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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가오의 ‘조양대월도(朝陽對月圖)’

기자명 김영욱

짓과 행하는 모든 것이 불법

일본의 선승 가오 스님의 작품
먹의 변주·원숙한 필치 돋보여
가사와 바늘은 일상 실천·행동
경전과 불법은 지혜를 의미해

傳 가오, 대월도, 18세기 추정, 종이에 먹, 84.1×34.5㎝, 미국 보스턴미술관(왼쪽). 가오, 조양도, 14세기, 종이에 먹, 84.3×35.2㎝,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오른쪽).

朝來共喫粥(조래공끽죽)
粥了洗鉢盂(죽료세발우)
且問諸禪客(차문제선객)
還曾會也無(환증회야무)

‘아침이면 함께 죽을 마시고 먹고 나서는 발우를 씻는다. 다시 묻노라, 여러 선객이여 지금에 이르도록 깨닫지 못했는가?’ 원감충지(園鑑冲止, 1226~1292)의 ‘우연히 써서 여러 선객에게 묻다(偶書問諸禪者)’.

“도는 무엇입니까?” 

어느 선객이 조주(趙州) 선사에게 물었다. 대뜸 선사가 아침 죽을 먹었는지 물어보니, 선객이 먹었다고 답했다. 선사가 조용히 말씀하셨다. “그럼 발우를 씻게나.”

하루의 일상 속에도 불법은 있다. 옛 시에 ‘아침 햇볕 아래 찢어진 옷을 기우고, 달빛 아래에서 남겨진 경전 읽기를 마치네(朝陽補破被, 對月了殘經)’라고 했다. 이는 선객의 하루 일상을 말하는 것으로, 아침에는 낡아진 가사를 기우고 밤에는 경전을 읽으며 불법을 깨우친다는 뜻이다. 짧게 ‘조양’과 ‘대월’로 불린다. 일본 에도시대 화가 타니 분쵸(谷文晃)는 이 시가 왕봉진(王逢辰)이라는 인물의 시이고, 조양과 대월이 특정한 인물을 가리키지 않는다고 언급했었다.

일찍이 법훈(法薰)이나 지우(知遇)가 남긴 시를 보면, 본래 조양과 대월의 고사가 송대로 거슬러 올라감을 알 수 있다. 그들의 시를 통해 두 고사가 각기 한 폭씩 그려져 한 쌍을 이루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조양도와 대월도의 제작 전통은 중국 남쪽 지역을 통해 교류하던 일본의 여러 문사나 선승이 얻어서 일본으로도 전해졌다. 

일본의 선승 가오(可翁)의 작품으로 전하는 ‘조양도’와 ‘대월도’는 일본 내에 무르익기 시작한 선종 문화 속에서 그려졌다. 지금은 각기 다른 기관에 소장되어 있지만, 본래 한 쌍이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가사를 기우는 승려에서는 가오 화풍의 특징인 담묵과 농묵의 다양한 먹의 변주(變奏)와 원숙한 필치의 운용이 엿보인다. 상대적으로 경직된 필치의 느낌이 드러나는 대월도는 후대에 모방한 것으로 전하지만, 두 그루의 소나무와 머리 위로 드리워진 긴 나뭇가지, 비스듬히 몸을 돌려 경전을 읽는 승려의 도상은 오래된 전통과 맞닿아있다.

두 승려는 자신의 행동에 온 마음을 쏟고 있다. 바늘을 바라보는 가사 기우는 승려의 눈빛과 경전을 읽으며 단단한 암석처럼 흔들림 없는 승려의 뒷모습이 그러하다. ‘조양도’ 속 가사와 바늘은 일상의 실천과 행동을, ‘대월도’의 경전은 불법의 학문과 지혜를 의미한다. 즉 일상생활 속 지(智)와 행(行)이 하나로 합쳐지는 곳에 불법이 스며들어 있음을 말한다.

“불법은 일상 곳곳에 있으니, 가고 오고 앉고 눕는 곳에 있고,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곳에 있고, 서로 말을 주고받는 것에 있고, 짓고 행하는 데 있다.”

옛날 위부(魏府)의 노화엄(老華嚴) 선사가 남긴 말을 빌려 글을 맺는다.

김영욱 한국전통문화대 강사 zodiacknight@hanmail.net

 

[1500호 / 2019년 8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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