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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학대하는 그 손을 멈추라 

기자명 박사

한동안 인터넷에 끔찍한 동영상이 떠돌았다. 한 남자가 카페 앞 고양이를 잔인하게 죽이는 영상이었다. 며칠 뒤 범인은 경찰에 붙잡혔지만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잔인성에 있어서나 동기의 사소함에 있어서나 여러 사람들의 큰 공분을 샀던 엽기적인 사건이었지만 “구속감”은 아니었다. 사람이 아닌 고양이가 살해당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끔찍한 영상도 수없이 공유되며 분노를 샀다. 전자가 사고현장을 찍은 CCTV였다면, 후자는 자신이 직접 찍은 영상이었다. 개인 유튜버가 생방송 중에 자신의 개를 학대했다. 신고를 접수하고 출동한 경찰에게 범인은 “내 강아지 내가 때리면서 키운다는데 잘못한 거예요? 내 재산이에요. 내 마음이에요. 동물협회에 아무리 신고해봤자 안 통해. 처벌 못 해”라고 도리어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그는 사과하고 반려견에 대한 소유권도 포기했지만, ‘내 소유의 동물은 내 마음대로 학대해도 된다’는 사고가 얼마나 뿌리 깊게 내려져 있는지 확인시켜준 사건이었다. 그는 자극적인 영상으로 인기를 얻기 위해 지난 1월에도 자신의 반려견을 학대하는 영상을 송출했다고 했다. 처벌 없이 지나간 사건이 반복적 학대를 불러왔다. 

그가 자신만만해 할만도 하다. 동물보호법이 있지만, 동물학대 단독 혐의로 실형을 선고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동물은 ‘재산’이기 때문이다. 사회 전반에 분노지수가 높아지고, 성행하는 개인방송은 좀 더 자극적인 소재를 찾아 헤맨다. 그 사이에서 희생되는 건 동물들이다.

동물을 학대하는 이들은 결국 사람에게도 폭력을 휘두르게 된다는 연구결과는 많다. 보스턴 노스이스턴 대학은 동물학대자의 70%가 적어도 하나 이상의 다른 범죄를 저지르고 있음을 밝혀냈다. 아동성추행, 가정폭력, 살인범들은 많은 경우 이미 동물학대의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동물학대가 사람을 대상으로 한 범죄의 예행연습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위협을 가하기 위해 동물을 학대하는 경우도 많다. 가까운 예로 연쇄살인범 강호순, 어금니아빠 이영학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동물학대를 단지 사람에 대한 범죄의 예비단계 정도로 취급해도 될까?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를 다룬 ‘자타카’에는 동물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그중 비둘기를 구하는 이야기는 인상적이다. 어느 날 자비심 지극한 왕의 앞으로 비둘기가 매에게 쫓겨 허겁지겁 도망 온다. 비둘기를 구해주려 하니 매가 “왜 내게는 자비를 베풀지 않는가. 나는 굶어죽게 생겼다”고 항의한다.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왕은 차라리 자기 몸을 내어주겠다며 다리와 엉덩이 살을 정확히 비둘기의 무게만큼 잘라주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몸 전체를 저울 위에 올려놓았을 때에야 비둘기와 같은 무게가 된다. “생명의 무게”는 그렇다. 동물의 생명의 무게가 과연 사람의 생명의 무게보다 가벼울 것인가. 부처님은 모든 생명의 무게가 동등함을 이미 명확하게 말씀하셨다. 

철학자이자 종교학자인 나카무라 신이치는 임상심리학자 가와이 하야오와의 대담을 기록한 책 ‘불교가 좋다’에서 불교가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대칭적’으로 설정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신’이라는 존재를 내세워 엄청난 비대칭 관계를 설정하는 데 전력을 다하는 다른 종교들과 달리 오로지 불교만이 대칭적 관계를 중시한다는 것이다. 

이는 ‘자비경’에도 분명히 드러난다. “빠뜨림 없이 약하거나 강하거나 크거나 작거나 중간이거나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가까이에 있거나 멀리에 있거나 태어났거나 태어날 것이거나, 살아있는 모든 생명들이여 행복하라, 편안하라, 안락하라.” 이 구절을 읽으며, 우리는 우리 주변의 생명들을 낱낱이 돌아본다. 

인간사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분풀이로, 제 마음 속에 일어난 미움과 욕망의 손쉬운 희생자로 동물을 때리고 죽이는 손을 멈추게 하는 것. 우리가 불제자임을 자처한다면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일 것이다. 

박사 북칼럼니스트 catwings@gmail.com

 

[1502 / 2019년 8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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