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복리와 연기법
32. 복리와 연기법
  • 강병균 교수
  • 승인 2019.08.27 10:27
  • 호수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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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적 변화는 복리… 상상 초월하는 변화 만들어내

종교인 중 진화 반대론자 많아
진화는 35억년에 걸친 대변화
인간의 직관으로 파악 어려워
진화는 불교적 연기론과 동일

종교인들 중에 진화론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창조신을 믿는 기독교인들과 회교도들이 많지만 불교인들도 있다. 진제 종정과 송담 스님이 대표적인 경우다.

기독교인들은, 복잡한 눈을 예로 들며, 눈이 설계자 없이 우연하게 생길 확률은 야적장에 쌓인 보잉747 비행기 부품들이 바람에 날려 조립되어 비행기를 만들 확률처럼 낮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들이 간과하는 점은, 생물의 변화가 복리라는 점과 변화기간이 45억년에 이르는 장구한 세월이라는 점이다. 시간과 공간이 일정한 규모를 넘어가면, 백년을 넘기 힘든 인간의 짧은 수명과 좁은 시야로는 전체 변화의 과정과 모습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이성을 통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보기는 힘들다. 그래서 종교경전에는 다윈의 진화론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 비슷한 이야기도 없다. 모두 종불변론(種不變論)을 취한다. 기독교는 신이 지금 형태로 모든 생물을 종별로 창조했다는 입장이고, 불교는 시작이 없는 무한한 과거부터 지금까지 생물들은 항상 지금 모습이었다고 생각한다. 아예 다른 행성에도 지구 인간과 생물과 똑같이 생긴 생명체가 산다고 생각한다.

이런 종불변론적 견해는, 지구상에서 볼 수 있듯이 환경에 따라 생물체의 모습이 변화하므로 행성들의 환경이 달라지면 생물의 모습이 달라져야 한다는 점에서 무리가 있다. 환경에 따라 생물의 몸이 달라진다는 것은 불교적 연기론(緣起論)과 다르지 않다.

물고기(수생 생물)가 사람으로 변했다고 하면 사람들은 어느 날 갑자기 변한 게 아니냐고 하면서 그런 일을 불가능하다고 반대하는데, 이들이 간과하는 것은 매년 조금씩 변해도 수십 억 년 장구한 세월에 걸쳐 변하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변한다는 사실이다. 변화는 기존의 변화 위에서 다시 변하는 복리이기 때문이다. 단리가 아니다.

복리의 경우, 1년에 1억분의 1만 변해도, 30억년이면 20억배나 변한다. 이에 비해 단리라며 31배만 변한다. 거의 억배나 차이가 난다. 어마어마한 복리의 힘이다.

불경은 천녀가 1년에 한 번 하강해 옷으로 울산바위만 한 바위를 스쳐도 긴 세월이 지나면 바위를 다 없앨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단리이다. 진화론적 변화는 복리이므로 같은 기간에 훨씬 더 큰 변화가 일어난다. 상상을 초월하는 변화를 만들어낸다. 복리가 있는 한 신이 필요 없다. 구태여 신이 있다면 복리가 신이다.

복리에 대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의사가 왕자의 병을 고쳤다. 감동한 왕이 소원을 말하라 하자, 의사는 오늘 쌀 한 톨을 주고 내일은 두 톨 모래는 4톨을 주는 식으로 1년 동안 매일 전날보다 두 배를 달라고 한다. 왕은 저렇게 욕심이 없는 사람도 있다며 흔쾌히 허락한다. 그런데 1년이 지나자 국고가 텅 비어 버렸다. 지불해야 하는 쌀의 톨 수는 3뒤에 0이 110개 정도 있는 수로서 전 우주를 쌀로 다 채울 정도의 양이다. 돈으로 환산하면 무량대수(10의 68승) 원이 넘는다. 80킬로들이 한 가마니에는 쌀이 2억6천만 톨이 들어있으므로 상기의 양은 가마니 수로 환산하면 1.4 뒤에 0이 101개나 있다. 이는 전 세계 부를 다 모아도 부족한 금액이다.

인간의 수행에도 복리가 작용한다. 매번 새로 출발하는 게 아니라 기존의 수행으로 성취한 걸 바탕으로 수행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나긴 윤회를 통해 수행을 하는 경우, 한 생에 1프로씩만 개선을 해도 1000생이 지나면 2만1000배나 변한다. 그 반인 500생이어도 144배나 변한다. 이 정도이면 인간이 성불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다음 생에 보시의 양을 바로 전 생보다 1프로씩 늘리면, 1000생 후면 2만1000배나 늘릴 수 있다. 우보(牛步) 천리라 하는데, 복리 천리다. 업(業)은 복리다. 연기도 복리이다. 100년을 살기 힘든 인간은 35억년이나 걸리는 장구한 세월에 걸쳐서 일어나는 진화론적 복리적 변화를 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어마어마한 수와 상상력을 자랑하는 인도인들이 복리에 착안하지 못한 것은 불가사의한 일이다.

강병균 포항공대 수학과 교수 bgkang@postech.ac.kr

 

[1502 / 2019년 8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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