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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가 뱃바닥 내놓고 웃을 일

기자명 만당 스님

“까치 뱃바닥 같은 소리 하지 마라”는 속담이 있다. 이 말은 필자의 은사스님이 생전에 많이 쓰시던 말이다. 내방객들이 은사스님을 찾아와서 ‘누구는 어떻고’ ‘누구는 이러하고’라며 여러 얘기들을 늘어놓으면 은사스님께서는 그 사람들에게 “까치 뱃바닥 같은 소리 하지 말고 너나 잘해라”라고 하시면서 “차나 한 잔 하고 가라”고 하셨다.

그래서 한 번은 ‘까치 뱃바닥 같다’는 말씀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서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여쭈어 보았다. 은사스님께서는 웃으시면서 “까치가 등은 시커멓지만 배는 하얗지 않느냐. 마음 속에 흑심을 가지고 있으면서 말로만 깨끗한 척 포장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까치 뱃바닥 같은 소리 한다’고 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사람은 언행이 일치돼야 하고 나아가 양심을 속여서는 안 되니 직심(直心)을 가져야 한다. 특히 출가수행자는 더욱더 엄격하게 자신을 되돌아보고 양심을 속이는 허물이 생기지 않도록 잘 지켜야 한다”라고 하셨다. 아직도 필자의 귓가에는 항상 그 말씀이 박혀 있고,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옛 중국의 조과선사께서 불법을 묻는 백낙천 거사에게 “일체 악을 짓지 말고 모든 착한 일을 행하여 스스로 그 마음을 청정히 하는 것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이다(諸惡莫作 衆善奉行 自淨其意 是諸佛敎)”라고 말씀하셨다. 이에 백낙천 거사는 “에이, 그것은 세 살짜리 어린애도 아는 것”이라고 무시하고 웃어넘겼다. 그러자, 조과선사께서는 “세 살짜리 어린애도 아는 것이지만 여든 먹은 노인도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일갈하셨다고 하지 않았던가. 우리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이 중요한 가르침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불법은 말로, 생각으로 아무리 많이 안다 하더라도 스스로 실행을 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나의 허물을 볼지언정 남의 허물을 보지 말라고 하였다. 남의 허물을 찾아다니면 모든 악과 업만 쌓일 것이요, 나의 허물을 살피는 사람은 하나하나 선행이 쌓이고 업이 녹아져 마음이 맑아질 것이다. 내가 부지런히 비판했던 남의 허물이 되돌아보면 바로 나의 허물인 것을 살면서 많이 느끼게 된다. 바로 내가 ‘까치 뱃바닥 같은 소리’만 하면서 살아온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서는 것은 나만의 기우일까.

요즘 대한민국이 심상치 않다. 그야말로 내우외환에 처해 있다. 경제는 장기불황의 침체기로 들어가는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고, 대외적 정치 환경은 사면초가의 형국에 몰려 있다. 위정자들은 합심하여 위기를 돌파할 묘책을 찾기는커녕 정쟁에만 몰두하는 것 같아 매우 우려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 여당인 민주당 인사들이나 야당인 한국당 인사들이나 모두 ‘까치 뱃바닥 같은 소리’들만 하고 있다. 소위 국가 정치를 하겠다고 입지를 세운 정치인들은 어떤 마음자세를 갖추고 임하는 것인지 매우 궁금하다. 모름지기 나라와 국민들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지겠다며 정치에 몸담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애국과 위민(爲民)의식을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한다. 또 그 방법은 공정하고 정의롭게 써야 하고, 개인적으로는 자기 수양과 도덕성을 갖추어야 함은 물론이고 나보다는 남을 위하는 자비와 겸양지심을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은 찾아볼 수 없고 개인의 안위와 파당의 이익과 권력쟁취를 위해 양심도, 정의도, 도덕도 모두 팽개쳐 버리고 오직 먹을 것만 보고 달려드는 아귀다툼의 세계만 보이고 있다. 참으로 까치가 뱃바닥 내놓고 웃을 일이다. 한국 정치인 들이 저 지경이 된 데에는 국민들의 책임이 크다. 무슨 짓을 해도, 무슨 헛소리를 해도 다시 뽑아주니 말이다. 내년 봄에는 총선이다. 앞으로는 우리 국민들이 깨어나길 기대해 본다. 그리고 공정하고 청빈하며 문화적 소양과 미래 비전을 갖춘 멋있는 정치인들이 나타날 수 있길 희망한다.

만당 스님 영광 불갑사 주지 manndang@hanmail.net

 

[1504 / 2019년 9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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