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큰 수의 법칙 인구의 힘
31. 큰 수의 법칙 인구의 힘
  • 강병균 교수
  • 승인 2019.08.20 09:51
  • 호수 15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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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증가와 과학기술 맞물리면 기적 만들어내

현대사회서 ‘부자=착취자’는 착각
인구 많아질수록 착취 필요 줄어
싼값에 많은 사람들에 팔기 때문
인구는 인류 발전에 결정적 역할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있다. 사람들은 부자들이 사람들을 엄청나게 착취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성경에 부자가 하늘나라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인구가 많아질수록 착취할 필요가 없어진다. 착취를 해도 많이 할 필요가 없어진다. 1억명의 사람에게서 일인당 만 원씩 착취하면 1조원이라는 거금이 생긴다. 물론 만원은, 가난한 사람에게는 큰돈일 수 있지만, 현대인들에게는 돈도 아니다. 현대의 기업이 돈을 버는 것은 좋은 물건을 만들어 싼값에 많은 사람들에게 팔기 때문이다. 삼성은 1년에 1억대 정도의 스마트폰을 판다. 누구도 사라고 강요를 받거나 사지 않는다고 해서 처벌을 받지 않음에도, 스마트폰을 산다. 구형 피처폰을 사도 통신하는 데는 전혀 어려움이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열 배나 비싼, 신형 스마트폰을 산다. 그게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하고 동영상을 보는 즐거움이 크다. 거기 비하면 기기 값과 매달 내는 이용료는 별게 아니다. 삼성이 돈을 버는 이유다.

물건을 많이 팔면, 개당 조금씩만 이익을 남겨도 크게 이익을 본다. 대당 만원씩 1억대면 1조원이고, 대당 10만원이면 10조원이다. 순이익 이외에도, 대당 제조비용 수십만 원이 국내에 뿌려지므로 그 낙수효과는 대단하다. 국제기업들은 이런 수억명 규모의 세계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서, 원가절감을 하며 치열하게 경쟁한다.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쏟아붓는다. 그 과실은 대중이 따먹는다. 예를 들어 아직 스마트폰이 없을 때, 특히 조선시대라면, 누가 스마트폰을 만들어 팔겠다고 할 때 웬만한 재산가라면 어느 누가 천만 원인들 지불을 마다하겠는가? 부자나 권세가라면 일억원이라도 지불할 것이다.

인구증가와 과학기술개발이 맞물리면 기적을 만들어낸다. 인구가 작을 때 불가능하던 일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지난 수천 년 동안 세계 인구가 만명 단위로 유지되었다면, 그간의 과학기술 문명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아마 영화·전기·인터넷 등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인구가 늘지 않는 한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다. 인구는 인류문명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인구는, 많아도 그냥 많아서는 안 되고, 정치·경제 제도 등을 통해 하나로 연결되어 유기적으로 힘을 발휘해야 한다. 사람들의 뇌를 연결해 병렬생체컴퓨터로 만들어야 한다. 이 점에서 인간은 군집동물이다. 비유하자면, 생명체가 고등 의식·지능을 가지려면 뇌 신경세포 수가 일정한 규모가 되어야 한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뇌 신경세포 수가 몇 개 안 된다면, 무슨 기특한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두 기업이 합병을 하면 구조조정을 하게 되는데, 등치는 커지지만 관리인력 밀도는 작아지게 된다. 그러면 기업운영비가 전보다 덜 들게 된다. 이 역시 인구의 힘이다. 일정한 규모를 넘어가면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비를 줄일 수 있는 이유이다.

조선시대 관리들은 내직보다 외직을 선호했다. 한번 외직을 나가면 많게는 3대가 먹고살 재물을 모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 사람에게 많은 액수를 착취하면 큰 부작용이 따르지만, 많은 사람들 특히 불특정 다수에게 조금씩 착취하면 부작용도 줄고 죄책감도 줄어든다. 인구 100명 고을에서 100억원을 착취하려면 1인당 1억원을 빼앗아야 하지만, 인구 1000명 고을이라면 1 인당 천만원으로 줄고, 인구 만명 고을이라면 백만원으로 준다. 큰 수의 위력이다. 지배자들이 같은 정도로 사악하다면, 민중은 인구를 늘림으로써 착취로 인한 1인당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인구가 인간의 물질적 정신적 삶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력을 보면 독립적·주체적 인간상은 망상일지 모른다. 기껏해야 개인을 사회에 묶어놓는 줄을 늘려 개인의 자유를 늘리는 정도일 것이다. 다시 말해 인구가 적으면 즉 사회규모가 줄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게 줄어들므로, ‘개인이 누릴 걸 다 누리면서도 사회를 벗어나 사는’ 완전한 자유는 있을 수가 없다. 종교적 망상은 바로 이 점을 간과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천국에서 사람들은 왜 다 모여 살아야 할까? 각자 행성을 하나씩 차지하고 살면 안 될까? 천국에서 다른 사람들의 용도는 무엇일까?

강병균 포항공대 수학과 교수 bgkang@postech.ac.kr

 

[1501 / 2019년 8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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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애행 2019-09-01 01:18:23
그 대신 인구가 많아지면 한정된 재화를 서로 가지기 위한 다툼이 일어납니다. 숫자로서의 돈은 무한할지 모르지만 지구라는 행성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지금 지구는 포화상태입니다. 좁은 땅위에 살아내느라 경쟁이 너무 치열합니다. 저는 인구가 더 늘지 않기를 바랍니다. 어벤저스 디엔드의 타노스의 생각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서 지구는 좀 더 가벼워져야 합니다. 아마존 땅도 개발을 위해 불태우고... 인류가 스스로 망하는 길로 가고 있습니다. 심히 걱정됩니다. 소수의 성공자들에게 부가 집중되어 풍요로 흘러넘치는 서울 한복판에서 아사자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소중한 것을 욕망하되 헛되게 탐욕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