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3. 이경덕의 ‘야단맞고’

기자명 신현득

꾸중 듣고 야속해 집 뛰쳐나간 꼬마
뉘우치고 엄마 따라 집 가는 훈육 시

어린이는 부모님께 꾸중 듣고
덕택에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
야속한 마음에 집을 나갔지만
엄마 목소리에 잘못 깨우쳐

아버지 엄마께 꾸중 듣지 않고 자란 사람이 있을까? 그런 사람이 있을 것 같지 않다. 부모님께 꾸중 듣고, 야단맞은 덕택에 훌륭한 사람으로 자라서 나라의 일꾼이 된 것이다. 부모님 꾸중과 야단은 고맙고 고마운 것이다. 

옛날 글방 학동이면 누구나 공부했던 ‘명심보감(明心寶鑑)’은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진 유교의 고전이다. 고려 충렬왕 때 문신이었던 추적(秋適, 1246~1317) 선생이 엮은 청소년용 유교 교과서였다.  

이 유교 교과서에는 효도를 가르친 ‘효행’편, 바른 친구 사귀기를 가르친 ‘교우’편, 자녀 교육에 대한 ‘훈자’편 등 사람이 지켜야할 24개 덕목을 두고 가르치면서 예화를 곁들이고 있다. 

예화 중에는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이야기도 있고, 신라의 효자 손순(孫順) 이야기도 있다. 밤에 호랑이를 타고 가서 어머니가 원하는 홍시를 얻어온, 도 효자(都孝子) 이야기도 있다. 

‘명심보감’의 ‘훈자’편은 자녀를 어떻게 기를 것인가에 대해서 가르치고 있는데 ‘엄한 아버지는 효자를 길러내고, 엄한 어머니는 효녀를 길러낸다’ 하는 말씀이 있다. 또한 ‘아이를 사랑하거든 매를 주고, 아이를 미워하거든 밥을 많이 주라’는 가르침이 있다. 

아이에게 매를 대는 것은 부모가 아이를 사랑해서 하는 일이다. 아이에게 밥을 많이 주는 것은 아이를 위하는 일 같지만 식충이(밥벌레)를 만드는 거라 했다. 밥벌레, 식충이는 밥을 많이 먹고 미련해진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일을 빨리 하지 못하고, 남을 따라잡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들의 놀림감이 된다,  

명작 동시 한 편을 살피면서 생각해보자. 

야단맞고 / 이경덕
 
야단은 
잘 되라고 하는 건데
그때는 울고만 싶어.

야단은 
바른 길 가라 하는 건데
그땐 집을 나가고 싶어.

집을 나가야
몇 시간뿐 

찾는 
엄마 목소리에
그만
끌려가지요. 

이경덕 동시집 ‘딱따구리 집짓기’ 아동문예, 2019

꼬마가 잘못을 저질렀다. 엄마한테 꾸중을 들었다. 매를 맞은 것 같다. 그러나 엄마 야단은, 내게 잘 되라는 엄마의 간섭이라는 걸 안다. 그래도, 그래도 엄마가 야속해 보이고, 울고만 싶다. 그래서 집을 뛰쳐나온 것이다. 

그러나 집을 뛰쳐나가봤자 몇 시간이다. 이미 엄마에 대한 원망은 사라지고 없다. 그때 엄마가 꼬마를 부르고 있다. 

“영희야 어디 있니? 어서 오너라. 밥 먹어야지.”

엄마 목소리에 이어, 엄마가 와서 꼬마의 손을 이끈다. 꼬마는 엄마에게 이끌려 가면서 생각한다.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 다시는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것, 엄마가 엄마가 고맙다는 것, 자기는 행복하다는 것. 

고려 때 ‘명심보감’의 ‘훈자’편이 오늘의 육아법에도 딱 맞다. 

시의 작자 이경덕(李庚德) 시인은, 천안 출신(1953)으로 병원 행정원으로 일하면서 시 창작과 시낭송가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민국 시낭송대상(2007) 등을 수상했으며, 동시집으로 전기한 ‘딱따구리 집짓기’(2019) 등이 있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502 / 2019년 8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