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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속복착용’ 징계규정 삭제 논란

  • 교계
  • 입력 2019.08.29 18:01
  • 수정 2019.08.29 18:15
  • 호수 1503
  • 댓글 43

종헌특위, 8월29일 삭제 결의
소위원회서 삭제됐다 복원됐지만
전체회의서 다시 삭제하기로 결의
상습 속복 착용 징계규정 사라져
승가 정체성‧위의 심각 훼손 우려
승속 구분 없어 범계 노출될 수도

조계종 중앙종회 종헌특위는 8월29일 전체회의를 열어 징계법 제정안 등을 논의했다.
조계종 중앙종회 종헌특위는 8월29일 전체회의를 열어 징계법 제정안 등을 논의했다.

조계종 중앙종회 종헌개정 및 종법제개정 특별위원회(위원장 심우 스님, 종헌특위)가 징계법 제정 과정에서 ‘상습적 속복 착용자’에 대한 징계조항을 다시 삭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스님들이 상습적으로 속복을 착용하더라도 징계할 수 있는 규정이 사라졌다. 승복은 스님들의 위의를 드러낼 수 있는 기본적인 의례라는 점에서 강제 착용규정이 삭제될 경우 승가의 위의가 심각히 훼손될 수 있고, 승속의 구분이 어려워져 스님들이 범계행위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종헌특위는 8월29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대회의실에서 제9차 전체회의를 열어 소위원회에서 성안한 징계법 제정안 등을 논의하고 ‘상습적 속복 착용자’에 대한 징계규정을 삭제하기로 결의했다. 이 내용은 앞선 3차 소위원회에서 삭제됐다가, 종단 안팎의 비판여론을 의식해 4차 회의에서 복원된 내용이기도 했다.

종헌특위 소위원회는 8월12일 3차 회의에서 기존 승려법에서 ‘수시로 속복을 착용하는 자’에 대해 공권정지 3년 이상 5년 이하의 징계에 처할 수 있도록 한 징계규정을 삭제했다. 이에 대해 종단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자 소위원회는 8월23일 4차 회의에서 새롭게 징계법을 제정하기로 하고, ‘상습적으로 속복을 착용해 승려의 위의를 실추시킨 자’에 대해 공권정지 1년 이상 3년 이하의 징계에 처하도록 신설했다. 이는 ‘수시로 속복을 착용한 경우’만으로도 징계에 회부되도록 했던 기존 승려법과 달리 ‘상습적 속복 착용으로 승려로서의 위의를 실추’시킨 경우로 한정함으로써 처벌조항을 완화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날 종헌특위 전체회의는 이 조항마저 삭제하기로 결의했다.

종헌특위 소속 한 위원은 “스님들이 운동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등산을 할 때 속복을 착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규정을 두면 승려의 위의실추 행위와 관계없이 속복 착용만으로 징계를 당할 수 있다”고 삭제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날 회의에 참석한 호법부 관계자는 “상습적으로 속복을 입었다고 징계하는 것이 아니라 속복을 입고 승려로서의 위의를 실추한 자에 한 해 징계하도록 한 것”이라면서 “이는 강제로 승복을 입게 함으로써 스님들의 범계행위를 예방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종헌특위 위원들은 “스님들이 승복을 입는 것은 당연한 데, 속복착용 징계규정을 두면 마치 스님들이 속복을 자주 입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다”며 삭제를 결정했다.

그러나 승복은 승속을 구분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 스님들이 스스로 출가자로서의 위의를 지키게 하는 수단이 돼 왔다. 특히 부처님이 율장에서 출가수행자의 의복에 대해 세세한 규정을 뒀던 것도 승단이 스스로 위의를 갖추게 함으로써 세속으로부터의 지탄을 예방하기 위한 취지였다.

한 계율학자는 “율장에 따르면 부처님은 출가수행자가 입는 삼의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입는 방법까지 명시하고 있다”면서 “이는 승속에 대한 명확한 구분을 둠으로써 출가수행자 스스로 위의를 갖추게 하고, 세속인들로 하여금 승단에 대해 신심을 갖도록 한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 학자는 이어 “스님들이 운동을 하거나 운력을 할 때 승복이 불편하다면 일상생활에 맞는 간소화 된 승복을 별도로 제정하면 된다”며 “속복을 허용하는 것은 승가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승속의 경계가 무너져 스님들이 쉽게 범계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종헌특위는 이날 사설사암 창건주 권리 승계를 당초 1회에서 2회로 늘린 내용을 골자로 한 사찰법 개정안, 중앙종회의원 선거권을 법계 중덕 이상으로 상향한 선거법 개정안, 교구본사주지 후보자 출마 자격과 관련해 ‘강원이나 율원의 교직자로 10년 이상 재직한 자’를 ‘교육법 47조에 해당하는 교육기관에서 교육교역자로 10년 이상 재직한 자’로 변경한 산중총회법 개정안 등 소위원회에서 논의한 종법개정안을 9월 임시회에 발의하기로 뜻을 모았다. 다만 개정된 종법에 대해 중앙종회의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9월9일 전체회의에서 최종안을 성안하기로 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503호 / 2019년 9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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