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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희망 부탄

기자명 유정길

부탄은 국민의 97%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나라이며, 물질적 성장을 위해 자원을 파괴해온 서구의 GNP지표 대신 GNH라는 국민총행복을 지표로 하는 나라다. 서구식 근대화를 서두르지 않고 전통의상과 전통건물 등 문화를 소중히 하는 나라이자, 외국의 원조에 의존하지 않고, 누구나 국왕을 쉽게 만날 수 있으며, 지하자원을 개발하지 않고 보존하며 삼림비율을 75%를 유지하는 나라다. 또한 관광객이 많이 오는 걸 원하지 않고 엄격히 제안하고 있다. 교육비가 전액 무료이고 병원비도 완전 무료인데다 세계 최초로 전 국토가 금연구역이며, 노숙자가 없고 인도나 방글라데시, 네팔 등 인근국가와 달리 구걸하는 사람도 없다, 어린이도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첫눈이 내리는 날은 공휴일이다. 살생하지 않는 나라이며, 여성이 집안을 잇는 모계사회의 전통이 강한 나라다.

히말라야 산속의 인구 75만의 이 작고 가난한 나라 부탄이 오늘날 지구위기를 걱정하는 사람들이나 환경운동가들에게 희망이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이미 새로울 게 없는 사실이다. 본인은 지금 이 부탄을 놀라운 눈으로 만나고 있다. 정말 과연 그런가. 그리고 이것이 어떻게 가능하게 되었으며 우리가 이들처럼 살려면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이번 직접 순례 방문을 통해 발견한 내용을 보자면 우선 도시나 시골 할 것 없이 거리에 쓰레기가 거의 없이 깨끗하다. 또한 도시나 농촌의 집들이 어디를 가나 산비탈에 2층이나 3층의 정갈한 모습이 하나같이 그림 같고, 깊고 깊은 산속 트롱사를 다녀오면서도 이곳이 스위스의 어느 곳 아닐까 의심할 정도로 품위 있고 깨끗하다.

그런데 우리 순례객들에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자고 있는 개들이었다. 공항이 있는 파로나 수도 팀부, 트롱사, 심지어 3000m가 넘는 높은 산의 도로변이나 도로중앙 지천에 개들이 하나같이 옆으로 누워 게으르게 자고 있는 장면은 너무도 기이하게 보였다. 이 개들은 사람을 물지도 않거니와 짖지도 않고, 가까이가도 일어서지 않으며 가끔 슬며시 다가와 슬근슬근 꼬리를 흔들 뿐이다. 그런데 도로 한복판이나 주차장 가운데 개나 소가 수십마리 누워있어도 부탄 사람 누구도 불평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이들의 잠을 깨우지 않게 하려고 조심하며 피해 다닌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곳에서 개의 본성이 저럴 수 있는가에 놀라고 있을 따름이다. 부탄은 불교국가로 살생하지 않는 전통을 철저히 지키기 때문에 동물을 죽이지 않는다. 착한 이들에게 전혀 살심이나 공포심을 느끼지 않아서인지 개나 소들은 두려움을 경험해본 적이 없는 듯했다. 부탄이 사람들에게 행복국가라고 하지만, 생명위협이나 공포가 전혀 없는 개와 소에게 부탄은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나라가 아닐까?

사회적 약자들이 행복해야 진정 행복한 나라이듯, 동물들이 행복하고 이들의 생명권까지도 존중받는 사회라면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개나 짐승들이 사람을 닮는다는데, 경쟁과 싸움으로 지악스럽고 극악스러운 우리사회에서 짐승들도 그렇게 인간을 닮아가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프면 병원보다 절에 먼저 가는 나라가 부탄이다. 자신의 병이 혹시 마음병이 아닌지를 먼저 살피려는 것이다. 강대국을 흉내 내거나 경제 성장을 부러워하지 않는 정책은 산업화세계의 눈으로 보면 특이하고 이상한 나라일 수밖에 없다. 풍부한 지하자원, 천연자원이 있는데도 미래세대를 위해 보존하고 개발하지 않으며 가난하면서도 품위 있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동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국민 모두가 오래토록 부처님을 믿고 따르며 소욕지족의 정신적인 행복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불교의 깊은 문화전통이 아니고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한국 불교는 신도나 출가자가 줄어드는 등 걱정스러운 미래이지만, 세계적으로 볼 때 가장 존경받는 사람은 여전히 달라이라마나 틱낫한 스님이며, 미래의 희망으로 존경받는 국가는 불교전통의 부탄이라는 사실이 고마울 따름이다. 이 소중한 보석 같은 나라 부탄을 우리는 어떻게 배워야 할까.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ecogil21@naver.com

 

[1503호 / 2019년 9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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