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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산 스님과 ‘이뭣고’

  • 데스크칼럼
  • 입력 2019.09.09 11:31
  • 수정 2019.10.12 06:57
  • 호수 1504
  • 댓글 0

월산 스님 삶·사상 조명
가난한 도인 강조한 선승
‘이뭣고’ 논쟁도 의미 커

9월1일 경주 불교문화회관에서는 월산 스님(1913~1997)을 조명하는 첫 학술대회가 열렸다. 월산 스님은 조계종 총무원장과 원로의장을 지내는 등 종무행정 책임자로서는 물론 선사로도 현대불교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관광지로 여겨지던 불국사에 선원을 세워 수행사찰의 면모를 강화시켰으며, 법보신문을 창간해 불교대중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중진 불교학자들이 다수 참여했던 만큼 월산 스님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이 소개됐다. 경북 청도 토굴에서 제자들에게 당부했다는 가난에 대한 설법도 그렇다.

“내가 그대들에게 이르고자 하는 것은 수행자는 항상 뒷모습이 깨끗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생은 무상해서 내일 죽을지 모레 죽을지 모른다. 어느 날 나나 그대들이 죽고 나면 누군가가 뒤를 정리할 것이다. 그때 만약 수행자의 분수에 맞지 않은 소유물이 나오거나 뒷말이 무성하다면 이는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겠는가.”

월산 스님은 제자들에게 늘 ‘가난한 도인’ ‘운수납자’로 살아갈 것을 당부하고 스스로도 가사와 주장자 하나를 남겼을 정도로 평생 청빈과 벗하며 용맹정진의 삶을 지속했다.

월산 스님은 수행, 전법, 불사, 행정 등에 있어 큰 성과를 남겼다. 그렇더라도 스님의 진면목은 화두를 놓지 않은 선승이었다. 1944년 금오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스님은 다음해 만공 스님 문하에서 공양주를 맡아 수좌들을 시봉했고, 이때 ‘이뭣고’ 화두를 받은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이어 1946년 무렵 은사스님과 함께 완도 바닷가에서 있었던 사건은 월산 스님을 선승의 길로 이끌었다. 월산 스님은 어느 날 불국선원 법문에서 이렇게 회상했다.

‘마침 여름이라 바닷가에 앉아 은사스님과 바람을 쐬고 있는데 갑자기 스님이 돌멩이 하나를 집어 보이시며 말씀했다. “일러보아라. 이 돌멩이가 과연 마음 안에 있느냐 밖에 있느냐?” 갑자기 묻는 말에 나는 대답을 못했다. 스님은 돌멩이를 바다에 던지고 거듭 물으셨다. 다시 대답이 없자 스님은 이렇게 타이르셨다. “선지를 넓히려면 오직 화두를 참구하는 일에 게으르지 말아라.”’
월산 스님은 당시 법담을 후학들에게 들려주며 “그날 나는 참으로 부끄러웠다. 중노릇을 하고 참선을 한다면서 돌멩이가 마음 밖에 있는지 안에 있는지도 모르다니 얼마나 건성건성 헛살아온 것인가. 그래서 다음부터는 정말로 앞뒤를 돌아보지 않고 화두를 참구하는데 매달렸다”고 고백했다.

월산 스님은 1968년 입적을 앞둔 은사스님의 선문답에 오른손을 들어 자신의 경계를 보임으로써 경허, 만공, 보월 스님으로부터 이어온 정법안장을 이을 수 있었다. 이뭣고 화두를 붙들고 20년간 치열하게 정진했던 날들이 차곡차곡 쌓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월산 스님의 삶과 선사상을 고찰한 대각사상연구원장 보광 스님이 ‘이뭣고’를 둘러싼 논쟁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동국대 교수를 지낸 선학자 성본 스님은 2005년 ‘간화선의 이론과 실제’(동국대출판부)에서 “의심을 가르치는 이뭣고 화두참구는 불교의 본질에서 벗어난 수행법으로 깨달음을 얻지 못하고 업장만 짓게 된다”며 “이뭣고 화두를 제시하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고 올바른 간화선 수행을 할 수 있는 화두라 할 수 없다”고 주장했었다. 이에 보광 스님은 ‘이뭣고’ 화두의 연원을 다각적으로 검토한 뒤 이것은 육조혜능과 남악회양 선사에서 시작돼 휴정, 용성 스님, 그리고 월산 스님 등으로 이어져 온 탁월한 화두임을 구체적으로 밝힌 점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이재형 국장

월산 스님은 선을 나침반 삼아 20세기라는 격동의 세월을 꼿꼿이 건너왔다. 그 여정이 험난했던 만큼 후학들에게 전하는 향훈도 짙다. 월산 스님의 삶과 사상에 대한 연구가 지속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mitra@beopbo.com

 

[1504 / 2019년 9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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