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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관음 기도로 견성했다는 보살님

기자명 이제열

“참회 안하면 교통사고 당합니다”

오래 모시던 스승과 결별 후
어려울 때 모 보살님이 조언
“교통사고” 운운 수긍 안 돼
불법은 처음도 끝도 좋아야

오래 전 일이다. 10여년을 모시고 공부하던 스승과 매끄럽지 못한 관계로 결별했다. 법에 대해 스승과의 견해가 달라 늘 갈등했고 이로 인해 마침내 스승과의 인연을 접어야 했었다. 그로 인해 나는 적잖은 심적 방황을 겪었다. 앞으로의 삶을 어느 방향에 두어야 하는지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각 끝에 나는 지금은 많은 이들의 멘토가 되어 유명해진 모스님을 만났다. 당시 그 스님은 출가 전부터 나와 교분이 깊었던 관계로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나는 스님을 만나 스승과 헤어지게 된 동기와 과정들을 설명하고 내가 앞으로 어떻게 공부하고 활동해야 할지 조언을 구했다. 그러자 스님은 내 입장은 충분히 이해했다면서 자기보다는 부산에 계시는 모 보살님께 도움을 청하는 것이 훨씬 나을 거라고 말했다.

스님이 말하는 부산의 모 보살님은 당시 스님과 법연이 매우 깊었고 그 보살님이 세운 도량에서 법문하고 있었다. 보살님은 원력이 매우 크다는 소문과 함께 관음기도로 견성했다고 전해지는 분이었다. 나는 약속 날짜를 정하고 스님과 함께 부산에 내려가 그 보살님을 만나기로 했다.

그 보살님이 머무는 도량은 불자들도 많았고 수행열기도 뜨거웠다. 막상 보살님을 만나보니 아주 소탈하고 겸손한 모습이었다. 기도를 많이 해서인지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이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흘러나왔다. 나는 인사를 드리고 그동안의 사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보살님은 처음부터 끝가지 눈을 감고 내 말을 경청했다. 그러더니 보살님은 내게 이렇게 조언했다.

“법사님이 스승님과의 인연을 법으로 풀지 못하고 서로 안 좋은 마음으로 결별한 것은 잘못입니다. 혹 스승님의 법이 틀렸더라도 스승이 계신 도량을 나오지 마시고 끝까지 남아서 회향을 잘 하셨어야지요. 너무 성급하셨습니다. 도리어 그렇기 때문에 법사님 같은 분이 그 도량에 계셨어야 합니다. 법이 옳다 그르다를 마음에 세우시고 스승을 대하면 아무리 법사님의 법이 옳아도 스승이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서로 안 좋은 업만 마음에서 일으키게 됩니다.”

그 보살님은 내가 어떻게 이 일을 풀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말했다.

“다시 스승이 계신 도량에 찾아가 아침 일찍부터 스승을 위해 정성껏 기도하세요. 도량 사람들이 뭐라고 하던 삼년 동안 스승님이 바른 지견이 열리시기를 기도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그 공덕으로 법사님의 스승을 향해 일으켰던 업장도 소멸되고 스승도 법사님에 대한 섭섭함이 없어져 법사님의 의견을 듣고 자신의 견해를 돌아보실 것입니다. 부처님 법은 제가 알기로 인연을 끊는 것보다 인연을 풀어가라는 가르침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나는 보살님의 말을 듣고 참으로 수행자다운 안목이며 판단이라 여기고 기꺼이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인연을 끊지 말고 풀어가라는 보살님의 말이 마음에 깊이 들어왔다. 그런데 일어서는 나에게 보살님이 이런 말을 던졌다.

“법사님, 운전 하시지요? 만약 그 기도를 안 하면 교통사고를 당하십니다.”

순간 나의 보살님을 향했던 신뢰에 금이 갔다. 어쩌면 보살님은 내가 그 기도를 중단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의도적으로 ‘겁’을 줬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불법은 처음도, 중간도, 끝도 좋아야 하는 것 아닌가. 교통사고가 두려워서 하는 기도가 어찌 제대로 될 수 있겠나. 나는 그 보살님께 이렇게 말했다.

“그렇습니까? 그런 참회라면 차라리 사고 나서 죽는 길을 택하겠습니다.” 하고는 방을 나왔다.

벌써 30년 전이다. 내가 그때 보살님 말씀대로 정성껏 기도했다면 어땠을까. 스승에 대한 내 마음이 바뀌고 스승의 지견도 바뀌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이제열 법림선원 지도법사 yoomalee@hanmail.net

 

[1502 / 2019년 8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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