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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수행 이지아(57, 공덕행)-상

기자명 법보

일본인과 결혼 후 타향살이
고된 일상서 불연 만나 공부
매일같이 다라니 21독 정진
한국에 돌아와 미소원 인연

57, 공덕행

‘애가 타다 녹아 무너진다. 애간장이 녹아내린다. 눈물로 범벅이 된 내 모습. 부차적인 일상생활에 선 나. 수행의 갈림길에 선 나. 어느 것을 중요한 기점으로 둬야 할지 헷갈리는 시점이 또다시 느껴져 온다. 겪고 지나가야 할 것은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는, 한 점도 오차가 없는 도리가 뼈저리게 와 닿는다. 무릎이 아프고 발등이 까져 아파도 이런 것은 아무것도 아님을 느낀다. 수행에 관해서 오늘은 부처님에게 의문이 생긴다.’ 

2018년 6월 어느 날의 기록에 시선이 멈춘다. 지난해 3월부터 지난 3월까지 1년 동안 매일 1000배 기도를 하던 시기였다. 절실했고, 이보다 더한 간절함은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불과 몇 개월 만에 ‘그보다 더한’ 고비를 만났다. 지나간 수행일기를 펼치며 참회하고 거듭 발원하는 심정으로 불교 인연을 거슬러 올라가 본다.

일본인 남편과 결혼한 나는 지난 2006년, 일본에서 남편과 힘겹게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빠듯한 생활과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고자 지인으로부터 한 비구니스님을 소개받아 상담했다. 스님께서는 법요집과 경전, 염주를 건네주시면서 ‘신묘장구대다라니’를 매일 21독씩 하라고 제안해 주셨다. 말씀을 듣고 나름 혼자 기도를 이어가던 중 이왕이면 많은 도반과 함께 기도하고 싶다는 발원을 갖게 되었다. 

일본에서도 다닐 수 있는 도량을 물색하던 2008년 8월, 정토회 그리고 법륜 스님과 인연이 되었다. 불교공부를 하고 싶은 욕망이 일어났고 가정법회를 열어 한 달에 두 차례씩 법회를 가졌다. 이왕이면 더 다양하게 불교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불교TV의 ‘방송 다시보기’를 통해 여러스님의 법문을 듣는 것이 어느덧 일상이 되었다. 

사람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대목이 가장 먼저 눈에 띄어 찾아보려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보게 되고 알게 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 역시 그랬던 것 같다. 그 많은 방송 프로그램 중에서도 유독 ‘가피’라는 프로그램을 챙겨 보게 되었고, 어느 날 봉사단체를 이끌고 있다고 밝힌 한 보살님이 밝은 얼굴로 인사하면서 부산에서 어려운 분들을 위해 관세음보살님을 모셔놓고 도반들과 봉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 이야기가 무척 반가웠고 다음에 부산에 가게 되면 꼭 미소원을 찾아가겠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기회가 닿아 부산을 방문했을 때 주저 없이 미소원을 찾아갔다. 기대만큼 따뜻하고 편안한 곳이었다. 그 후로도 한국에 올 때마다 어김없이 미소원을 찾았지만 늘 인사만 하고 돌아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진리를 공부하고 있었지만, 2014년 2월부터는 벼랑으로 밀어내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 과정에서 벅찬 신심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한발 한발씩 밀어내는 듯한 느낌은 만들어 내는 것도 아니요 그냥 생각으로 일어나는 상황은 더욱 아니었다. 정말 힘들 때마다 기도로 버티고 수행과 인내로 겨우 숨을 쉬며 살아가는 일상의 연속이었다.

한국에 있는 딸에게는 늘 미안함이 가득했다. 1년만 같이 살 수 있길 늘 발원했다. 기도 중에는 남편이 마장 같았다. 하지만 어느새 남편이 도반이고 부처님이라는 것을 알아가게 되었고, 남편이 마장으로 걸릴 때 원망의 소리보다 내 안으로 돌려 이 모든 것이 내 인생이고 내가 겪고 갈 나의 짐임을 알아챘다. 남편에게 고맙고 미안하고 부족한 나를 만나서 그 어느 것으로 대신할 수 없는 남편 덕에 살아가고 있음을 절감하며 한없는 참회가 밀려오기도 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한국에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한국 사회는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여기서도 나는 이방인이었다. 

한국에서 혼자 살아온 딸과 빚어진 다툼도 한몫했다. 그렇게 원하고 원했던 딸과 함께할 시간이 늦게나마 주어졌지만, 현실은 상상과 달랐다.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아는 곳 없고 갈만한 곳도 없는 내가 유일하게 봉사할 수 있고 틈만 나면 발길을 할 수 있고 기댈 수 있도록 받아준 곳이 바로 미소원이었다. 

 

[1502 / 2019년 8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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