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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경신기도

기자명 이제열

경신기도는 불교와 전혀 상관없어

산속에서 무속인이 주로 시행
도교적 세계관에 기반한 행위
불교계 내에서도 모거사 주도

명산에는 절도 많고 기도처도 많다. 서울의 명산인 북한산에도 많은 사찰과 암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명산이라고 반드시 부처님을 모신 절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속인들이 세운 굿당이나 신당들도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아마 절 수효 못지않게 굿당과 신당이 자리를 잡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무속인들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다. 굿당이나 신당을 발견하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안에 들러 굿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는 했다. 며칠 전에도 오랜 만에 북한산을 오르게 되었는데 꽤 규모가 큰 굿당 안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들어가 보았다. 신당 안에는 갖가지 음식들이 풍성하게 제단에 올려 있고 굿이 끝났는지 울긋불긋한 복장의 무속인이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한 여성에게 다가가 “오늘은 무슨 일이 있기에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모였느냐?”고 물었다. 그 여성은 “어제가 경신일이기 때문에 경신기도를 하고 오늘 천상의 상제님한테 정성을 드리는 날이라 이렇게 모였다”고 말했다. 내가 다시 “경신일에는 늘 이처럼 사람들이 많이 오느냐?”고 묻자 그 여성은 “우리 신당의 선생님은 다른 분들처럼 굿만 하시지 않고 정기적으로 경신기도를 시키기 때문에 그 영험으로 신도들이 많다”고 답했다.

나는 그 광경을 보고 경신기도에 대해 새삼 관심을 두게 되었다. 과거에는 어떠했을지 몰라도 근래 불교 안에서는 경신기도라는 말을 잘 들을 수 없고 보면 그 기도는 대부분 무속인들을 중심으로 산속에서나 행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경신기도란 1년에 6번씩 찾아오는 경신일(庚申日)에 잠을 자지 않고 기도하기 때문에 육경신(六庚申) 혹은 수경신(守庚申)이라고 부른다. 이 기도는 경신일 전날 밤 11시30분(己未日 丙子時)부터 경신일 밤 12시30분(庚申日 戊子時)까지 25시간을 깜박 졸음도 없이 깨어있어야 한다고 한다. 단 1초라도 졸면 실패한다고 전해진다.

황당하기는 하나 흥미로운 내용은 인간의 몸속에는 삼시충이라는 천상계에서 보낸 상충·중충·하충이라는 세 마리의 벌레가 살고 있다고 한다. 이런 세 마리의 벌레는 평소에 인간의 선·악업을 감시하다가 경신일이 되면 인간이 잠든 틈을 타 천상의 상제에게 올라가 보고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날 인간이 잠을 자지 않으면 그 세 마리의 벌레가 천상에 올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상제에게 죄상이 보고되지 않아 수명을 늘려준다고 한다. 만약 어떤 사람이 경신일에 기도를 하든지 수련하기를 빼놓지 않으면 도가 높아지고 36년간 지속하게 되면 마침내 천상의 옥황상제를 친견하여 진인에 이르게 된다고도 한다.

그뿐 아니라 경신일에는 천상의 신장들이 인간들을 잠들게 하려고 도술을 펼친다고 한다. 이때 인간들이 신장들의 도술에 걸리지 않고 잠을 자지 않으면 반드시 영험을 얻고 소원을 성취한다고도 한다. 전해지기로는 이와 같은 경신기도나 수련을 근대의 고승들도 행했다는 얘기도 있다.

어쨌든 요즘 이런 경신기도를 불교 내에서 행하는 거사가 있다.  그는 자신을 따르는 불자들에게 경신기도의 효험을 강조하고 함께 기도를 한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이 기도와 수련을 권하는 단체가 꽤 많고 불교를 내세우는 단체들 중에서도 발견이 된다. 그렇지만 이 기도는 불교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도가의 영향에 의해 만들어진 기도법이다. 근기 따라 방편을 쓴다지만 불교계 내부에서 불교와 관련이 없는 종교의 방편을 쓴다는 것은 바른 길은 아닌 줄 알아야한다. 올바른 가피와 공덕이 주어질리 없다.

이제열 법림선원 지도법사 yoomalee@hanmail.net

 

[1501호 / 2019년 8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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