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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일상(日常)-섬

기자명 임연숙

흑백 대조로 표현한 밤바다의 섬들

수묵의 재료적인 특성 통해
고요함과 담백한 느낌 표현
삶에 대한 작가적 시각 전달

강규성 作 ‘일상(日常)-섬’, 70×35cm, 화선지에 수묵, 2019년.
강규성 作 ‘일상(日常)-섬’, 70×35cm, 화선지에 수묵, 2019년.

수묵화의 전통은 1500여년 동안 회화의 주류로 이어져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에 와서 수묵화의 전통은 그저 그 전통으로서만 존재하는 듯하다. 정치를 비롯해서 교육, 문화, 경제 등등 모든 가치가 서구 중심으로 되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감흥이 없는 미술 기법처럼 여겨지는 면도 없지 않다.

수묵화는 중국 당(唐)대의 시인이자 화가인 왕유(王維, 699~759)로부터 본격적인 영향을 받아 활성화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문인 사대부들이 그들의 사상을 표현하기에 적당한 매체로 인식했던 모양이다. 수묵화는 그 재료 자체가 단순하다. 종이와 먹, 붓, 거기에 물의 결합만으로 작가의 감성을 무궁무진하게 전달하는 매체라 할 수 있다. 순식간에 화면에 번져나가 선염의 투명한 효과를 내는 한지와 화선지의 성질은 자연에 순응하는 자연주의적 미감과 잘 어울린다. 먹은 먹 그대로가 그냥 검은 물감이 아니다. 중국의 당(唐)대 이미 ‘묵분오채(墨分五彩)’의 이론이 나타났으며, 먹은 물과 결합하여 화면위에서 변화무상한 현상을 출현해내는 독특한 성질을 갖고 미학적 생명력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느낌, 감각, 생각과 철학을 시각화하는 것을 시각예술이라 할 때 강규성 작가의 ‘일상(日常)-섬’은 이러한 수묵이라는 재료적 특성을 그대로 그림에 드러내고 있으면서 삶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 그대로를 드러낸다. 우리가 늘 바라보는 일상을 간단하고 단순한 형태의 섬으로 표현하고 있다. 어느 누구에게나 삶이 간단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동안 내가 알지 못하는 나의 삶이 끊임없이 돌면서 나도 모르게 짓는 업과 보를 끊임없이 닦아내고자 하는 마음, 내려놓고자 하는 마음 무심해지고자 하는 마음을 담은 듯하다. 

보이는 풍경과 보이지 않는 풍경을 마음속에서 녹여내는 듯한 화면을 상상하면서 얇은 화선지 속에 짙은 먹물을 깊지 않게 푹 스며드는 느낌으로 처리하였다. 이와 대조적인 여백을 통해 공기와 공간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몇 개의 붓 터치만으로 나무를 표현하고 있다. 화가에게 있어 ‘그리지 않는 것’ ‘표현하지 않는 것’이 때로는 그리는 것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더 사실표현에 매달려 무언가 화면에 그리고 싶지만 그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 수묵의 접근 방식이다.

수묵화는 선종의 흥성과 나란히 발전했고 상호 교류하였으며 선종의 영향을 받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중국 오대시기에 나타난 선종과 문인 사대부간의 교류와 영향은 송대에 와서는 완전히 밀착관계로 발전되었다. 최근엔 명상이나 요가가 일상에서 많이 거론된다. 육체적 건강과 아울러 정신적 건강을 위해서 마음을 다스려할 일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평정심과 청정한 마음의 상태를 위해 명상을 시도하듯 작가는 그림을 통해 관조의 마음을 담았다. 

사물을, 풍경을 고요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그 안의 진리, 내면의 마음을 지극하게 바라본 후에 일필로 춤추듯 수묵을 종이에 발산하였다. ‘일상(日常)-섬’에 대해 작가는 밤에 바라보는 섬의 풍경을 표현하였다고 한다. 근경의 섬에서 원경의 섬까지 나무 사이로 보이는 형상은 물 기운을 흠뻑 먹은 듯, 과감하게 흑과 백으로 대조되어 현대 추상성을 담고 있으면서 고요함과 담백한 느낌을 준다.

임연숙 세종문화회관 예술교육 팀장 curator@sejongpac.or.kr

 

[1503호 / 2019년 9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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