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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꿀 수 없는 교육제도 필요하다

문대통령의 대입제도 개편 지시를 두고 말들이 많다. 조국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고 비켜가기 위한 정치적 술수라는 비판부터, 이를 계기로 대입제도 등을 다시 한 번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 그러한 논란 속에, 아니 그 이전에 놓여있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어떤 정치적 쟁점 때문에 대입제도 등의 교육제도가 문제가 되고, 그래서 제도가 바뀌는 일이 많았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문제인 것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헛소리가 된 것이 얼마나 오래 되었는가? 10년도 내다보지 못하는 제도 개편으로 대입제도 같은 중요한 제도가 널뛰기를 하고, 그 가운데 수많은 학생들이 마치 시험도구처럼 그 제도의 희생물로 바쳐진 것이 얼마인가? 철저하고 신중하게 준비되지 못하고 정치적 이유와 시의성이라는 명목 아래 손쉽게 수립된 정책과 제도가 얼마나 많은가? 그렇게 이루어졌기에 또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새로운 제도로 바뀌어 입시를 지도하는 일선 교사들조차 잘 모르는 경우까지도 숱하게 있지 않았던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렇게 쉽게 무너지는 제도를 세우는 데 중심이 되었던 교육학자들, 공무원들 모두 엄벌에 처해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몇 년을 버티지 못할 제도를 수립했다는 것에 대한 책임이 있다. 한번 제도를 바꾸는 데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드는가? 국민의 혈세를 그렇게 무책임하게 낭비한 책임이 없을 수 없다.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렇게 문제 많은 제도에 의해 교육되고 선발된 학생들의 피해는 어찌할 것인가? 어떠한 방향으로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일정기간 그들의 인격과 지성의 함양 방향을 결정짓는다. 그렇게 일시적으로 쓰고 폐기될 제도 아래서 교육을 받는다는 것이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또 대입제도와 같은 것은 그 제도에 의해 평가를 하는 것이요, 평가는 일종의 서열화이다. 바로 고쳐질 잘못된 제도로 서열화를 한다는 것은 또 얼마나 큰 문제인가?

좀 터무니없는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교육제도는 몇 십 년간 바꾸지 못한다는 법을 제정하라고 하고 싶다. 쉽게 바뀔 수 없는 방향성을 정하고 철저하고 신중하게 하나의 제도를 세운다면, 그 제도가 정말 나쁜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다. 그렇게 세워진 제도라면 조금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부분적 보완을 해 나간다면 차츰 완비된 제도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쉽게 바꿀 수 없다는 전제 아래서 출발할 때 제정의 신중성이 나올 수 있다. 몇 십 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면 정말 함부로 제정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제정하고 오래 다듬어 나간다면 훌륭한 제도, 쓸만한 제도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운용하는 사람의 문제라고 하지만, 일단은 제도가 훌륭해야 한다. 그 다음에 운용의 문제가 이야기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현실은 제도 자체의 제정에서부터 함부로 하고, 정치적인 이유나 일시적인 여론 등에 따라 쉽게 뜯어고치며,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들이 공정성을 잃고 부당하게 운용하는 등, 겹겹의 문제를 노출시키고 있다. 참으로 ‘백년지대계’라는 말에 부끄럽기 짝이 없다.

우리의 젊은이들은 쉽게 제정되고 쉽게 바뀌는 제도의 시험도구가 아니다. 그들의 시간은 단 한번 주어지는 시간이며, 그러하기에 가장 귀한 시간이며, 가장 귀하게 대접받아야 한다. 우리는 어떤 세상을 지향하는가? 그런 세상을 이루기 위해서 우리 젊은 세대들은 어떻게 지성과 인격을 함양해야 하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어떠한 제도 아래에서 교육을 받고 평가를 받아야 하는가? 이렇게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시각 아래서 교육제도가 논의되어야 한다. 참으로 중요한 교육제도는 몇 십 년 동안 바꿀 수 없다는 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성태용 건국대 명예교수tysung@hanmail.net

 

[1504 / 2019년 9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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