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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수행 이지아(57, 공덕행)-하

기자명 법보

봉사 체험하며 환희심 느껴도
일상 생활에서는 행복 못 찾아
다라니 수행 중 마장 극복하며
‘마음’ 중요 깨닫고 신심 다져

57, 공덕행

미소원 이사장님은 봉사가 처음인 나에게도 여러 봉사를 제안하고 체험하게 해주셨다. 인연이 닿는 대로 봉사할 수 있어서 좋았고 고마웠다. 일주일에 한 번 하는 반찬봉사이지만 오시는 분들의 맑은 미소, 따뜻한 손길, 활기차고 재미있는 웃음이 늘 넘치는 공양간이 좋았다. 어느 날인가 미소원에서 봉사하고 집으로 돌리는 발길에 ‘행복이란 이런 것이구나’라고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이렇게 행복을 느낄 수 있음에 고마움마저 느낀 날이었다. 그 행복감은 마치 기도하고 수행할 때 느끼는 환희심과 흡사했다.

하지만 일상의 삶은 행복과 거리를 좀처럼 좁히지 못했다. 벼랑 밑에 매달려 떨어지지도 않고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상황이 이어졌다.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고 있었다.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니 안타까운 나의 마음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것일까. 미소원 장유정 이사장님이 “마침 백중이 다가오는데 올 백중기도 기간에는 같이 신묘장구대다라니를 해 봅시다. 열심히 기도하다 보면, 뭐라도 한 가지는 결론이 나지 않겠습니까?”라고 제안해 주셨다. 

처음 이사장님의 제안은 매일 200독이었다. 오래전 불교를 접할 때 멋모르고 줄기차게 다라니를 외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 어쩌면 뭐가 되더라도 해결이 되겠지.’ 덤덤한 생각으로 신묘장구대다라니 수행을 시작했다. 특별한 시간관념 없이 바깥 일이 바쁘면 귀가해서 밤 11시라도 꾸벅거리며 졸면서도 빼먹지 않고 매일 정진을 했다. 마음이 갑갑한 날, 아무것도 할 일이 없고 시간만 있는 날에는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라는 심정으로 마치 나와 나의 겨루기처럼 온종일 기도를 하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하루에 1000독을 마다하지 않고 했다. 당시 이런 글도 수행기록에 남길 만큼 치열하게 정진했다.

‘모든 것을 귀찮게 여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기도와 수행에 매진하려는 나의 모습에 의문이 생긴다. / 보여지는 모습과 보이지 않는 모습. / 보여지는 모습이 실체가 아님을 받아들이면서도 늘 보여지는 그 모습에 왈가왈부 하며 소리를 낸다. / 알면서도 왜 이러는지 한쪽 구석에선 이해가 잘 안간다. / 찰라 너머의 세계. / 바로 즉시 알아가지이다.’ - 7월13일 수행일기 중.

그러던 어느 날, 봉사를 갔는데 공양간 문턱을 넘어서는 순간 ‘아, 잘못 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사장님이 여느 때와 다르게 나에게 본격적으로 원인 없는 잔소리를 쏟아냈다. 집에 돌아와서 곰곰이 생각해보아도 내가 잘못한 것을 생각해 내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내가 무얼 잘못했지?’ 보통 때는 상대가 나를 지적할 때 그 잘못의 원인을 반드시 알고 넘어가는 성향이 있기에 아무리 생각해봐도 알 수 없는 말들에 화도 나기도 하고 ‘그럼 나보고 어쩌란 말인가?’ 하는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물면서 서럽기만 했다. 

‘왜 왜 왜?’ 하는 물음이 3일째 되던 날, 비로소 기도의 마장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왜 왜 왜?’라고 하는 그 소리를 바로 나 자신이 하고 있음을 느끼면서 ‘그렇구나.’ 알아차리는 순간 신묘장구대다라니 기도 소리와 동시에 울컥하고는 목 놓아 한참이나 소리 내어 참회의 울부짖는 울음을 쏟아냈다.

한 30분이 지나니 마음 한 부분이 시원해져 오는 느낌이 들었다. ‘상대방이 꼬집어 주지 않으면 나의 모순덩어리를 발견할 수 없구나.’ 내면 깊은 곳에서 쟁쟁한 울림이 이어졌다. ‘누구로 인해서건 나쁜 소리에도 좋은 소리에도 흔들림이 없길 바라옵니다. 거울 같은 상대로부터 깨침을 얻는다는 것을 알아가겠습니다. 언제나 어깨에, 목에 힘이 들어가지는 않았는지 자각하여 살피고 깨어 있는 수행자로 거듭 나아가 지이다.’ 

숨겨져 있던 또 다른 내면을 들춰낼 수 있었던 마장의 깨달음 이후 다시 몸과 마음의 자세를 가다듬었고, 이번 백중기도를 신묘장구대다라니 일만독 성만으로 무사히 회향할 수 있었다. 

이번 기도의 마장 덕분에, 한마음을 어떻게 일으키고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따라 한 발 더 진리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반면에 돌이킬 수 없는 과보가 될 수도 있음을 배웠다. 부처님 법 공부가 아니었다면, 스승님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이 어리석은 존재가 감히 이 순간 이 글을 쓸 수 있을까! 뒤돌아보면 한순간도 단 하루도 멀리할 수 없는 길이다.

오직 염원한다. 수행을 실천하며 신심을 닦고 진리 속에 머물며 짧은 손길이라도 필요로 하는 곳, 어려운 곳에 잘 쓰일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세세생생 보살도 이뤄지이다.

 

[1503호 / 2019년 9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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