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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부처와 예수, 누가 죽음을 이겼나

기자명 이제열

부처님은 죽음에 끌려 다니지 않아

어릴 때 친구 만나면 전도
“부처님도 죽었다”며 강변
부처님 죽음 선택 후 예고

초등학교 친구 중에 목사가 있다. 그런데 그 친구는 나를 만날 때면 이젠 불교를 그만두고 예수님을 영접하라고 집요하게 전도한다. 지금도 나를 위해 하나님에게 매일 기도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하나님은 너를 무척 사랑하시기 때문에 네가 오기를 기다리고 계신다면서 어떻게든 설득시키려고 애쓴다.

이런 친구가 불교를 믿는 사람에게 자주 사용하는 무기가 있다. 기독교는 생명의 종교요 부활의 종교임에 비해 불교는 사망의 종교요 허무의 종교라는 것이다. 예수는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났으나 석가는 부처가 됐다지만 결국은 죽어서 다시 살지 못했으니 당연히 예수를 믿어야한다는 논리다. 그동안 나는 이 친구의 성의와 사명감을 생각해 애써 그러려니 하고 지나갔다. 그런데 얼마 전 여러 동창들이 있는데 또 그 말을 꺼냈다.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불교가 왜 기독교보다 위대하고 합리적인 종교인지에 관해 진지하게 설명했다. 특히 부처님이야말로 인류역사상 최초로 죽음으로부터 벗어난 분이며 부처님은 우리들에게 그 길을 가르쳐주신 위대한 분이라고 말하고, 불교가 왜 죽음을 이긴 종교인지에 관해 설명했다.

먼저 나는 부처님이 단순히 죽음을 평온히 받아들이고 죽음에 순응하신 분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부처님은 죽음의 정체를 정확하게 보셨고, 죽음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아셨으며, 죽음에 끌려가서 죽음을 당하지 않으셨으며, 죽음을 벗어난 경지에서 입멸에 드셨다고 말했다. 부처님이 몸을 버리시기 전에 자신의 입멸을 예고하고 그 시간과 장소와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셨음도 일러주었다. 특히 내가 강조한 것은 부처님이 자신의 입멸을 예언한 것이 아니라 예고했다는 점이며, 이는 부처님이 죽음을 당하신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음을 방증하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고는 부처님이 아난다에게 쿠시나가라 사라쌍수 아래서 석 달 후 새벽에 입멸을 예고하셨던 것, 자신은 이제 모든 일을 마쳤으므로 이 세간에 더 이상 머무를 필요가 없다고 하신 것, 만약 세상 사람들이 나를 더 필요로 하고 세상에 머무르기를 원한다면 그렇게 하겠다는 말씀도 덧붙였다. 그런 뒤 실제로 부처님의 입멸이 스스로 예고했듯 차질 없이 쿠시나가라 사라나무 밑에서 입멸에 들었다는 얘기로 이어갔다. 이는 모든 사람이 죽음을 당하지만 부처님은 죽음을 자신의 뜻에 따라 마음대로 할 수 있음을 보이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부처님은 일반 중생들처럼 죽음 앞에 무기력한 모습이 아니라 죽음을 이겼기 때문에 대웅(大雄)이라 부른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렇기에 진정으로 죽음을 이긴 자는 3일 만에 부활한 예수가 아니라 부처님이며, 인류 역사상 죽음을 이렇게 무력화시킨 존재는 부처님 말고는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리고는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얘기로 이어갔다. 부처님의 입멸은 우리들에게 두 가지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 하나는 죽음이 극복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죽음이 신의 뜻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리석음과 욕망에 의해 형성된 육체와 정신은 죽음에 의해 끌려가지만 지혜와 선정에 의해 길들여진 육체와 정신은 죽음이 어쩌지를 못한다고 말했다. 그런 다음 나는 죽음에 끌려가느냐 죽음을 끌고 가느냐가 부처님의 입멸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사실과 더불어 여기에 기독교의 신은 발 부칠 곳이 없다고 했다.

많은 친구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친구 목사는 “석가의 그런 모습은 하나님을 대적하려는 마귀가 모두 꾸며낸 거짓이네. 어서 지금이라도 예수를 영접하게”라고 했다. 종교적 확신은 때때로 사람을 벽창호로 만든다. 내 친구 목사가 꼭 그랬다.

이제열 법림선원 지도법사 yoomalee@hanmail.net

 

[1500호 / 2019년 8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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