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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것보다 나가는 것이 많게 하라”

기자명 법보
  • 교계
  • 입력 2019.08.19 14:23
  • 호수 1501
  • 댓글 0

[기해년 하안거 해제법어] 덕숭총림 방장 우송 스님 

“당당히 홀로 드러나 백초두상(白草頭上)에 서로 만난다. 너가 나를 외면하지 않으니 성색(聲色)이소멸하고 내가 너를 외면하지 않으니 보고 듣는 것이 해탈이다. 삼라만상은 한 마음 거울에 흐르는구나.”

여름안거를 마쳤다. 입추가 지나고 툭 터진 하늘 틈새로 가을이 전설처럼 밀려오고 있다. 소 찾는 사람이 갈림길을 만났다. 걸망을 지고 산문을 나서는 납자를 향하여 회두청산(回頭靑山). 머리를 돌려 청산을 봐라. 태산준령이 손 안에 와 있다.

신심불이(信心不二) 불이신심(不二信心) 언어도단(言語道斷) 비거래금(非去來今). 이 물건은 둘이 아니다. 둘이 아닌 이 물건이여. 말길이 끊어졌다. 세월 밖이다. 

근원에 사무쳐야 생사에 자신이 생긴다. 간단(間斷)이 없는데서 간절해지면 마음길이 끊어진다. 한 덩어리 본지풍광에서 세상은 시비가 없어진다. 하다보면 밤낮이 없어지고 굴리다보면 한결이 된다. 움직일 때 일할 때 가고 올 때 몸으로 한 덩어리, 타성일편이 되면 시무시처(無時無處)가 선당(禪堂)이 된다. 언제 어디서든 서불장(選佛場)이요, 판도방(判道房)이다. 

내가 칼산을 향하면 칼산이 풑밭이 되고, 내가 아귀를 향하면 아귀의 허기가 풍요로워지고, 내가 지옥을 향하면 사방창살이 바람이 된다. 이 지심으로 돌아오면 길이 훤히 드러난다. 세계는 조용해지고 넉넉해진다. 이 지심으로 돌아오면 세상은 아름다운 꽃바다, 화장찰해(華藏刹海)다.

이 넘치는 바다는 흐르는 것이 법칙이다. 천하의 강물이 이 한 몸에 도도히 흘러들어오고 있다. 하늘이 오고 땅이 오고 사방팔방에서 필요한 모든 것이 샘물처럼 솟아 들어오고 있다. 흐르게 하라! 수문을 활짝 열어라. 오는 것보다 나가는 것이 많게 하라. 흐르고 흘러서 흘러 들어온다. 흐르게 하라! 이 한수가 필요하다. 공부하는 사람, 부자 되는 사람은 흐르게 하는 사람이다. 숨쉬기 좋게 하는 사람, 옆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다.  

시방삼세 제망찰해 상주일체가 불가사의(不可思議) 이뭣고요, 부처님이다. 시방삼세 제망찰해 상주일체가 달마요 소통이요 숨길이다. 시방삼세 제망찰해 상주일체가 관세음보살이요 대자대비요 큰 사랑이다. 끝없는 삼보의 대자대비 속에 눈을 뜨면 내가 해야 할 일은 이 정성을 바치는 일 뿐이다. 시원하게 흐르게 하고, 숨쉬기 좋게 하는 일 뿐이다. 풀 잎 한 줄기, 물 한 방울도 명훈가피력이다. 강산이 이 자체로 녹아져 이 뭣꼬 일뿐이다. 이뭣고!

만공스님은 해제 법문 끝에 사홍서원을 일러주셨다. 숨길마다 발자욱마다 사홍서원을 실천하는 묘수가 있다면 필시 이 뭣꼬 일 것이다. 노사의 은혜가 하해(河海)와 같다. 맑은 바람 불고 밝은 달 비출 때 누구냐. 

고불미생전(古佛未生前) 응연일상원(凝然一相圓) 석가유미회(釋迦猶未會) 가섭기능전(迦葉豈能傳). 고불이요 미생전이요, 한 덩어리 둥그렀다. 석가도 알지 못하는데, 가섭이 어떻게 전하겠는가.

 

[1501호 / 2019년 8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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