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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선과 명상수행

기자명 법장 스님

모든 수행의 첫 걸음은 우선 멈추는 것

불교수행 핵심은 멈춤과 집중
바쁜 일상으로 수행관심 커져
현대인들 멈춤 자체 두려워해
그 어디서든 잠시 쉬게 할 때 

우리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수행은 ‘선(禪)’이다. 고요한 방 안에 좌복을 깔고 편안히 앉아서 온 몸의 힘을 빼고 자신에게 주어진 ‘화두(話頭)’에 집중하는 수행을 우리는 ‘선’ 또는 ‘좌선’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나오는 ‘화두’라는 것은 사전적인 표현으로 ‘조사(祖師)들의 말에서 이루어진 공안(公案)이나 고칙(古則)’을 가리키는 것으로, 선 수행을 하는 수행자 자신의 근기에 맞는 화두를 스승으로부터 받아 그것의 실마리 혹은 근원을 찾는 수행을 쉼 없이 닦는 것이다. 이처럼 ‘선’은 가만히 정지된 상태에서 하는 수행처럼 느껴지지만 그 내면에서는 자신의 화두와의 끝없는 일체화와 부딪힘이 이어지고 있는 생동적인 수행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유행을 하는 것 중에 ‘명상’과 ‘요가’를 빼놓을 수 없다. ‘요가’는 본래 인도에서 유래된 수행으로 일반적으로는 몸의 스트레칭과 같이 알려져 각 기관이나 몸을 풀어주며 그 효과로 집중력과 마음의 안심을 가져오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 이 요가가 바로 우리의 선 수행의 원형에 가장 가까운 형태이다. 인도에서 유래된 불교이며 불교의 종파 중 유가행파라고 하여 요가 수행자들의 수행집단도 존재했다. 이러한 요가의 하나인 좌선의 형태가 화두와 만나게 되고 고요한 상태에서의 집중이 지금의 ‘선’으로 발전된 것으로 본다.

다음으로 ‘명상’은 특히 서양에서 매우 인기가 있는데, 자신이 현재하고 있는 행동과 생각을 모두 멈추고 오직 자신의 내면만을 생각하며 말 그대로 아무 생각 없이 고요하게 앉는 것을 우리는 ‘명상’이라고 부른다. 이런 명상 수행도 사실 앞서 말한 요가수행의 하나이기도 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종종 접할 수 있는 ‘위빠사나(Vipassanā)’ 수행이 명상 수행의 하나이다. 

위빠사나 수행은 자신의 감정이나 움직임, 즉 호흡이나 현재의 감각상태 등에 집중하여 그 호흡의 움직임이나 감각, 감정의 발생을 관찰하는 수행법이다. 그리고 그 수행을 통해 그것들을 조절하거나 자신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수행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처럼 불교에서는 멈춤과 집중이라는 것에 수행의 중점을 두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또한 최근 혜민 스님의 저서인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과 같은 현대적 제목으로도 선 수행의 모습이 소개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불교적 수행이 최근 들어 더욱 각광 받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시대와 환경이 발전해 갈수록 보다 빠르고, 보다 많은 일들을 해야 하며 보다 깊은 생각과 계산을 해야만 하는 세계를 살고 있다. 

지나칠 정도로 바쁜 일상에 한 순간도 제대로 우리 자신의 삶을 느끼며 사는 시간이 부족하다. 자신의 일과 책임에 성실히 임하지만, 그 안에서 그 일을 하는 나 자신을 돌보고 챙겨주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부족해지기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과거에 비해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으로 고생하는 분들의 비율이 늘고 있고, 가족보다 사회의 일에 더욱 신경 쓰는 모습들이 늘고 있다.

매일같이 바쁜 일상 속에 잠시라도 시간이 생기면 우리는 약간의 불안감을 느끼며 급하게 핸드폰을 만지거나 주위를 살피기도 한다. 잠시라도 멈추는 것을 두려워하게 된 것이다. 다른 사람이 카페 등에서 멍하게 있거나, 하릴없이 산책이라도 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뭐해(뭐하세요)?”라는 질문부터 한다. 

우리는 꼭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고, 그 언젠가부터 고정적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선, 요가, 명상 등의 수행의 첫 걸음은 우선 멈추는 것이다. 일도 생각도 약속도 정말 잠깐이라도 멈추고, 움직이고 생각하느라 힘들었던 우리 몸과 생각을 우선 쉬게 해줘야한다. 그리고 난 뒤에 화두나 호흡에 집중을 하는 것이다. 

자동차 엔진도 쉼 없이 달리면 과열이 되듯이 우리는 지나치게 과열된 삶을 살고 있다. 집중도 좋은 수행이지만 그 집중을 위해 다시 생각하는 것도 멈추고, 우리에게 스스로가 휴식을 시키도록 가만히 멈춰서 잠시라도 쉬었으면 한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501호 / 2019년 8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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