달 뒤 신군부측 주역이 되는 차규헌 군단장이 함께 ‘사이좋게’ 찍은 이 사진을 보면서 “두 분이 계속 잘 지냈으면 종단이…”, 이런 생각을 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500호 / 2019년 8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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