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9. 불교의 식생활

기자명 법장 스님

육식, 오신채 금지한 건 수행 방해하기 때문

일체의 공양은 수행위한 것  
마늘은 강한 냄새로 금기해
상좌부 스님들은 종종 육식
불자 올린 공양물이기 때문

불교의 계율 중에는 일상생활에서 주의해야 할 것들에 대한 내용들이 상당히 많다. 특히 의식주와 관련해서 불교인다운 생활방식을 말하며 금지시키는 조항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 중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 것이 육식과 오신채의 금지이다.

우선 육식을 금지하는 이유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불교 승려의 식생활의 기본은 탁발(걸식)이다. 탁발이란 수행공동체인 승가에 재가자들이 공양물을 보시하면 그것으로 승려들이 식사를 하여 건강을 유지하며 수행을 해서 다시 재가자들에게 바른 불법을 전해주는 불교의 중요한 의식이다. 그런 탁발을 하면 종종 자신의 집에서 준비한 음식을 보시하는데 그 안에 고기가 들어있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승가에 대한 공양물이기에 승려들은 그 고기를 먹어도 문제가 없다. 그래서 태국이나 미얀마 등의 상좌부(남방) 불교의 스님들이 식사를 하면서 육식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는 탁발의 보시물을 받아먹는 것으로, 계율을 어긴 행동을 한 것이 아니다. 이처럼 불교에서는 육식에 대하여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불교에는 삼정육(三淨肉)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자신의 눈으로 그 살생(도살)하는 장면을 보지 않은 고기, 나를 위해 살생했다고 듣지 않은 고기, 나를 위해 살생했다는 의심이 없는 고기’를 말한다. 즉 고기를 먹고 싶다는 승려 자신의 욕심에 의해 고기를 먹는 것은 철저히 금지시키고 있으나 보시를 통해 얻어진 것에 대해서는 그것을 보시한 신도분의 공덕을 위해 육식을 해도 계율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육식에 대한 불교적 견해가 대승불교로 넘어오면서 다소 바뀌게 된다. ‘범망경’에서 말하고 있듯이 모든 생명 있는 존재들은 우리와 과거, 현재, 미래에 인연이 있고 모두 우리의 가족이라는 인연법으로 이해되며 육식에 대해 보다 엄격한 금지를 하게 된다. 즉 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자신과 관계된 다른 생명을 먹는 것으로 불교인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는 자신이 죽인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그 악업이 쌓이게 되어 우리가 고통을 받아 윤회하게 되는 에너지로 작용하게 된다고 한다.

다음으로 오신채(五辛菜)란 매운 맛을 내고 강한 냄새를 내는 다섯 가지 채소를 말한다. 경전에 따라서 종류에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파, 마늘, 부추, 달래, 흥거’ 정도로 구분한다. 이런 오신채를 금지하는 것에도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율장에서 오신채는 강한 맛과 강한 향을 내는 것이기에 그것을 먹은 승려가 신도들 앞에서 법문이나 설법을 하게 되면 입에서 강한 냄새가 나서 상대방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오신채를 금지하는 것이다. 이 중 마늘에 대해서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는데 부처님이 계시던 마을의 한 신도가 승가에 자신의 마늘밭에 있는 마늘을 보시하겠다고 해서 승려들이 그 마늘밭에 가서 마늘을 따왔는데 문제는 밭에 있는 마늘을 몽땅 뽑아버려서 그 신도가 팔아야 할 것조차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런 문제를 부처님께 말씀드렸더니 부처님께서 신도에게 큰 불편을 준 것을 꾸짖으시며 승가에 소속된 승려들이 마늘을 먹는 것을 금지시키셨다.

그리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오신채를 먹으면 강한 맛에 의해 몸에 열이 나고 욕망이 일어나게 해서 수행을 방해한다는 내용은 ‘범망경’ 등의 보살계가 확대되면서 알려진 내용이다. 그 중 ‘범망경’은 중국에서 편찬된 경전으로 중국식 해석이 첨가되며 오신채 금지에 대한 이유가 수행과 연관되며 승려의 욕망을 막고 올곧은 수행에 집중하게 하기 위한 이유로 바뀐 것이다.

이처럼 일반적으로 알려진 불교의 육식과 오신채에 대한 금지이유가 율장과 보살계, 그리고 시대와 나라에 따라 다소 다르게 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불교수행자는 가급적 육식과 오신채를 피해서 식생활을 하는 것이 좋으나 그 금지이유와 왜 그것을 조심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식을 갖고 수행과 생활을 할 때 보다 바른 불교적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500호 / 2019년 8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