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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환경운동과 인드라망

기자명 고용석

인드라망에 환경운동 새길 있다

20세기 자연보호 2가지 흐름 
가치보존·자연활용으로 나눠
이제는 보존·규제 뛰어넘어야  
인드라망은 상호 연결성 상징

이미 만물이 하나라는 인식은 사람이 알든 모르든, 또한 신화와 비유 철학 속에서 어떻게 표현되든 세상의 모든 제도와 종교 속에 이 사상이 담겨있다. 이 사상이 오늘날 환경 생태운동으로 등장한 것은 콩코드의 진보적 지식인들에 의해서다. 19세기 에머슨이 ‘자연’을, 소로우가 ‘월든’을 통해 자연의 신성함을 노래하고 한편 그것이 훼손되기 쉽다는 점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언어는 중산층의 마음을 움직였고 궁극적으로 정부정책에 영향을 줬다. 

20세기 초 자연보호운동은 두 가지 흐름으로 나타났다. 이상주의적인 자연보전론자는 가장 오래된 환경단체인 시에라클럽을 창시한 존 뮤어가 대표했다. 뮤어는 자연이란 신성한 존재이며 개발보다는 그 영적 가치를 보전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실용주의적 자연보호론자는 미국 26대 루스벨트 대통령과 그의 관료들이었다. 그들은 국가운영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문제는 자연과 자원을 보호하고 과도하지 않게 적절히 활용할 때 해결된다고 보았다. 루스벨트는 천연자원의 보호 문제를 정책의 우선순위에 놓고 천연자원보호위원회를 설치하여 기념비적인 환경보호 관련 업적을 거두었다. 국가보호 삼림과 야생동물보호구역을 비롯해 총 1억9400만 에이커의 보호구역을 확보했다.

제2세대는 규제주의 물결이었다. 이 물결의 등장에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이 레이첼 카슨이었다. 1962년 그녀는 살충제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지적한 실로 혁명적인 책을 발표했다. 그것이 바로 ‘침묵의 봄’이다. 당시 미국인들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무한질주를 해온 산업화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뚜렷이 느끼고 있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폐기물과 공해 등 ‘침묵의 봄’은 공업과 자연환경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해 대중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1970년 여론의 압박과 환경재앙에 대한 언론의 잇따른 보도에 대응하여 닉슨 대통령은 환경보호국(EPA)을 설치했다. 그 후 청정대기법과 멸종위기생물법 등 수많은 환경규제 법안이 통과되었다.

보호주의와 규제주의 물결은 둘 다 치명적 결점을 안고 있었다. 보호주의는 수천 년 동안 자연을 관리하며 지속가능성을 유지해온 인디언들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학살했다. 인디언들의 세계관은 사람이 대지 기후 우주에 불가분하게 연결된 존재라는 것이었다. 1769~1890년까지 캘리포니아 인디언 인구만 31만 명에서 1만7천 명으로 줄어들었다. 

규제주의 또한 인종 계급 권력의 문제점이 있었다. 산업화의 규제는 전적으로 부유한 백인의 시각에서 이루어졌다. 유독성 오염물질이 빈민과 흑인들  거주 지역에서 배출되는 것을 간과했고 입법과정에서도 소외시켰다. 그 결과 1980년대 소위 환경인종주의에 투쟁하기 위해 환경정의운동이 등장했다. 이는 오늘날 기후정의운동으로 이어졌다. 선진국이 온실가스의 대부분을 배출함에도 모든 고통은 빈민국이 겪는 현실을 바로잡자는 움직임이다.

이제 환경운동은 새로운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모든 사람은 소중하고 모든 생명은 신성하며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니기에 우리 자신을 포함한 모든 생물종의 후생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계속해서 생명의 그물을 찢어놓는다면 그것은 곧 우리의 존재 자체에 구멍을 뚫어놓는 짓이 된다는 인식이다. 

인드라망은 우주만물의 상호연결성을 나타내는 이미지다. 우주는 다면체의 빛나는 보석들로 이루어진 그물망이며 그 보석 하나하나를 바라볼 때 다른 보석들의 반사만을 보게 되고 그렇게 반사체계가 끝없이 이어진다. 하나하나의 보석은 그물 전체의 상인 것이다. 오늘날 환경운동은 화엄불교의 인드라망과 맞닿아있다. 자연의 보호가 우리 자신의 보호로 자연스레 인식된다면 그 무슨 음식선택의 강조나 도덕적 훈계가 필요할까?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directcontact@hanmail.net

 

[1500호 / 2019년 8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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